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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시장, 슈퍼맨, 토토가 그리고 미생

요즘은 참 살기 힘든 팍팍한 세상이다. 생활이 예전보다는 윤택해지고 편리해졌지만 주변을 돌아보면 억울하고 불쌍한 사람들 천지이다. 돈 없고 빽 없는 서민들이 살아가기 힘든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런데 요즘은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나 재력을 갖춘 사람들도 살기 힘들기는 마찬가지인 것 같다.
청와대는 물론이고 여야 국회의원들 모두 치열한 생존싸움을 벌이고 있다. 대통령 주변에서는 벌써 다음 정권을 염두에 두고 암투가 노골화되었고, 국회의사당 주변에서는 다음 총선 공천권을 차지하기 위한 계파싸움이 여야를 막론하고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재벌가들도 힘들기는 마찬가지이다. 삼성은 이건희 회장이 사경을 헤매고 있는 상황에서 경영지표가 정점을 찍고 하락세로 돌아섰다. 감옥에 간 재벌총수들은 정치권에 줄을 대고 ‘특별사면’을 간절히 기대하고 있지만, 유권자 여론을 무시할 수 없는 정치인들은 다들 입조심을 하며 국민 눈치를 보고 있다. 세상살이가 힘들어지면 사회적으로 나타나는 일반적 현상이 있다. 우선 가족 의존도가 높아진다. 개인의 안전과 행복을 유지해주는 수단으로서 국가나 지역의 기능이 약화되기 때문이다. 최근 영화 ‘국제시장’이 천만관객을 돌파한 것은 어려운 시기 가족에 대한 향수와 정서를 자극했기 때문이다. 전쟁이든 경제위기든 결국 가족의 힘으로 헤쳐 나아갈 수밖에 없다는 인식을 더욱 강하게 해주었다.
그러나 세상살이가 힘들어지면 가족을 유지하는 것은 점점 힘들어진다. 영화 ‘국제시장’의 주인공처럼 가족을 위해 희생하며 성공적으로 지킨 사람들도 있지만, 가족이 해체되고 노숙자로 혹은 독거노인으로 쓸쓸하게 인생의 종말을 맞이하는 사람들도 드물지 않다. 결혼과 출산의 비율이 해마다 낮아지는 것은 가족으로서 살아가기가 그만큼 힘들기 때문이다. 세상살이가 힘들어지면 사회적 희생양이 등장한다.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나의 잘못을 남의 탓으로 돌려 그 책임을 회피하려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느 나라고 경제가 어려워지면 외국인노동자에 대한, 외국자본에 대한 비판적 정서가 팽배해진다. 아시아의 경우, 반일, 반한, 반중 감정이 고조되고, 중동지역에서는 반유럽 정서가, 유럽에서는 반이슬람 정서가, 미국에서는 반이민자 정서가 고조되어 왔다. 세계경제가 회복세를 보이지 않는 한 세계 각국의 배타적 정치감정은 누그러들지 않을 것이다.

세상살이가 힘들어지면서 나타나는 또 다른 현상은 복고, 즉 과거에 대한 향수에 몰입하는 현상이다. 영화 ‘국제시장’이 40~50대 이상의 장년층의 복고감정을 자극했다면, 30대 이하 청년층은 문화방송의 소위 ‘토토가(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에 열광했다. 토토가는 90년대 인기가수들의 공연을 재현한 프로그램이었다. 미래가 보이지 않는 요즘 젊은세대들은 잠시나마 10~20년전으로 되돌아가 지금의 팍팍한 현실을 잊고 즐길 수 있었다. 결혼도 할 수 없는 처지인 사람들은 애정드라마를 보며, 결혼을 했지만 출산과 육아를 할 여유가 없는 사람들은 ‘슈퍼맨이 돌아왔다’와 같은 육아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통해, 취업의 기회를 갖지 못한 사람들은 ‘미생’ 드라마를 보며, 자신의 처지를 TV프로그램 주인공에 대입해 대리만족을 느낀다. 우리의 암울한 현실이 국제시장, 토토가, 슈퍼맨, 미생과 같은 미디어 프로그램을 소위 대박상품으로 만든 것이다.
                                                                                                         장호순 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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