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원 250명, 협동조합 신문

<매체 환경의 다변화. 언론의 다양한 변신은 당연히 무죄. 얼마전 지인이 지역신문이 영어로 뭐냐고 물어왔습니다. 우리는 로컬페이버(Local Paper)만을 이야기하지만 지역신문의 역사가 먼저인 미국에서는 공동체신문(Community Paper)가 조금더 일반적이라 알고 있습니다. 지역보다 더 작은 단위, 마을, 공동체를 대상으로 하는 신문, 매체를 말합니다. 소비자와 생산자, 독자와 기자의 구분이 사라지면서 다양한 마을미디어, 매체들이 속속 선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번호 고양신문에서는 협동조합형 신문으로 새롭게 출발한 부천시의 콩나물신문사를 찾아가보았습니다. 아직은 조합원 250여명의 작은 매체인 콩나물신문.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아기자기함과 저력에 다들 ‘깜짝’ 놀라실 겁니다. >

고구마 구워먹는 열린 편집회의
격주 지면, 인터넷, SNS 활용 
부천시 담쟁이문화원에 둥지

▲ 콩나물신문협동조합은 250명 조합원, 8명의 이사와 편집국장, 기자, 사무국장이 꾸려가고 있다. 한효석(61세) 이사와 최정우(38세) 사무국장은 콩나물신문사를 함께 꿈꾸고 함께 해온 파트너. 한 이사가 먼저 만든 담쟁이문화원 건물이 콩나물신문사의 아늑한 둥지다.

“248번째 콩나물신문 고광의 조합원입니다. 원종동에서 삼천리자전거 대리점을 하시고요. 원종 2동 희망장학회 회장님이시기도 합니다. 신문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만드는 게 아니고 공동의 이익을 위한 거라는데, 콩나물에서는 이걸 만든 목적이 뭔가요?”

콩나물신문협동조합의 공식 페이스북에 최근 소개된 포스팅. 조합원이 새롭게 가입을 할때마다 자세한 소개와 사진을 게재한다. 인터넷 사이트보다 신문사 내부 사정을 속속들이 알 수 있는 페이스북을 보는 재미가 크다. 고구마를 구워먹으며 ‘열린 편집회의’를 하는 광경도 실시간 공개된다. 회의내용 공유는 당연.

작년 2월 창간, 지역언론 강좌부터
오산 이사장이 여수를 다녀온 1월 26일에는 신문사에서 굴 파티가 벌어졌다. 오산 이사장은 여수를 오는 길에 페이스북과 SNS를 통해 “굴 잔치를 벌이니 많이들 오셔서 드시라”는 소문을 낸 것. 저녁 신문사 사무실에는 조합원과 독자들이 몰려들어 굴과 막걸리를 함께 나눴다. 이쯤 되면 신문사라기보다는 시골동네 마을회관 풍경처럼 보인다.

콩나물신문사는 작년 2월에 창간했다. 부천시는 종이로 발간되는 지역신문만 6개, 인터넷신문은 30개나 된다고. 그런데 왜?

“신문사가 많아도 다 우리 것이라는 생각이 안 들었겠지요. 우리 목소리 내는 신문 만들자니까 공무원, 직장인, 주부부터 백수들까지 다양하게 왔어요. 성향이요? 새누리당 지지자부터 진보정당까지 다 있어요. 왼쪽부터 오른쪽까지.”

콩나물신문사를 만드는 일에 처음 ‘동을 떴던’ 한효석 이사의 설명이다. 창간 이전에 한효석 이사와 최정우 사무국장이 먼저 뜻을 모았다. 두 사람은 한 이사가 운영하는 담쟁이 문화원에서 지역신문, 지역언론에 대한 강좌를 먼저 열었다. 경남도민일보 김주완 국장, 월간 토마토 이용원 편집실장, 과천마을신문 제갈임주 기자를 강사로 초대했다. 의외로 지역신문에 관심있는 이들이 많이 모여들었다. 지역언론의 성공사례로 꼽히는 경남도민일보 이야기와 과천신문의 실패사례를 통해 사람들은 ‘우리도 할 수 있다’ ‘저렇게 하면 안되는구나’를 배웠다고.

베를리너판으로 격주로 발행되는 콩나물신문.

