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구 논란, 정치권 편의대로 줄긋기

일산이 둘로 나뉜다. 고양시는 2005년까지 현재의 2개 구에서 4개 구로 늘린다는 계획아래 우선 인구 40만이 넘는 일산지역을 2개 구로 나누기 위한 작업에 들어갔다. 빠르면 올 12월에 행정자치부에 분구 승인신청을 할 예정이다. 그러나 최근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많은 주민들이 분구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나 분구를 추진해 오던 공무원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특히 일산주민 절반은 일산구가 둘로 나뉘는 것에 반대하고 있다.

고양시는 일산지역의 분구를 위해 지난 달 관할구역 조정안을 자체적으로 마련하고 지역 국회의원과 시의원과의 간담회를 가졌다고 밝혔다. 이 계획안을 갖고 지난 16일부터 고양시 전역의 주민 3천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인터넷 설문조사도 가졌다. 고양시는 동을 나누는 작업과 구 명칭이 결정 되는대로 이 달 20일 열리는 시의회 본회의에 상정해 의견을 듣고 본격적인 기구와 정원조정작업에 들어갈 계획이다. 자치행정과의 홍재혁씨는 “빠르면 연말에 경기도를 거쳐 행정자치부에 분구 승인을 신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행자부로부터 승인을 얻는 대로 고양시는 구 설치를 위한 준비단(단장 부시장)을 구성하고 예산법제 재산관리 등 조직정비에 들어간다. 구 설치에 필요한 조례와 규칙 훈령은 구 개청 1개월 전까지 정비를 완료할 계획. 내년 하반기에는 3개 구로 행정업무를 나눈다는 복안이다.

일산주민 절반 분구 반대
그러나 최근 고양시가 자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고양시는 행자부의 승인을 얻는 것보다 주민들의 의견을 하나로 묶는 작업이 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지난 달 18일부터 25일까지 실시한 인터넷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32.21%가 분구에 반대했으며 특히 일산지역 주민의 49.5%가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행정기관과는 달리 주민들은 굳이 구를 신설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 고양시 관계자는 “적어도 80% 이상의 주민들이 찬성해 줘야 분구 작업에 힘을 얻을 수 있다”고 털어놨다.

행자부는 고양시 전체를 묶어 3개 구로 운영하는 안을 선호하고 있지만 고양시는 덕양구로 앞으로 2개구로 분구를 원하고 있어 우선 일산구를 둘로 나누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분구를 찬성하는 주민들도 구간 경계와 구 명칭을 두고 서로 다른 의견을 고집하고 있다. 특히 일산구 명칭 사용을 두고 몇몇 주민들은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주엽동에서 부동산 중계업을 하는 이영동씨는 “비록 같은 생활권에 속해 있더라도 구가 쪼개지면 당연히 일산구를 선호할 것”이라며 “일산이라는 브랜드 프리미엄은 집값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지난 설문조사에서도 분구에 따라 나눠지게 될 새로운 두 개 구의 ‘구명칭’을 놓고 설전이 벌어졌다. 고양시가 뚜렷하게 구 명칭을 정하지 못하고 주민들의 의견 중 가장 많이 나온 명칭을 ‘고양시 지명 위원회’에 건의하기로 방침을 정한 가운데 ‘일산’의 명칭사용을 놓고 지역간 의견이 갈라지고 있다. 현재까지 자기 지역이 일산구로 해야 한다는 의견은 ‘가’지역이 ‘나’지역에 비해 5대4의 비율로 약간 우세. 특히 가지역의 주민들은 일산1,2,3동(4동은 유동적)이 포함돼 있어 당연히 일산구로 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 지역 국회의원인 김덕배 의원 측 관계자도 “일산구 명칭은 상식”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나’지역 주민들도 지금까지 자부심을 갖고 살아온 일산주민이라는 인식을 쉽게 포기하지 않겠다는 반응이다.

