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육아 어린이집 어떻게 운영될까

공동육아 어린이집은 일반 어린이집과 차이점이 많다. 한글과 숫자를 따로 가르치지 않고 대신 어떻게 놀까를 고민한다. 장난감은 별로 없고 바깥 활동이 일상화 돼 있다.


어린이집 분위기가 요즘같이 어수선한 적이 있었을까. 연일 뉴스에는 교사의 어린이 폭행 사건이 보도되고 있다. 어린이를 방치하고, 음식을 강제로 먹이고, 때리고, 심지어 바늘로 찔렀다는 제보에 경찰이 수사 중인 곳도 있다. 이런 사건에 제일 불안한 건 부모들이다. 인천 어린이집 사건 이후 엄마와 할머니가 집에서 직접 보육하는 경우가 늘었다고 한다. 그래서 요즘 어린이집에 가보면 한 달 전보다 원아 수가 줄어든 곳이 많다. 하지만 대안을 찾지 못한 맞벌이 부부는 어쩔 수 없이(또는 죄책감에 시달리며) 어린이집에 아이를 계속 맡기고 있다. CCTV 의무화, 교사자격 강화 등의 대안을 내밀었지만 근본적인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그래서인지 요즘 새삼스레 주목받고 있는 곳이 있다. 바로 ‘공동육아 어린이집’이다. 이곳은 원장이 아닌 부모들이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방식이다. 이런 어린이집이 고양시에도 5곳이 있다. 그 중 한 곳인 성석동의 ‘야호 어린이집’을 방문해 공동육아 어린이집이 어떻게 운영되는지 확인해 봤다.

“애 잘 키우러 왔다가  부모가 더 배우고 가는 곳”
형제자매 없는 외둥이에게 딱

 

 

 맞벌이를 위한 공동육아 어린이집
일산동구 성석동에 위치한 야호 어린이집은 큰 간판도 없다. 대신 대문 기둥에 ‘야호!’라고 적힌 작은 나무판자가 인상적이다. 공동육아 어린이집이라고 해서 부모들이 돌아가며 보육을 직접 하는 것이 아니다. 일반 어린이집처럼 공간이 따로 있고 교사도 따로 채용한다. 대신 원장이 아닌 부모가 어린이집의 주인이라는 것이 다르다.
공동육아 어린이집이라고 해서 전업주부들이 주로 참여한다고 생각하면 오해다. 오히려 반대다. 맞벌이 부부의 비중이 더 높다. 아침 7시30분부터 등원할 수 있고 오후 7시까지가 하원 시간이다. 맞벌이가 아닌 집은 10시까지 등원하고 6시부터 하원한다. 아빠들의 참여가 높다는 것도 특징. 어린이집 시설 보수, 페인트 칠, 김장 등 많은 일에 아빠들이 동원된다.
특별한 일이 아니고선 하원시간보다 일찍 데려가는 것을 금지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 규칙은 맞벌이 부부 자녀들을 위한 규칙이기도 하다. 남아있는 아이들과 빨리 가는 아이들의 구분을 없애기 위함이란다. 세심하고도 속 깊은 배려다. 

'야호'라는 간판이 귀엽다. 야호 어린이집은 생협의 친환경 식자재를 쓴다.

자율성과 자발성이 제일 중요
“오늘 오전에 나들이(야외 활동)를 할 건지 아니면 여기(실내)서 놀지 얘기 해보자.” - 교사
“어제 갔다 왔는데 얼어 죽을 것 같았어. 추우니깐 가지 말자.” - 6살반 어린이
“추워도 가보자. 답답해.” - 7살반 어린이
“그럼 대신 여기(실내)서 보물찾기 놀이할까?” -6살반 어린이
옥신각신 아옹다옹 6살, 7살 어린이들이 오늘 어디서 어떻게 놀지 사뭇 진지하게 얘기한다. 친구들이 내 의견과 다르다고 떼를 쓰지 않고 설득하는 모습이 낯설기까지 하다. 심지어 대안도 제시한다. 아이들의 이야기에 선생님은 옆에서 크게 참견하지 않는다. 오전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선생님이 정하지 않고 어린이들에게 직접 물어보는 것도 신기했지만 그 과정에서 떼쓰는 아이 하나 없는 것도 놀랍다.
이곳은 수업이 많이 진행되지 않는다. 자유놀이가 대부분이다. 대신 어떻게 뭘 하고 놀지를 다함께 스스로 고민한다. 그래서 놀이방법이 많고 대신 장난감은 적다.