“협동조합과 지역언론은 맞춤궁합”
먼저 진행하고 있던 협동조합과 사회적경제 교육은 지역신문과 협동조합의 만남을 자연스럽게 했다. 한효석 이사는 “참여와 동등한 권한이라는 협동조합의 원칙과 지역신문이야말로 더할 수 없이 잘 맞는 조합”이라고 설명했다. 추진 주체들이 모이니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창간에 앞서 준비호를 먼저 냈다. ‘만만한 일인지’ 보기 위해서였다고. 결론은 창간.

그렇게 콩나물신문이 만들어졌다.
부천시의 구도심 오정구 삼정동에 둥지를 튼 콩나물신문. 신문사가 위치한 건물에는 담쟁이 문화원이라는 간판이 걸려있다. 1층은 식당, 2층은 카페. 3층을 지역의 시민사회단체들과 신문사가 함께 나누어 사무실을 쓰고 있다. 사실 이 건물은 한효석 이사가 마포 ‘민중의 집’을 꿈꾸며 사재를 털어 만든 공간이다.
“교사로 정년퇴직하고 퇴직금을 식당을 운영했죠. 운영이 잘 돼 돈을 좀 벌었는데 그때 생각이 들더군요. 지역에서 시민사회단체들이 한곳에 모여 같이 지내면 얼마나 좋을까. 사람들이 모여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커뮤니티 공간을 만들면 좋겠다. 그래서 이 건물을 사서 담쟁이문화원이라는 사설 문화원 간판을 걸고 리모델링을 했죠.”

디자인도 신경 쓰고 장애우, 유모차 엄마들을 생각해 3층 건물에 엘리베이터까지 설치하다보니 생각보다 리모델링 비용이 많이 들어갔다. 덕분에 콩나물신문사는 임대료 걱정없는 아늑한 공간을 갖고 출발할 수 있게 됐다.

콩나물신문사는 2월 25일이면 창간 1주년이 된다. 그동안은 격주로 베를리너판(신문 절반의 변형 규격) 8페이지를 내고 있다. 젊은 신문 답게 인터넷(www.kongnews.net)과 페이스북 등 SNS를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광고도 받고, 조합원도 적극적으로 늘려갈 생각이라고. 콩나물신문 협동조합은 25일까지 조합 확대를 위해 뛰고 있다.

박새로미 조합원은 248번째 조합원과 1일 데이트를 해주기로 했고, 김재성 편집국장은 253번째 조합원에게 한 달 1회 2인기준 영화티켓을 1년간 주겠다는 공약을 걸었다. 박상래 이사는 260번째 조합원에게 피아노(80만원 상당)와 2년간 무료 조율을 해주고, 식당을 하는 한효석 이사는 265번째 조합원에게 30명까지 식사 무료 제공 서비스를 걸었다. 오산 이사장은 275, 300번째 조합원에게 선물과 함께 식사 대접을 하고, 정성훈 이사는 스스로 한시적 금연을 통해 생긴 금액을 모아 총 조합원 300명 달성 시, 또는 본인에 의한 조합원 가입 10명 미달성시 50만원의 후원금을 내겠단다.

‘옆집 아줌마, 앞집 아저씨, 뒷집 아이가 주인공인 신문, 골목과 시장과 동네 이야기가 있는 신문, 그래서 우리 삶을 기억하는 신문. 아이 웃음이, 청년 숨결이, 장년 땀이, 어르신 미소가 그래서 우리 삶을 온전히 기록하는 신문. 콩나물시루처럼 스치는 인연에도 서로 의지할 수 있는 신문.’
오산 이사장이 꿈꾸는 콩나물신문의 방향이다. 언제 먹어도 질리지 않고, 편하기 떠오르는 밥상위 콩나물처럼 미디어가, 신문이 그렇게 우리와 함께 호흡하는 일, 콩나물신문처럼 한다면 어렵지 않겠다.

콩나물신문사는 3층 건물의 담쟁이 문화원에 둥지를 틀고 있다.


