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 어린이집 원장들 “마녀사냥 그만”

송도 아동학대 사건 후폭풍, 교사사퇴 이어져
정부의 CCTV설치 의무, 전수조사 방침에 반발


“요즘처럼 자존감이 떨어지고 창피해본 적이 없어요. 누가 우리 자식들에게 어린이집 교사 하라고 추천하겠어요.” “최근 교사 채용 면접을 봤는데 일하고 싶다는 분이 몸무게가 88kg이라는 거에요. 아무래도 이번 사건 때문에 신경이 쓰여서 서류를 돌려드렸어요.”

송도, 인천의 어린이집 아동학대사건. 정부와 경찰이 전국 어린이집을 상대로 CCTV 자료 제출을 요구하고, 설문조사에 나서겠다는 등 추가 사례 ‘색출’과 처벌을 위한 강도 높은 대책들이 나오고 있다. 고양시에서는 작년 사례가 들춰져 다시 언론에 조명이 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20일 고양시 어린이집 연합회 소속 원장 20여명이 연합회 사무실에 모였다.

원장들은 ‘보육교사와 어린이집을 잠재적 범죄자로 모는 언론보도와 정부 대응’에 우려를 나타내며 자신들의 심경을 가감없이 전했다. 이번 사안 이후 학부모들의 민원이 이어지고, 교사들은 사퇴의사를 밝혀 교사 충원의 어려움까지 겪고 있다며 원장들은 “더이상의 마녀사냥식 언론보도와 대책 대신 근본적인 대안을 마련해달라”고 호소했다. 다소 일방적인 주장일 수 있으나 학부모, 교사들의 입장은 이어서 게재할 예정이다.

“스마트 앱을 연결해서 실시간으로 CCTV를 보게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정치가 부모들을 병들게 하는 것이라 생각해요. CCTV를 보면 행동만으로 ‘혹시 우리 아이를 교사가 때리나’하고 생각하게 들 거에요.”

보육교사 자격증은 보너스 자격증?
“현장에서 아이들을 지도하는 사람들이 교사에요. 교사 배출에 대한 문제가 이번에 제대로 정비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유아교육 관련 유사 학과, 비서학과, 가정학과  등에서 보너스 식으로 보육교사 자격증을 주는 건 하지 말아야 해요. 또, 아이들을 직접 다뤄야하는 보육을 면대면으로 하지 않고 사이버 대학에서 자격증을 준다는 건 말이 안됩니다. 또 3급 자격을 주는 교육원에서 무슨 물건 생산하는 식으로 교사를 대량 생산하는 건 없어져야 합니다.”

고양시에는 1200개의 어린이집이 있다. 이중 고양시어린이집연합회 소속 20여명의 원장들이 모였다. 억울함을 호소하면서도 자정 노력을 계속 하고 있다고.
“보육 자격증을 받기 위해 실습을 한달 나갑니다. 외국은 기본이 1년 이상인데 우리는 실습 기간 자체가 부족합니다. 아무리 대학 자체에서 코스를 밟아서 하더라도, 4년제 이상 대학을 나온 친구들도 다 바뀌어야한다고 생각해요.”
“우리 어린이집에는 점심시간 때쯤 밥 안먹겠다고 우는 아이가 있어요. 저는 그 아이는 낮잠 자고 일어나면 밥을 주라고 했어요. 그런데 CCTV로만 보면 아이가 밥을 물고 우는 거에요. 충분히 오해할 수 있는 거에요. 매일 감시하고 있으면 교사들이 아이를 만지는 것도 무섭다고 해요.”
“어떤 어린이집에서는 아이가 오다가 넘어졌대요. 원장님이 아이를 일으켜 세우는 장면이  CCTV에 마치 아이를 잡아채는 것처럼 보인 거에요. 그 엄마, 아빠가 쫓아오고 난리쳐서 결국 원을 그만 뒀대요. CCTV 하나로만 판단하고 교사의 요구를 묵살시키고. 그러면 아이들은 뭘 보고 자랄까요. 선생님은 나쁜 사람, 폭력적인 사람이고. 집에 가면 할머니가 묻는대요. ‘오늘은 안때렸니?’하고.

“뚱뚱한 교사 있냐”고 확인 전화도  
“어떤 할머니가 어린이집에 전화를 했대요. 혹시 뚱뚱한 교사가 있냐고. 그 때린 교사가 뚱뚱하다고. 뚱뚱하면 문제가 있는 것같다고 이야기했다는 거에요.”

