乙未(을미)년 새해가 시작되었다. 어떤 이가 말하기를 인생이란 한판의 바둑이나 한판의 장기와 같아서 한 수가 승패를 결정한다고 하였는데,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고는 하지만 인욕에 가려지기 쉽고 환경에 젖어들기 쉬우니 한순간이라도 방심해선 안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길흉의 갈림길에 서서 올바른 판단을 하려면 판 전체를 보고 판세부터 읽는 것이 중요하다.
올해는 어떠한 판이 펼쳐질까? 천간지지로 乙未(을미)의 속성을 살피면 乙은 음목(陰木), 동방, 봄, 청색 등의 속성을 가졌고, 未는 음토(陰土), 여름, 서남방 등의 속성을 가졌으며 12지 동물 중 양에 해당한다. 그러므로 을미년은 청양(靑羊)의 해이다. 또한 乙未를 주역 팔괘에 대입시키면 乙은 동방의 나무속성을 가진 손괘(巽卦)에 해당하고 未는 서남방의 땅 속성을 가진 곤괘(坤卦)에 해당하여 이 두 괘를 합하면 『주역』 ‘관괘(觀卦)’가 된다.
작년의 대국적인 상은 ‘가인괘(家人卦)’로 각 구성원이 각각 자신의 위치에서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했을 때 살기 좋은 세상이 만들어 진다는 이치를 담고 있었는데, 우리 사회가 이런 이치에 부합하지 못했기 때문에 다난한 한 해가 되었었다. 올해의 대국적인 상은 작년의 연장선에서 시작하는 것으로 자신과 세상을 잘 보고 거기에 맞게 행하면 볼만함을 낳을 수 있다는 이치를 담고 있다.
 ‘관괘’의 괘사에서 ‘손 씻고 제수를 올리지 않았을 때처럼 하면 미쁨이 있기에 우러러 보리라’고 하였다. 이 말은 사물을 볼 때 정성스런 마음가짐으로 바라보면 그 실상에 대해 정확하게 볼 수 있고, 그 봄이 정확해지면 그에 대한 대처를 알맞게 할 수 있게 된다. 세상 사람들은 이렇게 하는 사람에 대해 우러러 보게 된다는 것이다. 어떤 문제이든 그 문제를 해결하려면 먼저 실상을 제대로 보는 것부터 해야 한다. 보는 것을 제대로 하면 풀지 못할 문제가 없고 해결되지 않을 일이 없게 되기에, 요순임금은 정확히 봄으로 요순시절을 만들었고 공자, 맹자는 정확히 봄으로 삶의 이치를 설파할 수 있었던 것이다. 성현들이 그와 같은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것은 세상을 정확히 꿰뚫어보는 깨어 있는 안목과 그 안목에 의해 행하는 실천에 감동한 대중이 우러러 보며 따른 데 있었다.
세상의 모든 일은 봄(觀)의 정도에 따라 늘 길흉의 결과를 만들어 내는데 그 공능과 폐단이 가장 크게 나타나는 것은 정치에서다. 특히 통치자의 봄은 결정적이어서 국가의 흥망이 오로지 봄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관괘’ <상전(象傳)>에서 훌륭한 왕은 ‘백성을 관찰하여 교화를 베푼다’고 하였는데, 백성의 실정을 정확히 보고 거기에 맞는 정치를 베푸는 것을 일러 ‘덕풍(德風)’이라 하고, 그 덕의 바람을 알아보고 우러르며 따르는 것을 일러 ‘순종(順從)’이라 한다. 관(觀)의 이치가 이상적으로 정치를 통해 구현되면 바로 덕풍이 불고 거기에 순종하는 사회상이 펼쳐지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만약 봄이 정확하지 못하면 백성의 실정을 알지 못하여 때에 맞지 않은 정치를 하므로 백성들이 위정자를 따르지 않게 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단전(彖傳)>에서 ‘크게 볼만함으로 위에 있어 순하고 공손하며 중정(中正)함으로 천하에 보여주니… 아랫사람들이 보고 교화된다’고 하였는데, 이것은 관괘의 상이 훌륭한 지도자가 모범을 보이면 아랫사람들은 그것을 보고 따르는 상임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올해엔 세계 각국이 다 ‘관괘’의 기운을 받지만 훌륭한 지도자를 보유했느냐 여부에 따라 나라마다 길흉은 다를 것이다.
우리 사회가 처한 상황을 감안하여 ‘관괘’의 이치로 대한민국 국민이 올해 실천해야 할 삶의 요령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일반시민은 세상을 보는 안목을 높이려 노력하라. 시민의 지도자는 좋은 사회를 바라보지만 말고 그런 사회를 이루려 노력하라. 시민의 원로는 늘 자신이 한 언행이 정도에 맞는지 살펴보며 나아가고 물러남을 행하라. 다스림을 보좌하는 사람은 훌륭한 사람들이 행한 업적을 늘 보고 자신도 그렇게 하려고 노력하라. 다스리는 사람은 늘 자신의 행함을 국민들을 통해 살펴보고 잘잘못을 판단하여 행하라.
위와 같이 실천하며 산다면 을해년 새해는 반드시 길상의 해가 될 것이다.

저작권자 © 고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