담쟁이문화원에서 소통되는 담쟁이 화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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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나물신문 열린 회의
올해는 16면 주간 발행 목표
 

콩나물신문 편집회의는 열려있다. 페이스북과 문자를 통해 편집회의 일정을 공유하면 편집국장과 기자 이외에 조합원들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덕분에 난상토론이 되기도 한다고. 2월 4일 정기총회에서는 2015년 사업계획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콩나물 신문 조합원들이 올해 어떤 일들을 계획하고 있을까.

1. 소모임을 활성화 하자. 각자 취미나 재미로 하는 걸 공유하고, 함께 할 수 있으면 자발적으로 모여서 하면 좋겠다.(김혜련 조합원)
2. 콩나물신문사가 조합원이 가진 전문성을 키워주는 컨설턴트 역할을 해서 외부 교육을 할 수 있도록 하자.(김현필 조합원)
3. 콩나물신문 팟캐스트를 하자. 현재 콩나물신문사 박병학 기자가 ‘참소리’라는 팟캐스트에 참여중이다. ‘개드립’이 일품이다. 콩나물신문에서도 젊은이들이 많이 모여서 팟캐스트를 하자. 활자가 아닌 목소리로 정보를 생생하고 재밌게 전달할 수 있을 것 같다.(윤혜민 조합원)
4. 2015년 8월에는 16면, 주간발행 신문 발행을 하겠다. 지역별로 거점을 만들어서, 거점 배포대를 두고, 각 지역 조합원들이 신문 나오는 날 직접 가져갈 수 있도록 하겠다.  열린 편집회의를 무엇보다도 즐겁고, 재밌게 만들겠다.(김재성 조합원)
5. 콩나물신문을 배포하는 조합원분들에게는 조합에서 일정부분 활동비를 지급할 수 있도록 하겠다.(박상래 조합원)
6. 소모임 활성화를 위해 콩나물 밴드를 만들어 보겠다.(정성훈 조합원)
7. 올해 가을엔 조합원들과 재미난 운동회를 하고, 시루장터와 시루강좌도 지속적으로 열겠다.(최정우 조합원)
8. 조합원들이 신문사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이사들이 먼저 솔선수범해서 안부 전화를 하고, 서로 관계의 끈을 이어가도록 노력하겠다.(윤혜민 조합원)
9. 콩나물신문협동조합 창립 1주년을 맞아 300여 명 조합원이 들어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부천 시민들이 알리고 싶은 것들에 대해서 신문에서 이야기 하고 싶다.(오산 조합원)
10. 야구단을 열심히 해서 내년엔 정식팀을 만들겠다. 구성원의 수준에 맞게 야구단을 꾸려보고 싶다.(이득규 조합원)
11. 우리 아이들에게, 형제들에게도 우편을 통해서라도 신문을 보내주어야겠다. 우리집 식구들만 조합원을 해도 좋겠다. 신문 솎아보기 내용이 참 좋다.(심수경 조합원)
12. 통예나나 여러 가지 연구소에서 신문을 비치할 수 있는 곳을 만들면 좋을 것 같다. 예술적으로다가 예쁘게 말이다. 강사료는 학습배달제를 통해서 창작 프로그램을 하게 되면 조합원이 결속할 수 있을 것 같다.(오산 조합원)
13. 구독자와 조합원에게 보내고 남는 신문은 고등학교 도서관 혹은 학교에 비치하면 어떨까 싶다. 그리고 청소년기자단이 있으면 좋을 것 같다. 그렇게 되면 부모님들께서 조합원으로 가입하실 수 있을 것 같다.(황유미 조합원)
14. 콩나물 사생대회를 하거나, 행사를 진행해서 입상자 등을 신문에 내면 좋을 것 같다. 그 밖에도 콩나물 노래자랑, 춤자랑, 콩나물신춘문예(삼행시, 오행시)등을 진행하면 좋을 것 같다.(오산 조합원)
15. 콩나물신문의 이미지가 있는데 부천에 사는 사람에 대한 ‘인간극장’을 하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다. 촬영도 가능하면 촬영을 하면 좋겠다. 유투브를 통해서 연동하는 것이 수입이 될 것 같다.(황유미 조합원)
16. 10인 10색의 이야기를 하고 싶다. 각자 자신의 삶과 경험을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하나의 강의이고 인문학이다. 콩나물 조합원들이 서로 돌아가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장을 만들고 싶다.(오산 조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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