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 가와지볍씨 박물관 3월 월례강좌


고양 가와지볍씨 박물관 3월 월례강좌 
이융조 명예관장 강의 내용

지난해 3월 개관한 고양 가와지볍씨 박물관이 3월부터 ‘고양의 역사와 문화’라는 주제로 월례강좌를 개최한다. 지난 26일에는 월례강좌의 첫 강좌로 이융조<사진> 고양 가와지볍씨박물관 명예관장을 초청해 ‘한국의 구석기문화와 고양’이라는 주제로 강좌를 진행했다. 이날 강좌 내용을 요약·소개한다.

‘한국의 구석기문화와 고양’ 주제

이번 강의는 5020년 된 고양 가와지볍씨 이전에 구석기 시대에 고양 땅에 살았던 사람들, 특히 이들이 사용했던 돌로 된 연모(도구)를 다룬다. 학자에 따라 다르겠지만, 구석기 시대는 적어도 400만 년 전부터 1만2000년 전까지로 보는 주장이 일반적이다.

우리나라 구석기연구는 1964년 발굴이 시작된 공주 석장리부터 출발한다. 본인이 속한 충북대팀이 발견에 기여한 대표적인 유적으로 청주 두루봉동굴 유적, 단양 수양개 유적, 청주소로리 유적, 가와지 유적을 포함한 고양의 구석기 유적 등이다. 특히 청주 소로리 유적에서 발견된 볍씨는 1만7천년전의 볍씨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볍씨이다. 그러나 재배볍씨로서 가장 오래된 것은 5020년 전 볍씨인 고양 가와지볍씨이다. 고양 가와지볍씨는 소지경(벼의 줄기 부분과 낱알을 연결하는 부분) 단면이 거칠어서 인위적인 힘이 가해졌다는 증거가 나옴으로써 재배벼라는 것이 입증됐다.



1991년 일산 신도시개발에 따른 학술조사는 구석기 유적을 찾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논바닥 밑에 있는 토탄층의 조사를 목표로 한 조사였다. 따라서 고양땅을 대상으로 한 구석기 조사는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었다는 점은 안타깝다.

1991년 당시 일산 신도시개발에 따른 학술조사에서 구석기 시대 고양 땅에서도 사람들이 돌맹이를 연모로 사용했다는 것을 알아냈다. 대화동(고양 가와지 유적)·신원동·덕이동·탄현동 등 유적에서 구석기 유물이 발견된 것이다. 이 가운데 유물이 가장 발견된 신원동 Ⅲb유적에서는 87점의 석기가 출토되어 주목된다. 신원동 Ⅲb유적에서는 찍개와 긁개, 그리고 주먹도끼 등이 발견되어 구석기인들이 오늘날의 부엌 생활과 흡사한 생활을 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신원동 Ⅲb유적에서 발견된 둥근 주먹도끼는 연천 전곡리의 주먹도끼와 매우 유사한 형식을 가지고 있어서 구석기 당시에 이러한 유형의 주먹도끼를 한 특징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고양의 구석기 유적 조사는 1차 발굴로 끝나고 발굴기관이 각기 달라서 특별한 비교연구나 검토가 이뤄지지 못한 점은 매우 아쉽다. 따라서 구석기 문화의 실상을 제대로 해석하려면 어느 한 기관의 구석기 전문가들이 집중적으로 연구해 다른 지역에서 출토된 유물과 비교해 고양 지역의 특수성을 찾아내야 한다. 또한 지금까지 고양의 중기(약 2만 년 전)와 후기(약 5만 년 전) 구석기문화만 언급되는 현실에서 전기 구석기까지도 소급될 만한 유물들을 발굴해야 한다.

1991년 이후 고양에서 2006년 구석기유적 조사가 있기 전까지 아무런 구석기 조사에 대한 노력이 없었다. 고양 땅은 우리나라 구석기 유적의 대표격인 연천 전곡리 유적 이상의 유적이 발견될 수 있는 곳이다. 고양은 한강이 주변에 있고 훌륭한 토양층을 가진 곳이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연천 전곡리보다 고양이 더 구석기인들에게 살기 좋은 곳이었다.

따라서 아파트나 도로의 건설과 같은 개발로 인해 더 이상 발굴이 어렵게 됐다는 현실적 한계가 있지만, 이제부터라도 추후 발굴 조사에서는 이전보다 더한 철저함이 요구된다.

이병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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