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으로 소프라노 음역 구사하는 성악가 루이스 초이

남성의 음역대를 넘어서는 성악가. 얼굴을 보지 않고
노래만 들으면 여성으로 착각하기 쉽다. 이름하여 카운터테너(countertenor)다.
변성기가 되기 전 거세해 소년의 목소리를 유지하는 카스트라토와는 다르다.
대부분의 카운터테너들은 여성의 알토 음역을 발성하지만 이것을 넘어선 소프라노 카운터테너가 있다.
쉽게 만나볼 수 없는 희귀한 인재다. 루이스 초이는 바로 그 소프라노 카운터테너다.
고양시민이기도 한 그가 2015년 새해 공연계의 관심작인 뮤지컬 <파리넬리> 주연을 맡아 주목받고 있다.

음악교사에서 성악가로
그를 만난 곳은 식사동의 한 카페. 실제 목소리가 궁금했다. 뜻밖에 보통 남성들처럼 저음을 가지고 있다. 이런 반응은 그의 공연을 찾은 관객들도 똑같다고 한다.


“공연은 먼저 노래를 한 곡 부르고 시작합니다. 그러면 객석이 술렁입니다. ‘여자다’ ‘아니다’하는 소리가 들리죠. 작년까지는 머리도 기르고 다녔기 때문에 더 심했습니다. 노래를 마치고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면 ‘우와~’하는 탄성이 나오죠.”

루이스 초이는 이런 반응을 즐기는 듯하다. 그는 관객들에게 카운터테너 발성법을 간단히 가르쳐 주기도 한단다. 관객들이 좋아하는 모습이 기쁘단다.

그는 대학에서 성악을 전공하면서 카운터네너를 공부했다. 졸업 후 음악전담교사로 2년 반 정도 초등학생들을 가르쳤다. 카운터테너로 공연도 하고 대학생들도 가르쳤다. 그러나 대학생들을 가르치며 ‘부족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결국 완전을 향한 음악적 열정이 그를 유학의 길에 오르게 했다.

“처음에는 2년 동안 석사과정만 공부할 생각이었습니다.” 그가 떠난 유학의 목적지는 독일이었다. 그동안 모은 돈을 체류기간으로 나눠 선택한 결과였다.

오페라학과는 석사만 3년 과정이다. 학점이 좋아서 한 학기를 조기졸업했다. 이어 연주학 박사 1명 뽑는 것에 붙었다. 이것도 2년 과정을 1년반 만에 마쳤다. 언어에서 박사학위까지 6년 걸리는 과정을 5년 만에 모두 끝냈다. 전재산은 독일에서 18개월 체류할 비용뿐이었지만 장학금을 받아 학업기간을 연장할 수 있었다.

한국에서는 생소한 카운터테너로 활동하기

학교를 마치고 독일에서 1년간 카운터테너로 활동하다가 귀국했다. 주변 지인들이 모두 말렸다. “너는 한국가면 설 무대도 없다, 무덤이다….” 그러나 그는 고국으로 돌아왔다. 2010년이었다.

귀국 후 그의 활동무대는 친구들의 걱정대로 좁아졌다. 국내에서 오페라는 익숙한 작품만 무대에 올려지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한 작품 가운데 카운터테너의 역할이 필요한 것은 없다.

카운터테너가 필요한 곳이라면 작은 무대도 마다하지 않고 올랐다. 고양호수예술제 무대에서 ‘고양아리랑’을 공연하기도 했다. 서울예술종합직업학교에서 후진을 양성하면서 최근 첫 번째 정규앨범 ‘기억의 서곡’을 발매했다. 앨범에는 그를 위한 창작곡도 한 곡 수록돼 있다. ‘추억’이다. 13년 전 카운터테너를 시작하며 포기했던 그의 남성적인 목소리와 새로 얻은 목소리 카운터테너를 동시에 소화하는 곡이다. 그가 3옥타브를 오가며 부르는 노래는 마치 남녀가 듀엣으로 부르고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파리넬리’는 18세기 유럽 무대를 풍미했던 한 카스트라토의 일대기를 그린 작품이어서 그에게 더욱 뜻깊다. 뮤지컬 ‘파리넬리’는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1월 17일부터 25일까지 공연한 후 전국 투어에 들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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