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웅 대한변호사협회 고양변호사회장

▲ 박세웅 대한변호사협회 고양변호사회장
고양파주 120명 풀뿌리 조직
범죄피해자지원센터 무료봉사
억울한 사건 언제든 도맡아
지역시민사회에서 ‘원로’ 대우

대한변호사협회 경기북부지방변호사회 고양지회장. 너무 길다. 올해 1월부터 새로 고양지회를 이끌게 된 박세웅(50세) 가인법무법인 대표 변호사.

박 회장은 고양파주지회 120명 변호사들의 추대를 받아 2015년 신임 회장으로 선출됐다. 법원과 검찰이 있는 고양시에만 110명, 파주 소속 변호사들이 10여 명이다.

“임기요? 뭐, 하겠다는 사람 없으면 한 3년 하려구요.(웃음)”

전임 정병권 회장이 4년, 이석운 회장이 3년을 했다고. 고양지회는 2004년 고양지원, 고양지검과 함께 만들어졌다. 변협 내에서는 풀뿌리 조직 역할을 하지만 정작 지회 차원에서 할 일은 그리 많지 않단다. 지회 모임은 연간 4~5회 정도 있단다.

“변호사들의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법원, 검찰과 소통을 하기도 하죠. 우리 현안이라면 아무래도 경쟁이 치열해서 변호사들 먹고 살기 힘들어진 거라고 할까요.”

박세웅 회장다운 시원시원한 답변이 이어진다. 회장 선거가 얼마 남지 않은 대한변협. 4명의 후보가 사법고시 존폐를 놓고 맞선 공약을 내놓았다.

“사법고시, 나는 어느정도 존치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솔직히 노무현 같은 사람 안 그랬으면 어찌 나왔겠어요? 로펌까지 무조건 7년 동안 비싼 학비 내야만 자격을 준다는 건 말이 안되는 거죠.”

고양파주 지역에도 로펌 출신의 젊은 변호사들이 늘어나고 있다. 아직은 10% 수준이지만 곧 목소리를 낼 수 있을 정도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었다.  

“98년 고양시에 처음 왔을 때 변호사가 6~7명 있었어요. 지금은 고양, 파주만 120명이 넘는데 그럼 변호 업무가 그렇게 많아졌느냐 하면 그렇지 않거든요.”

별 답은 없어 보인다. 박세웅 회장은 법무공단, 법률구조공단, 국선전담 변호사 제도 등 정부차원의 제도들이 변호사들의 독립성을 침해하고, 생계까지 위협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자치단체, 기업들의 자문역이 늘어나고 있지만 실질적인 대우가 보장되진 않는다고. 박세웅 회장도 고양시설관리공단, 명지병원 등의 고문변호사를 맡고 있긴 하지만 실제 대우보다는 네트워크, 지역기여의 목적이 더 크다.

“고양시가 한창 개발이 진행될 때는 일이 많았죠. 결국 지방재정 문제와 마찬가지입니다. 지역 연고가 없이 바로 변호사 개업하는 젊은 친구들은 더 어렵죠.”

변호사가 많지 않았던 1998년부터 박세웅 회장은 지역에서 고양YWCA, 고양파주여성민우회, 고양시민회 등 부르는 곳은 어디나 ‘출동’했던 무료법률 전문 변호사로도 유명하다. 고양신문 지면을 통한 무료법률 자문도 꽤나 오래 했다. 이제는 후배들에게 기회를 양보했다. 박세웅 회장은 최근 하고 있는 고양범죄피해자지원센터 법률자문 봉사를 하면서 보람을 많이 느끼고 있단다. 덕분에 법무부 표창까지 받았다.

“4년 전인가 지역의 한 복지시설에서 키우던 개가 초등학생 아이를 물어서 크게 다친 일이 있었어요. 내장이 파열될 정도였으니. 처음 소송을 했는데 법률 브로커에게 당한 거 같았어요. 과도한 수임료를 물었던 거죠. 몇 년 후에 아이에게 다시 후유 장애 증상이 나타나서 2차 소송을 제가 맡았죠. 원래 같은 건으로 재소송은 안되는 건데 승소했어요. 500만원 정도의 추가 치료비를 받아냈던 일이 보람 있었던 기억이네요.”

범죄피해자지원센터는 범죄 피해자들을 위해 심리치료부터 법률 자문까지 다각적인 도움을 주는 기관이다. 박세웅 회장은 이곳에서 무료소송과 심의위원 활동을 통한 지원을 해오고 있다.

변호사로 지역에서 15년이니, 이런저런 사건들도 많이 맡아왔다고. 그는 최근 국민참여재판을 통해 성추행 혐의를 받고 있던 태권도 관장이 무죄 판결을 받도록 도왔던 사건을 떠올렸다.

“도장에서 초등학생들이 관장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신고한 사건이었어요. 피고가 신청하면 국민참여재판이 가능한데 일반인들에게 설명을 해야하니까 훨씬 어렵죠. 당시 14시간동안 재판이 진행됐어요. 7명 중 4명이 무죄, 3명이 유죄라고 평결했죠. 어려운 재판에서 진실을 밝혀 보람이 컸습니다.”

평범한 시민들이 재판을 경험하는 일이 자주 있어서는 안되겠지만 만약 그런 일이 생긴다면 “법률 사무소를 너무 많이 다니지는 말고 두세 군데 정도 다녀보고 판단해서 맡긴 이후에는 신뢰를 보내주는 것이 좋다”는 조언을 전했다.

고양시민회 등 지역 시민사회단체에서는 이제 ‘원로’급으로 대접받는 박세웅 회장. 모임마다 기분 좋게 ‘술값내주는 고마운 사람’으로 인정을 받고 있다. ‘말로 떠드는 일’보다 그런 일이 자신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박세웅 회장은 후배 변호사들에게도 “뭐 다른 게 해줄 게 있겠냐. 술이나 사줘야겠다”며 호탕한 웃음으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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