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마두2동 주민자치위 고문이 들려주는 설 풍속


설날은 새로운 해에 대한 낯섦이라는 의미와 아직 익숙하지 않은 날이라는 뜻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또 ‘개시’라는 의미의 ‘서다, 선날’에서 새해 새날이 시작되는 날이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설날은 한자어로 ‘신일(愼日)’ 즉, 삼가하고 조심하는 날이란 뜻인데 이는 완전히 새로운 시간 질서에 통합되지 않았기 때문에 인간의 모든 언행을 삼가고 조심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생긴 말이라고 한다.
설 명절을 앞두고 전통문화에 조예가 깊은 마두2동 주민센터의 이재현 주민자치위 고문<사진>을 만나 명절 풍습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이재현 고문은 과거에는 “까치설날이라고 불렀던 섣달 그믐이 제일 중요한 날이었다”고 말한다. 그믐밤을 잘 지내야 설날을 잘 맞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재현 고문은 “익숙하지 않은 날, 낯선 날, 개시하는 의미의 선 날, 삼가는 날이라는 의미를 지닌 설날을 맞이하는 그믐날을 잘 보내기 위한 여러 가지 풍습이 있었다”며, “숟가락 하나라도 남의 집에서 설을 지내면 서러워서 운다는 말처럼 이웃에게 빌렸거나 빌려줬던 물건들을 모두 제자리에 갖다 놓아야 하고, 정월대보름까지는 빚독촉을 하지 않기 때문에 밀린 빚도 다 해결하는 날”이라고 말한다.

또한 집안을 깨끗이 청소하고 집안 곳곳에 불을 밝힌다. “방, 다락, 마루, 부엌, 곳간, 화장실까지도 불을 밝혀야 하고, 이 날은 밤에 잠을 자지 않고 지나가는 한 해를 지킨다는 ‘수세’라는 풍습이 있다”고 한다. “이날 잠을 자면 눈썹이 하얗게 된다며 할머니가 잠이 오는 손자들에게 간식을 줘가며 잠을 깨우기도 하고, 형제들은 잠든 동생 눈썹에 밀가루를 바르거나 발가락 사이에 불침을 놓는 장난도 했다”며 “잘잘못을 기록해두었다가 섣달그믐날에 하늘로 올라가 옥황상제에게 고한다는 삼시(三尸)가 있는데 경신일에 밤을 새워 삼시가 하늘로 올라가 고하지 못하게 방해한다는 의미였다”고 한다. 새해 해맞이 행사를 하는 것처럼 뜬 눈으로 밤을 지새며 한 해를 반성하고 새해를 맞이하는 의식이었을 것이다.

까치설날에는 온가족이 하루 종일 집안 청소와 설음식 장만을 하고, 저녁 식사를 마친 후에 일가 어른들을 찾아뵙고 묵은세배를 드린다. 한 해 동안의 안부를 묻는 절차로 ‘과세 안녕하십니까, 자네도 평안히 과세하게’ 등의 덕담을 나눈다. 휴대전화 메시지나 카톡으로 지난 한 해 동안의 감사함과 새해 복을 비는 덕담을 나누는 것이 묵은세배의 신식문화가 된 듯하다.

어김없이 다가오는 명절이다. 올 명절, 특히 까치설날에는 가족들이 모여 하얗게 밤을 새가며 한 해를 어떻게 보냈는지 새해를 어떻게 보낼 것인지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오붓한 밤을 보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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