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사람들 장재효 북촌뮤직페스티벌 예술감독

 

▲ 장재효 예술감독과 아내 마츠카와 미키. 장구로 인연이 맺어진 두 사람은 결혼식장에서도 서로 마주보며 장구를 신명나게 쳤다.
행신동에 살고 있는 장재효(45세) 북촌뮤직페스티벌 예술감독의 아내 마츠카와 미키(45세)씨는 일본인이다.

“우리 두 사람을 부부의 연으로 맺어준 게 장구”라는 아내는 한국 문화를 좋아해 일본에서도 오랫동안 장구를 배우러 다녔다. 2008년 그녀가 다니던 장구교실 운영자가 바로 장재효 예술감독의 재일동포 친구였다. 장 감독은 그 장구교실에서 열고 있는 이벤트를 도와주러 일본에 갔고, 그곳에서 지금의 아내를 소개 받았다.

그날의 만남 이후 2년여 동안 인터넷 화상통화를 하며, 주로 전통문화와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일본 공연이 있을 때마다 만나면서 언어장벽도 자연스럽게 뛰어넘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 장구라는 공통 관심사가 서로를 끌어당겼다.

국제결혼이라는 것에 당황해하던 양가 부모님을 설득해 2010년 3월 일본 도쿄의 한 호텔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그날 두 사람은 서로 마주보며 신나게 장구를 치면서 가족과 하객들에게 결혼식의 특별한 추억을 선사하기도 했다.

처음엔 마땅치 않게 여기던 장인과 장모는 결혼식 이후 장 예술감독이 이끄는 ‘바람의 숲’ 일본 공연을 본 뒤 매우 흡족해하며 사위로 인정했다. 장 예술감독은 결혼 후 아내를 위해 담배와 술을 끊었다. 막내며느리인 아내는 시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직전까지 1년 동안 행신동에서 시아버지를 지극정성으로 모셨다. 2013년부터는 ‘한일 친하게 지내요’라는 모임을 통해 ‘한일 우호행진’을 서울에서 열고 있다.

장 예술감독은 “아내는 얼굴도 마음도 예쁘고, 배려심도 깊어서 지금도 행복한 신혼생활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 예술감독은 중학교 1학년 무렵 시골 큰집에 놀러갔다가 낡은 라디오에서 흘러나온 판소리를 5분 정도 들었는데, 마력 같은 그 소리에 그만 푹 빠지게 됐다. 이때부터 카세트와 레코드판, 라디오 등에서 무작정 판소리를 듣기 시작했고, 음악교사의 조언으로 국립국악고에 진학하고 단국대학교 예술대학 국악과를 졸업했다.

1996년 서울시립국악관현악단 입단과 타악그룹 푸리 활동을 계기로 본격적인 연주자로 데뷔했다. 이어 KBS ‘국악한마당’, 미국동부 7개 지역 순회연주, 일본 5개 도시 단독투어, 유럽 3개국 투어, 청와대 신년음악회 공연, 대한민국 제18대 대통령 취임식 축하연주, 고양시 행주문화제 공연, 고양문화원 전통문화상설공연(초청공연) 등 활발하게 연주활동을 했다.

2010년 10월 전주소리축제 소리프런티어 스테이지에서는 수림문화상을 수상했고, MBC 드라마 ‘허준’, ‘상도’, 영화 ‘스캔들’, 월드컵 응원앨범, 임권택 감독의 ‘천년학’ 등에서도 음악 연주로 참여했다. 지난해 가을 장 감독이 예술감독을 맡고, 수림문화재단이 후원한 북촌뮤직페스티벌은 관객과 예술가들이 만들어 간 축제로 자리매김했다.

2006년 창단한 소나기프로젝트(대표 장재효, www.sonagiproject.com)의 5인조 장구앙상블 ‘바람의 숲’은 세계를 무대로 폭넓은 활동을 펼치고 있다. 70년대 말 사물놀이 탄생 이후 가장 혁명적인 창작물로 평가받고 있고, 전 세계 리듬을 아우르는 울림과 연주자들의 열정을 널리 퍼뜨리고 있다.

장 예술감독은 국립극장 ‘여우락페스티벌’ 음악감독으로도 활동 중이다. 이달부터는 그가 대표를 맡고 있는 소나기프로젝트가 ‘신나는 예술여행’ 참가팀으로 선정되면서 여러 단체들과 함께 찾아가는 문화공연도 펼친다. 신나는 문화예술여행은 문화예술위원회가 문화나눔사업의 일환으로 추진하는 행사다.

장재효 예술감독은 “고양시에서 함께 소통하는 공연을 펼치고 싶다”며 “아내와 신명나는 장구가락을 선사하는 꿈도 꾼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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