“상황이 이렇게 되다보니 우리 이야기는 안믿고, 무조건 아이들 이야기만 믿어요. 우리 어린이집과 교사들의 인권을 나락으로 떨어트리고. 어린이집 다 반환하자는 운동 저도 동참하고 싶어요.”

“오리엔테이션 때 부모님들에게 폭력 동영상 보여드려요. 거기서 보면 가정에서 일어나는 학대가 80%가 넘어요. 한아이가 잘 자라기 위해서는 주위에 좋은 어른 20명이 필요해요. 가장 필요한 것은 좋은 단백질 섭취하고, 좋은 심성을 가진 어른, 그리고 창의 교육이 필요한 거죠. 교사들에게 한번 더 안아주고, 자존감 높여 주어야 한다고 이야기해요.”

경기도어린이집연합회의 성명서. 정부의 CCTV상설화 등에 대해 부당함을 설명하고 있다.
“CCTV에서 이렇게 안아준 것도 때린 것처럼 보인다. 이런 것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CCTV업체에 물어보니 화소수 좋은 것, 중국산 싸구려 쓰지 말고. 그런데 CCTV 좋은 건 누가 사줄 거냐고.”
“저는 사건 나고 CCTV를 선생님들하고 같이 봤어요. 그런데 우리가 이쁘다고 만진 것도 때린 것처럼 보이는 거에요. 각반에 카메라가 없어서 선생님들이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어주는데 화면만으로는 핸드폰만 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해요. CCTV 화면을 무조건 가져간다는 건 오해의 여지가 너무 많아요.”

12시간 근무, 116만원 최저임금
“어린이집 교사들 업무가 진짜 많아요. 오전 7시 반부터 오후 7시반까지 12시간 근무인데 평가인증제 때문에 서류도 정말 많아졌어요. 아이들 보내고 청소하고 어쩌다 보면 9시, 10시 퇴근도 우습다니까요.”
“어린이집노동법과 보육법이 상충한다는 지적 맞아요. 노동시간이 조정되어야해요. 힘들고 일하는 시간 길어지면 짜증이 나게 되어있어요. 교사들의 근무여건이 개선되어야 해요.”

“교사 인건비 따로 지원은 없어요. 교사에 대한 116만6220원이 올해 책정된 최저 임금이에요. 작년이 109만원 정도였어요. 여기에 처우개선비가 33만원 개인에게 직접 지원되죠.”
“교사 처우 개선을 해줘야하는게 맞아요. 그 다음에 인권을 이야기할 수 있는 거에요. 지금 CCTV 설치 이야기 나오는데 누가 해줄 건지. 그 돈은 어디에서 지원해줄 건지 묻고 싶어요.”

“폭행 교사에 대해 본인 뿐아니라 남편까지 신상이 다 털려서 직장도 그만 두고 그랬다고. 새해 교사 근무 여부를 물어보는데 선생님이 가족회의에서 그만두라고 했다는 거에요. 이렇게까지 만들어 놓은 거죠. 전체 어린이집이나 교사들이 근무를 하기 어려울 정도로까지 만들어 놓은 거죠.”
“우리는 어린이집과 유치원 같이 있는데 유치원 장학지도는 오셔서 ‘이 프로그램 참 좋네요. 다른 곳에도 적용 해야겠네요’해요. 그런데 어린이집은 빗자루 세워놓았다고 감점 당하고, 고무장갑 놓았다고 1점 감점, 이런 식이에요.”

“우리 원 옆에 병설 유치원이 있는데 거기는 반찬을 남기면 식판을 안 받는대요. 아이를 병설에 보내겠다는 엄마가 반찬을 안 남기게 지도를 해달라고 하는 거에요. 제 생각에는 그것도 아동학대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데 병설유치원에서 하면 괜찮고, 어린이집에서 하면 안된다는 이중적인 기준도 있어요.”

원장들은 이야기를 하다가 결국 눈물을 보였다. 이번 일을 계기로 어린이집에 대한 지원이 현실화되고, 자정노력도 제대로 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CCTV만으로 폭행 판단 어려워
“저희 어린이집에는 CCTV가 없어요. 모든 교사들에게 설문조사를 하겠다고 하니까 우리 교사 한분이 오셔서 ‘이렇게까지 어린이집 교사 할 생각 없어요’해요. 그래서 당장 선생님을 뽑아야 해요. 이번 일 있기 전에 주말에 전화가 왔어요. ‘애가 우유를 쏟고는 바로 벽으로 가서 만세를 했다. 어린이집에서 무슨 일 있어냐’고 묻는 거에요. 결국 확인해보니 태권도에서 형들이 혼나는 걸 보고 그렇게 벌서는 시늉을 한 것으로 마무리가 됐어요.”

