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동호회 탐방 일산소방서 사회인야구팀 일산레드엔젤스

▲ (사진 왼쪽부터)일산소방서 야구팀인 일산레드엔젤스 감독을 맡고 있는 이수석 소방장, 2루수 김일환 소방교, 유격수 박성철 소방교, 팀의 주장이자 선발 투수인 허주웅 소방장이 팀 유니폼을 입고 소방차 앞에 섰다.

2교대 근무에도 쉼 없이 훈련
창단 1년 만에 우승 일궈
지역 봉사활동도 활발히 진행

소방관들이 야구방망이와 글러브를 들고 모여 소방차 앞에서 ‘야~구하자’라고 힘껏 외친다. 하필 소방관들이라 그런지 가만히 들어보니 ‘야구하자’란 말이 ‘야~(사람)구하자’란 말처럼 들린다. 이렇게 들리는 게 기자만 그런 것인지 자꾸 속으로 웃음이 나와 물어보니 그 뜻이 맞단다. 소방관들은 “두 가지 뜻으로 들리게 일부러 그렇게 외치는 거”라며 웃는다.

일산소방서(서장 서은석)에는 2011년 창단한 직장인 야구동호회 ‘일산레드엔젤스’가 있다. 주말도 없이 2·3교대의 힘든 직장생활 속에서 야구에 대한 열정으로 똘똘 뭉친 25명의 팀원들. 이들은 비번으로 쉬는 날이면 어김없이 야구를 위해 모인다.

“사실 소방관이란 직업으로 사회인야구를 한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아요. 쉬는 날이 불규칙하고 주말 개념도 없기 때문에 주말리그에 참여하기가 힘들죠. 하지만 이런 힘든 조건에서 올해 ‘고양시연합회장배’에서 당당히 준우승을 차지했어요. 소방관들 사이에선 거의 기적같은 일이라고 합니다.”

일산레드엔젤스의 이수석(38세) 감독이 팀 자랑으로 말문을 열었다. 그는 “우리 팀은 창단 1년 만인 2012년, 2013년 연속해서 ‘경기북부 소방본부장 야구대회(11개 팀 참가)’에서 우승하면서 소방관들 사이에서 이미 막강 전력으로 소문 나 있다”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선수출신 한 명 없고, 사회인야구 경험자도 적은 팀이 어떻게 이렇게 빠르게 성장했을까 하는 질문에 이 감독은 “팀원들이 연습 시간을 많이 투자하는 것이 비결”이라고 답했다. 그도 그럴 것이 보통은 휴일에 공터에서 만나 캐치볼을 하고 몇몇은 개인적으로 돈을 내고 전문 코치들에게 개인레슨을 받기도 한다. 소방서에서도 예외는 없다. 체력단련 시간이나 개인정비 시간에 틈틈이 소방서 옥상에서 배팅연습과 캐치볼을 하며 기본기를 다진다. 요즘 같은 겨울이면 실내야구연습장을 찾아 단체 훈련을 하기도 한다.

휴일에도 동료들과 밖에서 만나며 소방관들끼리 가족 이상의 정을 느낀다는 팀원들. 팀의 주장인 허주웅(38세) 소방장은 “휴일이면 글러브 들고 집밖으로 떠도는 바람에 아내와 사이가 안 좋아져서 그런지 가족들과 멀어지고(웃음) 상대적으로 동료들에게 가족의 정을 느낀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이렇게 야구를 하며 팀 내 동료들과 돈독해지자 소방서에서도 야구팀을 좋게 보고 있다. 실제로 업무 효율이 올랐고 소방서 분위기도 좋아졌기 때문이다.

허 소방장은 “일산소방서는 장항동에 본서가 있지만 그 외에도 여러 직할센터에 180여 명의 소방관들이 일을 하고 있어서 서로 모르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이렇게 야구를 통해 서로를 알아가면서 급박한 화재 현장에서 눈빛만으로 사인을 주고받는 ‘야구센스’를 종종 발휘하며 인명을 구조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야구로 동료애가 좋아지면서 각 지역 소방서에는 일산레드엔젤스가 좋은 본보기로 소개되고 있다. 그 때문인지 이제는 경기북부 소방서마다 야구팀이 없는 곳이 없을 정도다.

이 감독은 “우리 때문에 야구하는 경기도 소방관들이 많이 늘었다”며 넉살 좋게 웃었다.

야구가 좋아 모인 이들이지만 일산레드엔젤스는 지역사회에 봉사활동도 하고 있다. 재작년에는 일산종합복지관과 손잡고 결손아이들에게 1년간 멘토링을 실시했다. 얼마 전에는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소방관련 체험·교육을 실시했으며 불우한 청소년들을 초청해 각종 선물을 전달하기도 했다.

이수석 감독은 “일산소방서 관할은 소방관 1명당 인구수가 많아 업무강도가 센 편이지만 힘든 업무 속에서도 야구팀으로 인해 동료애가 높아진 것 같아 기분이 좋다”며 “앞으로도 동료들과 합심해 시민 안전을 위해 앞장서고 지역사회 봉사활동도 지속적으로 실시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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