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 고양레지던시 ‘오픈스튜디오 10’을 찾아서

 

▲ 국립현대미술관 고양레지던시 ‘오픈스튜디오 10’을 찾아 작품을 감상하며 그림과 글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있는 아이들.

 

현대미술은 어른들에게는 낯설다. 현대미술은 예쁘지 않다. 예쁜 꽃도 없고 멋있는 사람도 없다. 그저 우리와 교감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있을 뿐이다. 오히려 아직 미술에 대한 고정관념이 없는 아이들에게 현대미술이 쉽고 재미있게 다가오는 이유다.

입주 작가들의 한 해 작업 둘러보기
덕양구 고골길에 있는 국립현대미술관 고양레지던시에서 지난 6일부터 8일까지 진행된 ‘오픈스튜디오10’은 아이들에게는 그냥 신나는 놀이터였다. 올해로 열 번째를 맞은 고양레지던시 ‘오픈스튜디오’는 2014년 한 해 동안 작업한 입주 작가들의 작품을 대중에게 공개하는 행사다.

“현대미술은 개념을 쫓아가는 과정이에요. 알고 보면 재미있고 수많은 생각의 여운을 남겨주는 작품들과 만나고 교감하는 아이들이 어느덧 미술관 나들이를 하면서 부쩍 자란 것 같아요.”(양명은 아트앤커뮤니케이션 대표)

전시 마지막 날인 8일. 매달 한 번씩 ‘미술관으로 떠나는 인문학 여행’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양명은 아트앤커뮤니케이션 대표도 고양시 거주 초등학생들과 함께 고양레지던시를 찾았다. 작품을 감상하고 작품을 만드는 과정에 대한 설명도 들으며 작가들에게 궁금한 것도 직접 물어보고 이야기 나누는 아이들에게 현대미술은 더 이상 낯설고어려운 작품이 아니라 재미있고 신나는 놀이였다.

 

▲ 아이들은 ‘오픈 스튜디오’에서 작가들의 방을 찾아다니며 작품을 보고 느끼고 궁금한 점을 작가들에게 직접 물어보며 현대미술에 한 발 더 가까이 다가갔다.

 

양 대표는 “작가들이 작업하는 공간을 오픈하는 3일 동안 20명이 넘는 작가의 방을 찾아다니며 작품을 보고 느끼고 궁금한 점을 작가들에게 직접 물어 볼 수 있었던 색다른 경험의 오픈 스튜디오에 더 많은 고양시민들이 함께하지 못한 게 아쉽다”고 말했다.

“미술관을 다니면서 쉽게 만나기 힘든 작가들을 만나고 보니 작가들도 우리와 다를 것이 없이 너무나 평범해서 신기했어요.”

인나린(원중초3)양은 ‘보통 사람과는 다른 비범함이 외모에서부터 풍기거나 괴팍한 성격으로 쉽게 다가가기 힘들 것’이란 선입견으로 처음엔 작가의 방에 들어서는 데 머뭇거렸다. 하지만 몇몇 작가들을 만나고 난 후에는 마치 오래 전부터 드나들던 곳인 듯 나름의 방식으로 작품을 해석하고 작품과 교감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 고양레지던시 입주 작가 이창훈 작가와 기념사진을 찍은 아이들.

 


동료 작가들과 교류·협업하며 더 성장
올해로 10년 된 고양레지던시는 그 규모와 입주 작가들의 역량에 비해 고양시민들에게는 그리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고양레지던시에서는 매년 약 20대 1의 치열한 경쟁을 뚫은 국내외의 쟁쟁한 작가들이 일 년 동안 숙식을 하며 창작 활동을 한다. 동료 작가들, 국내 국·공립 창작스튜디오와 교류하고, 국제교환프로그램을 통해 해외의 유수한 레지던시에 가서 해외 작가들과 함께 작품 활동을 하기도 한다.

 

▲ 올해 '오픈 스튜디오 10'에는 총 22명의 작가가 참여해 자신들의 작품을 대중들에게 선보였다.

 

최승현 매니저는 레지던시를 운영하며 가장 보람을 느끼는 때를 “원석이 보석이 되어서 나갈 때”라고 말했다. 이어 “작가로서의 방향성에 대해 고민하던 분들이 다른 작가들과 함께 토론하고 협업하며 다양한 국내외 교류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만들어 가는 모습을 보면 뿌듯하다”고 덧붙였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현대미술 작가들의 작품은 우리가 생각하고 고민하는 그 무엇을 더 깊게 성찰해 우리에게 메시지를 전한다. 오픈 스튜디오에 참여한 손종준 작가는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 사이에 가로막혀 있는 벽은 결국은 본인 스스로 만든 보호 장치라고 생각하고 작품을 만들었다”라며 “내가 느끼는 세상을 이렇게 표현했지만 작품 해석은 결국 관람자의 몫”이라고 말했다.


작품 공통 키워드는 ‘인간’
이번 오픈 스튜디오에 참여한 작가들은 각자 다른 생각들을 쏟아냈지만 그 작품들을 이어주는 공통 키워드는 ‘인간’이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벽에 관해 말하는 작가, 내게 소중한 그 무엇이 개인의 기억에 의존한다는 작가가 있는가 하면, 플라스틱 재활용 용기 조각 모음으로 지구 환경에 대해 말하고, 라디오를 분해해서 재조립한 작품을 통해 우리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빛의 알갱이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가도 있었다. 모두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는 듯하지만 결국 사람이 살아가는 것에 대한 공통된 이야기를 풀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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