즐거운 점심시간.

 일반 어린이집에선 상상도 못할 일
이곳은 일반 어린이집과 다른 점이 참 많다. 우선 한글과 숫자를 따로 가르치지 않는다. 여기 다니는 어린이는 집에서도 인지교육(한글, 숫자 교육)을 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또한 예체능을 포함한 어떤 사교육도 금지다. 단 아이가 배우고자 하는 욕구가 있다면 가르칠 수 있다.
또 하나, 등하원 시에 학부모들이 어린이집에 자연스레 들어온다(부모가 등하교 시키는 것을 원칙으로 하기 때문에 셔틀버스는 운행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아이를 데려다 주고 자녀의 손을 놓는 곳은 어린이집 현관이다. 하지만 이곳은 다르다. 어린이집 놀이방까지 들어와서 아이와 잠깐 놀다 나오는 부모도 있다. 이런 모습이 어찌 보면 당연한 것도 부모가 어린이집의 주인이기 때문이다. 

4년 전 신축한 어린이집 건물.

 한 달에 6번하는 부모 교사제
부모 일일 교사제를 자주 시행하는 것도 특징. 한 달에 6명 정도의 부모가 참가해 교사들과 함께 아이를 돌본다. 엄마들만 참여하는 것이 아니다. 아빠도 휴가를 내고 참여한다. 기자가 방문한 날엔 일일교사로 참여한 김선화(39세)씨가 4세 어린이를 돌보고 있었다.
“봉사를 한다는 생각보단 육아방법을 교육 받는다는 생각이다. 인터넷에는 시기별로 소비해야 할 것들이 나와 있지만, 여기선 단계별 놀이방법을 배운다. 내 아이보다 한두 살 많은 아이들을 보고 육아 방법을 예상하기도 한다.”
학부모들끼리 친하다 보니 아이들을 서로의 집에 맡기는 것도 예삿일이다. 이곳 부모들은 친구 집에서 놀다오는 것을 ‘마실’, 하룻밤 자고 오는 것을 ‘밤마실’이라 부른다. 김선화씨는 “아이가 밤마실 가있으면 부부끼리 아이 없는 외출을 간만에 한다”고 귀띔한다.
맞벌이 부부가 야근할 경우엔 친한 부모끼리 돌아가며 아이를 집에 함께 데려가는 것도 자주 있는 일이다. 이럴 경우에 아이들은 자연스레 친구 집에서 마실을 하게 된다.

야호 어린이집의 이사장인 김민정(36세)씨는 동료 부모들과 공동육아하며 품앗이 하듯 같이 키우는 게 참 좋단다. 그래서 이곳 같은 공동육아 어린이집이 많이 알려졌으면 하고 그 수도 많아지길 바라고 있다.
“여기는 애 잘 키우러 왔다가 부모가 더 배우고 가는 곳이에요. 우리 어른들이 사이좋게 잘 사는 모습을 보고 아이들이 배웠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우리 아이들도 행복하겠죠.”

고양시 공동육아 어린이집

도토리 어린이집
덕양구 도내동 592-3
031-967-3480

도깨비 어린이집
덕양구 원흥동 410-3
031-969-3412

나무를 키우는 햇살 어린이집
덕양구 대장동 240-2
031-967-5995

야호 어린이집
일산동구 성석동 564
031-977-4788

여럿이함께 어린이집
일산동구 성석동 415-11
031-977-2382

 



 

부모 인터뷰  5세 딸 엄마 노미래씨
“여긴 아이가 행복하다 믿어요”

돌이 되고 가정 어린이집에 보내진 딸 박서영(5세)양은 이곳 어린이집에 온 지 1년째다. 엄마 노미래(32세)씨는 공동육아 어린이집에 대한 편견을 갖고 있었다고 했다. 그런데 어떻게 이곳에 오게 됐을까? 노미래씨 말을 들어봤다.

