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 이 사람 주교동에서 폐지 모으는 김순년 할머니

▲ 주교동 일대에서 폐지를 모으는 김순년 할머니는 “내가 착하게 살면 자식들도 다 잘될 것”이라며 “그래서 지금이 가장 행복하다”고 웃었다.

사무실 폐지 모아 번 돈으로
직원들에게 요구르트 선물

덕양구 주교동 일대 고양시청 근처에서 폐지를 모으는 김순년(75세) 할머니는 주교동 인근 사무실에서는 유명인이다. 매일 아침 8시부터 나와 사무실들에 들러 유모차에 폐지를 가득 채워 팔고는 오후 6시가 돼서야 집으로 향하는 김 할머니. 할머니가 불편한 몸을 이끌고 건물 계단을 오르내리며 쉬지 않고 폐지를 모으는 이유를 들어봤다.

“젊었을 적에는 딸 넷과 아들 하나 고등학교까지는 나오게 하려고 쉬지 않고 일했지. 지금은 집에 가만히 있는 게 싫어서 운동 삼아 하는거야”라고 말하며 “지금은 아들이 파주 운정에 번듯한 국수집을 개업해 용돈도 주고 얼마나 좋은지 몰라”라며 웃으신다.

김순년 할머니는 전라북도 안동에서 태어나 1960년 서울 청량리를 거쳐 1986년 3월 고양시에 왔다. 지금은 주교동 우인아파트에서 할아버지, 그리고 8살난 애완견(말티즈) 한 마리와 살고 있다. 김 할머니는 19세에 결혼한 후로 일을 쉰 적이 없었다. 식당일부터 야채장사까지 닥치는대로 했다. 95년 식당에서 무거운 물건을 옮기다 허리를 크게 다치는 바람에 10년 동안 아무 일도 못했다고 한다. 그 후 자녀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불편한 허리를 유모차에 의지하며 폐지를 모으고 있다. 큰딸은 할머니에게 입원하셔야 한다 했지만 할머니는 손사래를 쳤다. 김 할머니는 “좀 더 있으면 진짜 못할 것 같아. 내 성격상 일을 쉬는 게 쉽지가 않아”라고 말했다. 김 할머니는 아프지만 않으면 토요일 일요일도 폐지를 모은다. 김 할머니가 쉬는 날은 비나 눈이 많이 오는 날이다.

요즘은 왠지 사무실에서 나오는 폐지가 많이 줄어 아쉽다는 김 할머니는 “고양신문 건물 2층에 있던 세무법인이 이사가서 그런 것 같아. 종이가 참 많이 나왔는데…”라며 아쉬워했다.

본지와도 인연이 각별한 김 할머니는 “고양신문이 이사했을 때 폐지가 정말 많이 나와서 좋았어”라고 말했다. 하루는 그동안 폐지를 챙겨줘서 고맙다며 요구르트 10개들이 4팩을 신문사에 선물로 두고 가기도 했다. “항상 폐지를 챙겨주는 게 고마워서 그랬지”라며 부끄러워 했다.

하루 열심히 폐지를 모으면 5000원 정도 버는데 그 돈으로 아들과 가끔 소주한잔 기울이는 시간도 김순년 할머니에게 큰 행복이다. “요즘은 애들 즐겁게 잘 사는 모습 보는 게 가장 행복해. 자식 귀한 줄을 몰랐는데 지금이 가장 행복해.”

“자식들 손주들 건강한 것이 내 소원이지. 내가 계속 착하게 살면 자식들도 다 잘 될 것이라고 믿어”라는 김순년 할머니는 “오늘도 중학교 예비소집에 다녀오는 손주를 만난다”며 싱글벙글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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