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지난 4년간 고양시 덕양구 내 800세대가 넘는 모 아파트 단지의 동대표로 2년, 그리고 단지 회장으로 2년 등 총 4년간 봉사해 왔다. 처음 시작은 정말 순진했다. 이전부터 아파트 비리와 관련해 이러 저러한 소문을 많이 들어 왔는데 그 일을  ‘내가 한 번 해보면 어떨까’ 했던 것이다. 욕심을 낸 이유는 간단했다. 이렇게 말하면 누군가는 ‘웃기네’ 할지 모르겠으나 적어도 나라면 그런 비리 유혹에 넘어가지 않을 자신이 있다고 스스로 확신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말도 많고 탈도 많다는 아파트 비리를 내가 한번 직접 경험할 수 있다는 호기심과 그러한 비리를 내가 직접 바로 잡아보면 아파트 공동체 생활이 얼마나 바뀔 수 있는지 도전해 보고 싶었다. 그래서 시작한 도전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4년 임기 중 첫 도전이었던 동대표 선거에서 예상치 못한 강적을 만난 것이다.
하필이면 내가 사는 동의 현직 대표가 단지 회장이었던 것이다. 더구나 경찰 고위 간부 출신으로 단지 회장을 지내던 그는 내가 동대표로 출마한 그때 단지 회장 연임을 하겠다며 출사표를 던진 상황이었다. 그런 현직 회장인 거물(?)과 이제 이사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초짜 도전자가 맞붙었으니 내가 봐도 승산이 없는 대결이었다. 하지만 뜻을 세웠으니 최선을 다해야 하지 싶었다. ‘살기 좋은 아파트, 팔기 좋은 아파트를 만들겠습니다’라는 문구를 써서 프린트 한후 출근하는 주민에게 다가가 지지를 호소했다. 동대표 선거에 경선 후보가 나와 선거 운동을 하니 주민 입장에서는 신기했나 보다. 놀랍게도 나는 그 거물을 물리치고 상당한 표차로 당선됐다. 낙선한 그도, 당선된 나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였다. 그래서 그 결과 앞에 그도, 나도 당황할 정도였다.
여하간 그렇게 당선된 후 나는 주민에게 한 약속을 지키려고 노력했다. 그러한 결과였을까. 동 대표 임기가 끝난 2년 후, 나는 다른 동대표로부터 단지 회장 단독 추천을 받고 이후 주민 찬반 투표를 거쳐 회장까지 당선됐다. 그리고 다시 2년. 이제 나는 4년의 시간을 거쳐 임기 종착점에 거의 다다랐다. 2015년 2월 28일이면 내 임기는 모두 끝난다. 법률에 의거, 2회 이상 동대표는 계속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제 나는 다시 아파트의 평범한 주민으로 돌아간다. 돌이켜보면 아쉬움도 있고 누구 말처럼 시원하기도 하다. 그러면서 내가 느낀 그동안의 소회는 이렇다. 아파트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아파트 비리가 근절되기를 바란다. 누구나 깨끗하고, 청렴하며, 도덕적인 아파트 입주자 대표회의로 운영되기를 기대한다. 하지만 정말 이를 위해 노력하는 주민 참여는 거의 확인할 수 없었다. 아파트 입대위를 믿는 것인지, 아니면 나에게 구체적 피해만 없다면 괜찮다는 것인지 안타까울 때가 적지 않았다. 고백하건대, 아파트 입대위에서 논의되는 내용 중에는 주민들이 알아야 될 내용이 많다. 주민들이 귀를 기울이지 않으면 누군가 어떤 흑심이 내도 이를 막을 방법이 없다. 회장 혼자 또는 몇몇의 노력만으로는 터무니없이 부족할 때가 적지 않았다.
그러나 자신의 집 베란다에 새는 작은 물방울에 대해서는 관리 주체 책임 여부를 놓고 치열하게 따지지만 전체 주민의 공동 이익이 걸린 어떤 사안에 대해서는 별반 관심이 없는 듯하다. 가장 큰 문제는 이런 무관심 때문에 입대위 대표를 하는 사람만 계속 하는 구조가 된다는 것이다. 이런데 어찌 청렴한 아파트가 될 수 있을까. 당부하고 싶은 일은 서로 동대표를 하겠다며 나서는 ‘아름다운 관심’이 있기를 바란다. 당신의 권리는 누군가가 대신 지켜주지 않는다. 오직 당신의 관심이 당신과 이웃의 권리를 지켜 준다. 함께 지키자.
고상만 인권운동가

저작권자 © 고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