일산이름이 집값에도 영향
고양시도 전국적으로 ‘고양’이라는 이름보다는 ‘일산’이라는 브랜드 이미지가 강해 일산이라는 명칭을 포기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청은 한때 두 개 구를 일산남구와 북구로 이름을 짓는 안도 고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산구에 대한 대안의견으로는 ‘가’지역은 고봉구, ‘나’지역은 호수구로 하자는 의견이 많았다.

분구를 앞두고 정치권의 지역분할 논란을 두고 일부에서는 선거에 유리하게 조정하기 위한 ‘게리멘더링’이라는 비난이 일고 있다. 지지도에 따른 지역 떼어내기나 새로운 의석을 만들기 위한 작업이라는 것. 고양시의회의 심규현 의원은 “분구의 관할구역 조정이 주민의 정서나 생활권, 주민화합 등 지역여건은 고려하지 않고 자신들이 편한 방향으로 추진돼서는 곤란하다”고 경고했다.

정치권 선거구에 촉각세워
분구를 추진하는 고양시는 인구 100만에 2개는 너무 적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인구와 행정규모가 비슷한 부천시도 일반구가 3개라는 것. 특히 일산구는 일반구가 있는 전국의 7개 지자체 구 중 인구가 가장 많다고 강조했다. 분구를 통해 구청이 가까워지면서 구청을 이용하는 주민들의 편의를 도모할 수 있다는 것. 특히 지역을 둘로 나눔으로써 그 동안 소외됐던 외곽지역의 투자와 함께 양 지역의 균형적인 발전을 찾을 수 있다는 논리다.

그러나 분구에 반대하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인구가 많기는 하지만 굳이 구를 새로 늘릴 정도는 아니라는 것. 행정업무의 과밀도 공무원의 정원을 조금 늘리고 전산화 등 효율성을 찾는 것에서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일산의 경우 현재의 구청이 지역의 중앙에 위치해 있고 도심에 새로운 구청사 자리를 확보하기도 만만치 않아 결국 분구는 예산낭비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또한 계획도시로 만들어진 신도시 안에서 행정업무는 물론 교통, 교육, 주거문화 등을 둘로 나눔으로서 발생하는 불편도 생각해야 한다고.

최근 학계의 연구보고들도 지자체의 분구보다는 광역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행자부도 되도록 구를 줄이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표> 분구에 대한 찬반 설문조사 결과
구분 찬성 반대
덕양구 573명(79.92%) 144명(20.08%)
일산구 261명(50.39%) 257명(49.61%)
성별(남) 739명(71.96%) 288명(28.04%)
성별(여) 95명(45.67%) 113명(54.33%)
전체 834명(67.42%) 403명(32.58%)


<표2> 동별 인구변화

‘02.9월말 2002년 2003년 2004년 2005년 2005년이후
일산1동 63,032 65,345 65,785 74,399 79,649 79,649
일산2동 44,431 48,614 51,039 51,039 51,039 60,654
일산3동 43,811 44,015 44,015 44,015 44,015 44,015
대화동 36,344 36,360 36,640 37,988 37,988 37,988
송포동 4,587 5,613 20,299 26,602 26,707 26,812
송산동 12,565 17,875 19,947 25,652 35,683 35,788
식사동 6,676 8,778 8,883 9,734 9,839 9,944
일산4동 31,016 31,115 31,395 31,395 31,395 31,395
풍산동 12,601 16,722 18,892 20,747 22,602 24,527
백석동 41,929 42,917 43,477 48,169 52,967 54,809
마두1동 30,012 30,144 30,564 30,564 30,564 30,564
마두2동 19,753 19,959 19,959 19,959 19,959 19,959
주엽1동 35,126 35,835 35,835 35,835 35,835 35,835
주엽2동 37,450 37,839 37,839 37,839 37,839 37,839
장항1동 3,806 3,896 4,001 4,106 4,211 4,316
장항2동 15,306 16,270 18,178 23,132 29,966 32,632
고봉동 10,982 10,804 13,748 13,853 13,958 14,0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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