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듯 닮은 우리 부부 이야기 오세호 유난향 부부

첫날밤 겁난다는 아내 위해 밤새 기도
30대 중반, 갑자기 남편 하반신 마비
아내, 위암으로 위 3분의 1 절제하기도
한몸으로 삶의 가치와 감사 마음 전파

꽃같은 청춘에 만나 대머리 아저씨로, ‘배둘레햄’ 아줌마로 변한 모습까지도 받아들이고 사랑하며 사는 것이 노년의 부부다. 인생이 그렇듯, 결혼생활도 늘 행복한 것만은 아니다. 때론 모진 시련 앞에 서기도 한다. 건강하던 사람이 어느날 갑자기 장애인이 된다는 것은 진정 마른 하늘에 날벼락같은 일이다. 덕양구 삼송동에서 만난 오세호(65세), 유난향(64세)씨 부부는 30대에 찾아온 뜻밖의 장애를 이겨내고 ‘범사에 감사한’ 삶을 살아가는 아름다운 부부다.

날벼락같은 남편의 하반신 마비

오세호씨는 서울사대 체육교육과를 나와 1972년 고양중·고등학교에 체육교사로 부임해 고양과 인연을 맺었다. 75년 봄, 친구 소개로 유난향씨를 만나 그해 약혼과 결혼을 해치우고(?) 11월 두 사람은 동산리에서 신접살림을 시작했다. 남매를 낳아 오순도순 살아가던 순박한 부부에게 갑자기 시련이 닥쳤다.

“84년 11월 23일이었어요. 결혼 9주년 되는 날이었죠.”
남편은 그때의 일을 아직도 또렷이 기억하고 있었다. 금요일이었던 그날, 배가 너무 아프고 소변도 볼 수가 없어 조퇴하고 서대문 적십자병원으로 서둘러 갔다. 비뇨기과 검사를 했지만 아무 이상이 없었다.
“병원 온 김에 검사나 받고 가자고 생각했죠.”

아내는 당시 남편이 문산으로 출퇴근하랴 대학원 공부하랴 몸이 힘들었기 때문인 줄 알았다고 한다. 하필이면 주말이라 별다른 처치를 받지 못하고 월요일 검사를 기다리며 병원에 입원해 있던 중 일요일 밤 갑자기 열이 펄펄 끓으면서 순식간에 하반신 감각이 사라졌다. 의사는 ‘오늘밤을 넘기지 못할 테니 준비하라’고 했다. 아내는 혹시 기절할까봐 손바닥에 지인들 연락처를 적어놓고 간절히 기도를 했다.

“아직 아이들이 어립니다. 아이들이 아빠없이 자라지 않도록 해주세요.”
다행히 고비를 넘겼지만 마비증세는 풀리지 않았다. 적십자병원에서 서울대학병원으로 옮겼지만 변화는 없었다. 병명은 ‘급성횡단성연수염’. 척추에 바이러스가 침범해서 경추 4, 5번에 염증이 생겨 가슴 아래쪽으로 마비돼 팔조차 움직이지 못하고 감각도 느낄 수 없었다. 남편이 34세 때의 일이다.

체육교사답게 근육과 신경계에 대한 지식을 토대로 ‘죽기살기’로 재활의 노력을 했다. 천신만고 끝에 손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러자 금방 마비가 풀릴 것같은 기대에 부풀기도 했지만 다시 걷는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병문안 온 지인들 오히려 위로


이 부부가 절망 끝에서 고비를 함께 넘을 수 있었던 것은 신앙심 덕분이다. 전도유망하던 교사가 하반신 마비로 누워만 지내게 되었을 때 절망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하지만 남편은 색다른 종교적 경험을 한 후 감사의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보냈다.

“병문안 오셨던 분들이 ‘위로하러 왔는데 내가 위로 받고 가는 기분’이라고들 하셨어요. 그러더니 점점 모르는 분들도 병문안을 오셨어요.”

어떤 사람은 쌀을 놓고 가고, 어떤 사람은 연탄을 놓고 갔다. 아이들의 작아진 옷이라며 옷을 주는 사람도 있었다. 남편의 동창생들이 10만원, 20만원 꾸준히 보내주기도 했다.

그러던 2004년, 이들 부부에게 또 한 번의 시련이 닥쳤다. 이번에는 아내가 위암판정을 받고 위를 3분의 1이나 절제하는 수술을 받았다.

“하나님께 남편보다 단 하루만 더 살게 해달라고 간절히 기도했어요.”         다행히 수술은 잘 되었고 지금은 건강한 삶을 살고 있다.

오세호, 유난향 부부에게 ‘장애’는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남편은 여운간증문학상 최우수상을 받고 매스컴에 소개된 후 교회 초청을 받아 강연을 다니기 시작했다. 1급장애인으로 휠체어 없이는 이동이 불가능하지만 손수 차를 운전해 아내와 함께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다닌다. 수레바퀴선교회에서 선교부장을 맡기도 하고, 밀알문학회에서 신앙적인 글도 써왔다.

“무엇보다 감사한 일은 높은뜻 숭의교회에서 시무장로로 선출된 것이죠. 장애인이 장로되기 힘든 사회에서 1급 장애인이 장로가 되었다는 것은 수많은 장애인들에게 희망이지요.”

감사 전파하며 여생 살고파

이스라엘 성지순례도 다녀오고, 부부학교에도 참가하고, 크리스토퍼 리더십센터에서 리더십 강사교육을 받아 강의도 한다. 이 모든 일에 부부는 한몸으로 움직인다.

크리스토퍼 리더십센터 일산교육센터를 열어 강사료도 없이 사람들에게 소통의 방법과 삶의 가치, 기쁨을 알려주는 것이 이들 부부의 기쁨이자 보람이다.

“건강했을 때는 모든 것을 부족하게 여기고 조금만 더를 말하지만 아픔을 통해 보이는 모든 것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됐어요. 감사가 늘어난 삶이지요. 누워만 있던 사람이 이렇게 앉아있다는 것은 기적이지요. 이 모든 것은 아내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구요.”

신혼여행길에 남편이 손을 잡자 화들짝 놀라 “남의 손을 왜 잡느냐”고 했던 새색시. 첫날밤이 겁이 나서 기도하자는 각시의 손을 잡고 함께 밤새 기도하던 새신랑. 이들 부부의 머리에는 어느새 하얗게 서리가 내려앉았다. 40년 동안 롤러코스터와 같았던 인생을 함께해온 오세호, 유난향 부부는 남은 인생도 한마음으로 감사를 전파하며 살아갈 계획이다. 난초 향기가 은은하게 퍼진다는 아내의 이름처럼 말이다. 

오세호, 유난향 부부의 부부철학
결혼할 때 결혼서약을 했지만 살다보면 ‘이혼하자’는 등 막말을 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한쪽이라도 혼인서약을 기억하며 지켜가려고 노력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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