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객과 관광객은 구경하러 다니는 사람이라는 점에서는 같지만 관광객이 다른 지방이나 국가의 풍경과 풍물을 구경하는 사람이라면 여행객은 여행지와 현지인에게 더 관심을 쏟는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한국인의 외국여행 행태는 여행이기보다는 관광이다. 관광은 새롭고 신기한 것을 하나라도 더 봐야 한다는 마음에서 출발한다. 관광객은 내가 봐야하는 것과 내가 먹어야 하는 것에 집중하다 보니, 여행지의 사람이 사는 모습과 사람과 자연이 조화를 이루는 모습, 또는 여행지 사회 속에서 사람을 찾고 여행지 속에서 나의 모습을 돌아보는 여유는 갖지 못한다.  
얼마 전 뉴스와 인터넷에서 태국 등에서 중국 관광객의 추태가 문제로 보도되었다. 중국여성이 태국의 치앙마이 국제공항에서 속옷을 의자에 널어 말리고 방콕 문화유적지의 화장실을 불결하게 사용하여 결국 태국 정부가 중국인 전용 화장실을 만들었고 아무 생각 없이 순간적 기분대로만 행동한 결과이다. 그런데 이러한 상황이 결코 중국인의 이야기이라고만 치부할 수 없다는 생각이다.  2009년에 조카와 함께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트레킹을 했다. 푼힐전망대를 지나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를 향하던 중 한국 여자대학생 일행과 만났다. 그 중 여러 명이 빨래한 옷을 말리기 위해 여성 속옷을 배낭 겉에 매달고 가는 모습을 보고 당황했던 기억이 난다. 망신스럽다는 생각에 여학생 일행을 불러 세워 한마디 할 수밖에 없었지만…. 물론 일부의 돌출행동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과연 그럴까? 왜 비교적 부유한 환경에서 커온 한국의 젊은이들이 이렇게 체면과 염치가 없는 행동을 하는지? 2005년 비엔티안공항 로비에서 한국인 중년 남성이 양말을 벗고 앞 의자 등받이에 발을 올려놓고 옆의 일행은 양말은 벗고 발 사이의 피부껍질을 벗기는 모습을 보면서 왜 우리가 이리 뻔뻔하고 무지한 국민이 되었는지? 한숨이 나왔다.
서유럽에서 산업사회가 발전하면서 인구집중 등으로 사회의 혼란이 초래하였고 혼란을 줄이기 위하여 남을 배려하여야 내가 보호받는다는 예절에 기초한 개인주의가 발전하였다. 한국과 중국의 산업사회와 경제발전 진행 과정은 아주 유사하다. 그러나 두 나라 모두 산업사회에서 함께 살아가기 위한 덕목인 남을 배려하여야 내가 잘 살 수 있다는 철학이 부족하다. 국내생활에서 예절문화가 정착되지 않았기에 해외여행에서도 평소 습관대로 행동한다. 호텔로비에서 의자에 앉지 않고 서성대며 현관 입구를 여러 명이 가로 막고 서 있는 모습을 보면 틀림없이 한국인이다. 앉아 있기에는 성격이 급하고 밖에 혼자 나가기는 두렵기 때문에 어중간히 현관을 막아 다른 사람을 불편하게 만드는 것이다.
종업원이 다른 손님에 대한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는데도 본인의 요구가 급해 끼어들어 종업원을 혼란스럽게 한다. 노점 카페 등에서 음식을 주문할 때는 무엇을 주문할까 미리 정하고 나서 줄을 서야 하는데 급하게 줄부터 서고 정작 주문을 해야 할 때 결정을 못해 뒷사람을 기다리게 한다.  많은 한국인이 외국에 나간다. 외국에서 나가서 많은 경험을 쌓는 것은 정말 좋은 일이다. 그러나 중국인보다는 덜하다고 하지만 한국인 역시 그리 좋은 인상을 남기지 못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하나라도 더 보기 위해 더 싸게 사기 위해 주변을 살피지 못 하고 앞으로만 나가는 관광객이 아니라 현지인과 더불어 삶을 알아가고 여유를 즐기며 다른 사람에게 폐가 되지 않는 모습을 생각해보고 실천하는 한국 여행객이 더 많아 지기를 희망한다.  
이성은 전 가톨릭관동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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