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 김영란법은 공무원과 교사 그리고 언론인의 금품수수를 처벌하는 법이다. 만연한 한국 사회의 부정부패를 뿌리뽑아야 한다는 국민의 염원이 반영된 법이다. 언론인이 김영란법 처벌대상에 포함된 이유는 그만큼 언론계의 부조리가 심각하다는 반증이다. 국민의 알 권리에 입각해 엄정하게 객관적으로 뉴스를 선별해 보도하는 언론사들은 날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현실이다. 언론의 종류나 규모를 막론하고 생계형 부정부패가 일반화되고 있다. 디지털 사회로 전환되면서 한국 언론의 수익성이 크게 악화된 탓이다. 
신문이나 방송을 통해 전달되는 뉴스는 대부분 거래의 산물이다. 언론사가 선택하면 뉴스가 되고 무시하면 뉴스가 안된다. 뉴스로 보도되는가 여부에 따라서 이익을 보거나 손해를 보는 사람들이 생기게 마련이고, 그 사람들은 언론사의 뉴스 선택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든다. 이 과정에서 노골적인 혹은 암묵적인 거래가 이뤄지기도 한다.
그런데 거래가 틀어지는 경우가 잦아지고 있다. 이완구 총리가 청문회를 앞두고 기자들 앞에서 늘어놓은 자랑과 협박은 뉴스가 안되리라 믿고 말한 것이었다. 그러나 일부 기자들이 그와의 거래를 틀었고, 발언 내용이 톱뉴스가 되었다. 사실 이 총리가 과시한 자신과 언론 간의 은밀한 유대는 국민들에게 큰 충격이 되진 못했다. 그러한 유착관계를 공공연하게 자랑한 충리후보의 오만함과 무모함에 대한 충격이 더 컸다.
최근의 태진아 사건도 한국 언론의 뉴스 거래 관행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기사를 빼는 조건으로 수억원을 요구했다는 주장이 사실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뉴스를 두고 언론과 당사자가 거래를 시도한 점은 분명해 보인다. 아직도 온전한 한국의 뉴스 거래 문화가 미국으로 건너간 덕분이리라.
김영란법은 국민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지만 일부 언론인들과 정치인들이 언론의 자유를 침해한다거나 과잉규제 입법이라며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그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언론과의 거래가 힘들어질 것이라는 점이다. 문제는 김영란법이 몸통은 놔두고 깃털만 건드릴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기사누락이나 기사홍보를 미끼로 금품이나 협찬을 요구하는 사이비 언론들은 당분간 조심할 것이다. 자치단체 기자실엔 이름만 걸어 놓고 시장 군수와 회식때나 나타나는 사이비언론인들도 줄어들것이다.
그러나 몸통들 사이의 암묵적인 거래, 중앙권력과 중앙언론 간의 거래관행은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다. 지금의 주요 언론사 간부들 중 여럿이 차기 정권의 주요 보직을 차지할 것이다. 물론 그 자리는 현직에서 얼마나 크게 대통령 당선에 기여했는가에 따라 직급이 달라질 것이다. 한편 재벌과 대기업은 여전히 뉴스와 논평의 성역으로 남을 것이고, 언론은 그들의 눈치를 보며 보도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재벌과 대기업들이 집행하는 광고비에 회사의 생존이 걸려 있는 언론사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김영란 법은 언론 자유를 위축시키는 법이 아니다. 언론이 스스로 포기한 언론자유를 되찾도록 도와주는 법이다. 자정능력을 상실한 한국 언론이 국민의 신뢰 회복을 통해 언론으로서 제 기능을 하도록 도와주는 법이다. 언론자유를 지키려면 김영란법을 고칠 것이 아니라 제 2의 김영란법을 만들어야 한다. 깃털만 건드리지 않고 몸통에도 변화를 가져올 부패언론 척결법이 필요하다.
장호순 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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