자전거 일보 무한경쟁 어디까지

“자전거 다 나가면 화장품 냉장고하고 청소기로 판촉할 겁니다. 중국산 아니라니까요. 삼××표라고 품질보증서까지 있잖아요.”

‘자전거 일보’라는 비아냥에도 불구하고 신도시 아파트 단지 앞의 고액 판촉물을 내건 중앙일간지 구독 영업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6일 행신동 18단지 앞에는 조선, 중앙, 동아일보 3사의 판촉 직원이 모두 나와 자전거를 트럭으로 실어다 놓고 영업을 했다. 아파트 단지 입구에는 ‘자전거를 드립니다. 최신형 삼천리 자전거. ××일보’등의 광고판을 크게 세워놓고 자전거를 줄지어 전시했다.

1년6개월을 의무적으로 구독해야 하고 쇼바라고 불리는 완충기와 기어가 달린 자전거는 3만원의 추가 비용을 내야 한다. 추가 기능이 없는 일반 자전거는 구독신청만 하면 그 자리에 서 자전거를 내준다. 구독료는 한달에 1만2천원. 그러나 단독주택이나 빌라 거주자는 구독을 원해도 자전거를 받을 수 없다.

판촉 직원들이 소비자가 22만원이라고 주장하는 판촉용 자전거는 실제 수입가가 5만원대부터 10만원대 정도. 예전에는 선풍기, 돗자리, 믹서기 등이 인기 상품이었으나 과다 경쟁으로 이제는 청소기, 화장품 냉장고에 비데, 정수기까지 등장한 것. 미디어비평 전문지인 ‘미디어오늘’은 신문지국이 경품으로 물품을 쓰는 규모가 한 신문사당 월 평균 적게는 3억원에서 많게는 10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추정했다.

자전거 일보는 대부분 수도권 신도시와 아파트단지를 집중적인 공략하고 있다. 실제 자전거 고가 경품이 등장한 지역은 분당, 일산, 과천, 안양등 신도시 지역과 서울의 아파트 밀집지역들이다.

자전거 일보에 대해 시민들의 반응은 다양하다. ‘안티조선’이나 언론 개혁에 대한 관심을 갖고 있는 이들은 노골적인 불신을 보이는 반면 고가 판촉물에 대한 관심을 보이는 시민들도 적지 않다. 한 인터넷 사이트에는 “어디에 가면 자전거를 받을 수 있는지 알려달라”는 게시글이 올라오기도 한다. 자전거 판촉 현장에는 문의가 이어진다. 판촉 직원들에 따르면 더 비싼 판촉물을 찾아 1년씩 신문 구독을 변경하는 ‘얌체 독자’들도 있다는 것.

1만2천원씩 1년 구독료가 14만4천원인데 아무리 싸게 구입해도 5, 6만원 남짓 하는 자전거 판촉을 하는 이유는 뭘까. 구독료보다 광고수입에 의존하는 신문 시장의 특성과 지국들의 전단지 수입이 주원인이다. 규모가 큰 아파트 단지의 경우 백화점 등의 광고 전단지 수입이 월 1천만원이 넘어선다는 것.

가장 활발하게 자전거 판촉을 벌이고 있는 C 일보의 사장이 나서 자전거 판촉을 자제 요청하기도 했지만 실제 현장에서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공기(公器)’의 역할을 다해야할 언론의 법을 비켜간 무한경쟁에 대해 대부분의 시민들은 곱지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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