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사람들이 함께 만든 마을지도

최근 몇년 새 공방·카페 속속 모여
공간 소개하는 마을지도 직접 제작
지난 벼룩시장엔 타 지역에서도 와
“문화와 나눔 있는 길 만들고파”

 

가로수길, 경리단길, 삼청동길, 성수동길…. 멋과 여유를 즐기려면 이젠 지역이 아닌 거리를 찾아나서야 한다. 이름난 거리에는 주말 뿐 아니라 주중에도 사람들이 북적인다. 이들 거리의 이름값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고양시에도 알음알음 입소문 난 거리가 있다. 지난해 말엔 이 거리를 찾는 이들을 위한 지도도 나왔다. 일산 ‘보넷길’이 바로 그곳이다.  

그레이스 퀼트  퀼트 수강, 니나스버거  수제버거&브런치, 데일리스위트  프렌치스타일 수입가구·소품, 라임스케치 인테리어소품·의류·패브릭, 루이엘 모자숍, 마르셀의 여름 수입 빈티지 가구·소품, 몬 아뜰리에 프랑스자수 공방, 미세스빈티지 수입빈티지 가구, 블로보넷·가을내음  일본 직수입 구두·핸드백, 아뜰리에 블라썸 의류 핸드메이드 제품, 아티 카페&도자기페인팅 수강, 알레프 카페, 양지미 식당 양식 가정식 식당, 유로앤틱 유럽 수입 앤틱가구, 앤의 다락방 앤틱 빈티지 가구와 소품, 에트렌느 일본 수입 의류와 수입 소품 멀티숍, 주니케익 수제케이크·마카롱·베이킹클래스, 플로리 프렌치스타일 플라워 플라워 레슨&어레인지먼트, 폴란드그릇스타라 직수입 폴란드 그릇, 키친데일리 브렌치레스토랑, 피요르드 빈티지그릇 파스타

 

동네 분위기 닮은, 보넷길
보넷길은 일산동구 정발산동 밤가시마을 8, 9단지 앞쪽부터 마두도서관 맞은편까지, 작은 공방과 가게가 모여 있는 단독주택단지 일대를 일컫는다. 엄밀히 말하면, 도로명이라기보다는 동네이름에 가깝다. 그러나 행정지도에 보넷길은 없다. 이곳에서 공방, 수입가구점, 그릇가게 등을 운영하는 주인장들이 동네에 붙인 이름이기 때문이다. 보넷은 턱밑에서 끈을 매는 여성용 모자 ‘보닛’에서 따왔다. 딱히 큰 의미는 없고, 모임을 함께하는 가게 주인들이 모자 쓰는 걸 즐기는데다 앤티크·빈티지 가구와 소품, 아기자기한 공방 등이 모여 있는 이곳 분위기와도 잘 어울리겠다 싶어 지은 이름이다.
“최근 몇년 사이 이곳에 특색 있는 가게들이 부쩍 늘었어요. 한동네서 비슷한 일을 하는 이웃끼리 함께하자는 의미에서 종종 모임을 갖곤 했죠.”(김수희 데일리스위트 대표)
그러다 좀 더 깊고 넓게 ‘연대하자’는 데 뜻이 모아졌고, 그 첫 결과물로 내놓은 것이 지난해 말 제작한 마을지도다. 김수희 데일리스위트 대표의 미술을 전공한 두 딸이 힘을 보태보면서 지도 제작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이곳에서 공방을 겸한 카페를 10년 가까이 운영하는 송희주 아티공방 대표는 “삼청동, 북촌까지 나가지 않고도 둘러볼 만한 멋스런 공간과 예쁜 가게들이 보넷길에 많다”며 “카페에 들렀다가 지도를 보고 다른 곳에도 가보고 싶다는 손님들이 꽤 된다”고 말했다.

작은 가게마다 주인 취향 물씬
소위 ‘뜬 길’들이 그렇듯, 보넷길에는 주인 취향이 묻어나는 작은 가게들이 많다. 암센터 맞은편에서 애니골 입구쪽으로 향하는 거리에는 앤티크·빈티지·프렌치 스타일의 수입가구점이 늘어서 있어 이국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강렬한 푸른빛의 핸드메이드 폴란드 그릇, 일본에서 직수입한 가죽구두와 백팩 등 가게마다 볼거리도 넘쳐난다. 잡지 속에서 막 튀어나온 듯 감각적이고 개성있는 가게들의 인테리어도 눈을 즐겁게 한다. 제각각의 색깔을 품은 가게를 하나씩 둘러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김수희 대표는 “앤티크·빈티지숍의 경우 주인장들이 영국, 미국, 독일, 폴란드 등 각자의 취향에 맞는 나라들에서 직수입하기 때문에 가게마다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한 물건들이 많다”고 말했다.
수제케이크, 수제버거, 브런치, 양식가정식 등의 먹거리, 퀼트·프랑스자수·도자기 공방 등도 이 거리를 특색 있게 하는 요소들이다.

 

지난해 10월 말 열린 보넷길 벼룩시장. 다른 지역에서 일부러 찾아올 정도로 호응이 좋았다.

 

떴다 지는 길 아닌 소박한 동네 길
보넷길 가게들은 앞으로 이 거리를 하나의 ‘브랜드’로 만들어나갈 계획이다. 지난해 10월 31일엔 ‘제1회 보넷길 벼룩시장’을 열었다.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전남 광주에서도 찾아온 이들이 있을 정도로 호응이 좋았다. ‘일산에 이렇게 재미있는 길이 있는지 몰랐다’며 다음 벼룩시장 일정을 물어온 고양시민도 있었다. 그 다음달에는 매장별로 경품을 내놓고 할인행사를 하는 ‘보넷길 페스티벌’을 진행했다.
“겨울이라 지금은 잠시 움츠리고 있지만, 봄이 되면 보넷길 활성화를 위해 더 많은 일을 벌일 것”이라는 김수희 대표는 “가게들 뿐 아니라 동네주민들도 각자 아끼는 물건이나 작품을 들고 나와 함께 참여하는 벼룩시장이 됐으면 한다”는 바람도 밝혔다.
이어 “상업화에 물들지 않고 특색 있는 가게들의 거리가 될 것”이라며 “벼룩시장을 비롯한 행사 수익금의 일부를 기부하는 방안도 계획 중”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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