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앙프라방에서 코이카 모자보건사업의 현장책임자로 2개월 근무했다. 루앙프라방은 지난 9월 tvN ‘꽃보다 청춘’에서 소개된 후에 한국인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얻는 관광지이다. 숙소인 호텔에는 성탄과 연말에는 전 세계인으로 가득 찼다가 일주일 지나고 나니 투숙객이 나 혼자인 듯 적막강산이 되기도 했다. 그러곤 또 여행객이 온다. 하루는 프랑스어, 다른 날은 스페인어, 영어, 독일어 들리기도 하고, 종종 반가운 일본어와 타이어도 들린다. 아주 가끔 한국어도 들린다.
여행객을 보면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젊은 층과 나이든 층으로. 젊은 층은 주로 배낭여행족이어서 저렴한 여관에 묵고 나이가 든 층은 호텔에서 묵으며 택시를 탄다. 의상도 재미있다. 나이가 든 층은 평상복을 입고 야시장에서 산 가방이나 스카프로 여행자의 멋을 낸다. 젊은 층은 남녀가 모두 야시장에서 산 통바지를 입고 거리를 활보한다. 사람 구경이 루앙프라방의 또 다른 하나의 재미다. 12월 방학이 되면서 루앙프라방 야시장은 한국 사람으로 도배가 되는 듯하다. 오죽하면 직항로가 몇 개 생겼다고 하지 않는가. 한국인 여행객을 보니 재미있는 발견을 하였다. 젊은 층은 현지인 옷도 사 입고 영어가 되니 세계인이 모이는 곳에 자연스레 섞여 있는 모습을 보면 뿌듯하기도 하다. 가끔 조용한 거리를 주변 시선을 이끌면서 뛰는 한국 청년에게 주의를 주기도 하였지만.
한국 중장년 층 관광객은 또 다른 문화를 보인다. 15명 이상 큰 그룹을 이루고 모두 등산모자와 등산바지, 등산점퍼를 입는 것을 알았다. 특히 야시장에서 챙이 큰 모자를 쓴 사람은 틀림없이 한국 사람이다. 어제도 사람 구경을 하러 야시장에 있는 중국호텔 식당의 야외 좌석에서 식사를 하는데 한 20명 되는 등산복 차림의 한국 관광객이 일행을 기다리느라 모여 있었다. 식당의 진입로를 막고 큰소리로 떠들면서. 지나가는 여행객이 모두 한 번씩 쳐다보고 지나갔다. 본인들이 별로 바람직하지 않는 구경거리가 되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개의치 않고.
밤에는 야시장에 많은 사람이 모인다. 그러나 시끄럽지 않다. 소곤소곤 흥정하는 소리와 이야기하는 소리가 바람결에 들릴 뿐. 그러다가 ‘누구야’라고 부르는 큰소리는 한국어다. 옷차림새며 말하는 태도며 별로 매력적이지 않아 보이는 것은 나 혼자만의 생각일까? 여행의 즐거움 중 하나가 쇼핑이다. 라오몽족이 만든 1만원 이내 물건을 고르고 사는 것도 루앙프라방 여행이 주는 매력이다. 여러 나라에서 온 여행객은 물건이 마음에 들면 한번 흥정하고 살 마음이 없으면 흥정을 바로 끝낸다. 10분 이상 흥정하고 물건을 사지 않고 가는 한국 관광객을 보는 현지인의 눈초리가 마음에 걸리는 것은 나의 과잉반응일까?
루앙프라방은 여행지이지 관광지가 아니다. 구경거리가 별로 없는 것이 루앙프라방의 특징이다. 물론 광시폭포는 대단하지만. 마음 맞는 사람끼리 와서 맛있는 음식도 먹고 걷고 자연의 무심함도 즐기고 메콩강의 대단함도 느끼게 된다.
이성은 관동대 간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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