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봄이 오고 있습니다. 살아가는 둘레의 산과 들에서 봄기운을 느낍니다. 지난 주에는 파주 심학산 둘레길을 걷는데 겨우내 땡땡 얼었던 산길이 녹아 질펀했습니다. 노을전망대 내리막길 산등성이에는 생강나무가 꽃망울을 톡 터뜨려 노랗게 피어났습니다. 엊그제 찾은 연천의 개미산에는 봄꽃들이 앞다투어 피고 졌습니다.
개미산 산기슭에 들어서니 둥근털제비꽃이 반기는데 너도바람꽃은 벌써 꽃잎이 지고 있었습니다. 왜현호색, 꿩의바람꽃, 노루귀꽃 무리들이 쏘옥 얼굴을 내밀었습니다. 누렇게 마른 낙엽들 사이에서 아기손톱처럼 피어난 꽃들이 깜찍하게 예쁩니다. 계곡길에는 뿔나비가 파르르 날아다니고 굴뚝새, 박새, 오목눈이, 노랑지빠귀 같은 새들이 맑은 소리로 우짖습니다. 산개구리는 검정색 개구리알들을 한무더기 낳아놓고 물속에 얌전히 들어앉아 있었습니다.
자연은 이처럼 어김없이 새로운 계절을 준비하고 깨우고 있습니다. 지난 겨울 찬바람 속에서도 생명은 살아서 꽃을 피우고 몸짓을 시작한 것입니다. 새봄의 자연이 그저 피어나지 않듯 우리 둘레에도 행복한 공동체를 꽃피우기 위해 씨앗을 뿌리고 가꾸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고양시지역에서도 지난 겨울부터 서로 소통하고 연대하며 평화로운 세상을 준비하는 활동이 꾸준히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시간은 흐르고 바뀌어 새봄이 왔지만 지난 봄날에 입은 상처는 아직도 아물지 않고 있습니다. 지금부터 4년 전인 2011년 3월, 봄이 오는 길목에 일본의 후쿠시마에서는 핵발전소 방사능 유출 사건으로 수많은 생명이 희생되어 온세상을 놀라게 했습니다. 벚꽃이 화사하게 만발한 지난해 4월 16일에는 세월호 참사로 꽃같은 우리 아이들이 찬바다 속으로 가라앉았습니다.
그 가슴 찢어지는 아픔과 슬픔을 되풀이하지 않으려고 깨어있는 고양 시민들이 모이고 나서고 있습니다. 방사능안전고양네트워크는 지난해부터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급식에 사용하는 식자재의 안전성을 지키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입니다. 고양시의 학교와 어린이집, 유치원에 공급되는 식재료의 방사능 수치를 측정해 안전한 식재료가 공급되도록 하는 방사능물질 차단조례 제정 운동을 펼쳐나가고 있습니다. 이 조례는 고양시 주민 100분의 1 이상의 서명으로 조례를 직접 청구한다니 각성된 시민들의 참여가 필요합니다.
시민들 스스로 나서서 모임을 결성해 4.16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규명하고 안전한 나라를 만들어가는 활동도 줄기차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참사 이후 지난 1년 가까이 화정역과 일산문화광장에서 세월호 진상규명 서명운동을 받는 모습은 가히 감동이었습니다. 함께 기억하고 다짐하기 위해 시민 수 백명이 참여한 유가족 토크쇼를 열고, 다큐 영화를 상영하고, 세월호 기록물 출판 북콘서트도 열었습니다. 세월호 참사 1주기 기간에는 거리 곳곳에 416개 노란 현수막 걸기, 시민 도보 대행진, 청소년 문화 공연, 추모 음악제 등을 개최하는데 힘 닿는 대로 함께 해야겠습니다.   
새봄에 우리 지역에서 반가운 소식은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농사를 일러주는 움직임을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아이들 손으로 직접 땅을 일궈서 채소를 길러 먹어보도록 하는 텃밭 가꾸기 사업입니다. 뜻있는 도시농업단체가 올해부터 ‘청소년 농부학교’, ‘어린 농부학교’ 같은 프로그램을 만들어 본격 진행하고 있다니 기대가 큽니다. 흙을 만지고 일하면서 노동의 가치와 자연의 소중함을 깨우치는만큼 값진 배움이 얼마나 더 있겠습니까? 아름다운 세상 만들기에 참여하고 실천하는 당신이 바로 봄꽃입니다.
최창의 행복한미래교육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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