엄마 노미래씨와 딸 박서영 양.

 

공동육아 어린이집하면 장난감도 없이 산속에서 놀고 공부 안시키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이 말은 일부 맞지만 이것을 부정적으로 생각했던 것이 잘못이었다. 4살이 되고 민간어린이집에 애를 맡겼는데 이틀 보내고 못 보냈다. 그냥 마음이 아팠다. 부모가 어린이집에 들어갈 수도 없었고 좁은 공간에 아이가 방치되지 않았나 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래서 본격적으로 알아본 게 공동육아 어린이집이다. 나름 정보를 접하고 인터넷으로 공부하다보니 좋은 점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대신 ‘부모면접’을 준비해야 했다. 면접이라고 하지만 교사와 동료 부모들과 얘기하는 자리다. 가치관, 육아관에 대해 얘기하고 사교육과 인지교육을 하지 않을지에 대한 각오를 말하는 자리였다. 기본적으로 공동체문화를 중시하는 분위기였다. 
이곳에 온 지 1년이 지났는데 매우 만족하고 있다. 이곳은 수업시간이 거의 없다. 대신 자유놀이를 통해 친구와 잘 지내는 법, 의사표현 방법 등을 배운다. 교사에 대한 만족도 높다. 갈등조정, 훈육 등이 일반유치원과 많은 차이가 있다. 부모 일일교사를 통해서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
예전엔 어린이집에 맡기고 올 때 죄책감이 들었지만, 이곳은 내가 할 수 없는 것을 대신 해주는 공간이라 생각돼 오히려 기쁘다. 아이가 행복하다는 믿음에 뿌듯하다. 매일같이 어린이집 사고가 뉴스에 나오는 시기에 다른 부모들처럼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것, 이것보다 더 큰 장점이 있을까?

 




부모와 자녀 만족도 높지만 비용은 부담

어떻게 설립되고 운영되나

야호 어린이집 이사장인 김민정씨의 도움으로 협동조합으로 운영되는 어린이집이 실제로 어떻게 운영되고 설립되는지 알아봤다.

개원하지 얼마나 됐나?
1997년 개원했다. 벌써 18년 전이다. 공동육아라는 개념이 나올 초창기에 만들어진 오래된 어린이집니다. 현재 교사 7명에 원아 32명이다. (사)공동육아와 공동체교육의 도움을 받고 있고 전국에 190여 개가 운영되고 있다. 이 단체를 통해 교사교육을 하고 운영원칙 등을 배운다. 지금 건물은 4년 전에 신축했다.  

 

공동육아 어린이집의 설립 조건은?
협동조합을 만들기 위해선 5명 이상이 필요하다. 즉 5가정 이상이 모여야 한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경제적 문제다. 공동 육아 공간을 만들기 위해선 부동산을 잘 알아봐야 한다. 전·월세로 할 것인지, 소유할 것인지 결정하고 조합원 목표 인원을 예산에 맞춰 결정해야 한다. 이후 운영규칙과 정관을 정하고 교사를 채용하면 된다.

관리감독에서 일반 어린이집과 차이점은?
차이점이 없다. 보건복지부 감독을 받고 지자체의 허가와 관리를 받는다. 정부 지원금도 동일하게 받는다.

입학할 때 비용은 얼마나 드나?
야호의 경우 출자금 600만원을 내야 한다. 졸업하면 다시 돌려받는 것이 원칙이지만 출자금의 약 20% 정도를 공적기금으로 기부하는 것이 우리 조합의 전통이다. 단 강요하진 않는다. 또 입학금으로 80만원을 낸다. 생협을 통해 친환경 식자재를 쓰고 교사 처우도 조금 더 좋기 때문에 실질 부담 금액이 높은 편이다. 매달 40만원 정도의 조합비를 내고 있다.

이사와 이사장은 어떻게 뽑히나?
무임금 봉사직이라 생각하면 된다. 부모들끼리 돌아가면서 한다. 임기는 1년 6개월이다. 1명의 이사장과 5명의 이사를 둔다. 아빠들도 많이 참여한다. 6명의 이사진과 원장 역할을 하는 대표 교사가 매달 모여 운영회의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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