“왜 무슨 일만 있으면 어린이집 가지고 그러는지. 아침에 아이가 상처를 입고 오는 경우가 정말 많아요. 그런데 요즘에는 어린이집 끝나고 가면 집에서 옷벗기고 멍이 들었나, 다친데는 없었나 확인한다고 하더군요. 심지어는 역할극도 해서 학대 여부를 확인한다는 거에요.”

“예전에는 보육교사가 신부감 1위였는데 집안 회의에서 ‘너 보육교사 하지 말아라’까지 됐다는 게 너무 비애감이 들어요. 지금 우리는 나락으로 떨어질 만큼 떨어져서 어떻게 일을 할지 모르겠어요.”

실시간 감시받으면서까지 일 못해
“앞으로 아이들 정원을 줄인다고 하는데 그에 대한 인센티브를 원에 돌려주셔야해요. 사실 CCTV는 우리가 투명한 원 운영을 위해서 도입한 건데 그게 족쇄가 돼서 돌아온 거에요.”
“제가 고양시 32번으로 어린이집 인가 받았아요. 이번에 지나간 세월 생각하니 눈물이 나요.”
“어머니가 전화해서 ‘우리 아이가 김치 싫어하는데 혹시 선생님 아이 혼내지 않으셨어요?’하고 물으시더군요.”

“어제 우리 원에서 아이 하나가 넘어져서 이마쪽이 다쳤어요. 제가 데리고 병원으로 갔는데 거기서 ‘너 어린이집에서 다쳤구나’하고 쳐다보는 거에요.”
“요즘 어린이집 교사들이 자기 직업을 숨긴다는거에요. 요즘 대학 보육관련 과 학생들이 어린이집에 안가고 싶다고 해서 왜 그러냐고 물어봤어요. 급여도 낮고, 인식도 별로이고, 학부모, 아이들하고 다 싸워야 한다는거에요.”

“고양시는 어린이집이 70%정도밖에는 아이가 차 있지 않아요. 그런데 지금 보육료는 100% 차 있는 걸 전제로 하는 거에요. 이 상태에서 운영을 한다는 것 자체가 기적이에요. 원장님들이 자기 월급을 못 가져가고, 오히려 운영비를 내놓는 경우고 있어요. 교사 월급을 올려줄 수가 없는거에요. 그러니까 다 짜증이 나는거에요. 교사 처우개선, 그거 되면 교사들 힘들어도 일할 수 있어요. ”

국공립과 형평 맞춰야 보육 대란 막는다
“우리 어린이집에서 한 아이가 하루종일 뛰어다니는 거에요. 어머니 모셔다가 아이가 계속 뛰어다니는데 요즘 분위기가 이러니 오후 2시반정도까지만 시간을 줄였으면 좋겠다고 했어요. 그랬더니 엄마가 교육청, 시청에 민원을 넣은 거에요. 제가 종일반을 못 다니게 했다고.”
“우리가 보육료가 5년째 동결됐어요. 그런데 최저 임금은 계속 올라가는데 그걸 따라갈 수가 없어요. 원 운영이 어려우니, 교사 처우가 어렵고. 국가에서 전반적인 상황을 파악하고 근본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여기서 헤어 나오기는 어려울  것같아요. 보육 대란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거죠.”

“국공립 어린이집을 대안으로 이야기하는데 우선 국공립 시설은 아이 1인당 47만원을 지원하는 거에요. 이건 민간과 형평에 어긋나는 거죠. 국공립에 아이를 보낼 수 있으면 좋겠지만 국가적으로 국공립 비율을 49대 51로 늘리는 데 154년이 걸린다는 거에요. 그렇다면 어떻게 민간 어린이집의 운영을 현실화할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하는 거죠.”

고양시 어린이집 연합회는 28일 오후 4시 30분 덕양구청 대회의실에서 이번 사안과 관련한 교육과 자정 결의대회를 가질 예정이다. 다소 일방적인 하소연이지만 기자를 향해 여러 이야기를 눈물과 함께 털어놓은 원장들은 “이번 일을 계기로 보육 정책이 현실화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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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게재 이후 국공립 어린이집 관계자로부터 국공립 어린이집 아이들이 '1인당 47만원을 지원받는다'는 내용이 사실과 조금 다르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현재 국공립 어린이집은 영아는 34만7000원, 만4세 28만5000원, 5세 22만원을 지원받는다고 합니다. 교사 인건비도 영아반 담당 교사에 대해서만 영아반 80%를 지원하고, 유아반 교사는 30%의 인건비를 지원받는다고 알려왔습니다. 양해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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