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양초에 부임한 송병일 교장선생님

고양시 첫 평교사 출신 교장
상탄초 4년 후 백양초 부임
여전히 ‘수업하는’ 교장
지역사회연계 프로그램도 추진

경기도 초등학교 평교사 출신 중 처음으로 내부형 교장공모제를 통해 혁신학교인 상탄초 교장으로 부임했던 송병일 교장. 4년간의 교장생활을 마친 뒤 지난달부터 덕양구 화정동에 있는 백양초 교장으로 부임했다. 이곳 백양초로 오기까지 사실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고 한다.

“작년 가을까지만 해도 학교에 남아달라는 상탄초 학부모들의 요구가 많았어요. 하지만 2가지 원칙 때문에 학교를 옮길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하나는 혁신학교인 상탄초에 평교사가 교장이 되는 전통을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저는 다른 학교에 가서 제 2의 상탄초를 만들겠다는 그런 생각이었죠.”

일반교장이 아닌 혁신학교를 제대로 이해하는 교장이 오길 바랐던 상탄초 학부모들. 하지만 문제는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내부 평교사를 교장으로 세우기 위해서는 내부형공모제 방식을 신청해야 하지만 경기도 전체에서 고작 3~4자리만이 가능했다. 게다가 상탄초는 이미 내부형공모제를 한 번 신청한 곳이었다.

“정 안되면 상탄초에 남아야겠다는 생각까지 했었죠. 근데 다행히 내부형공모제 신청이 경기도교육청에서 통과되고 평교사 출신의 새 교장이 부임하게 됐죠. 덕분에 저도 맘 편하게 학교를 떠날 수 있게 됐어요.”

4년 전 송병일 교장의 첫 부임 당시만 해도 학부모들의 반발은 만만치 않았다. “교장 자격증 없는 교장은 인정할 수 없다”며 일부 학부모들은 ‘등교거부’의사를 전하기도 했었다. 전교조 출신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도 있었다. 하지만 “딱 3개월만 지켜봐달라”는 송 교장의 호언장담이 결국 반대학부모들의 마음을 움직였고 급기야 임기 마지막 해인 작년 학부모들이 이구동성으로 연임을 요청하기에 이르렀다. 그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아이들에게 학교는 신나고 즐거운 곳이어야 한다는 게 제 신조예요. 때로는 영어수학 한 문제를 더 공부하는 것보다 도서실에 많이 가고 공원에 함께 가서 뛰어노는 게 아이들에게 도움이 된다고 봤었고 그렇게 실천해왔죠. 한 학기가 지나고 아이들의 눈빛이 달라지니 학부모들도 마음을 열기 시작하더라고요.” 

송병일 교장이 새로 부임한 백양초는 혁신학교로 지정된 지 2년 8개월이 된 곳이다. 상탄초의 성공사례를 지켜본 백양초 학부모회의 적극적인 요청으로 이곳에 발령받았다고 한다.

“학교 규모는 상탄초보다 작지만 주변에 공원도 많고 무엇보다 아이들 지각이 한명도 없더군요. 그만큼 학교 오는 길이 행복하고 즐겁다는 뜻이겠죠.”

이미 혁신교육프로그램이 진행 중인 곳인 만큼 기존의 것들을 계승 발전시키고 학부모와 교사의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 생각이라고. 마을학교나 작은 학교 같은 지역사회와 연계한 프로그램들도 운영할 계획이다.

상탄초에서 했던 것처럼 백양초에서도 ‘수업하는 교장’의 모습을 계속 가져갈 예정이다. 송 교장은 “현재 3학년 도덕수업과 5, 6학년 일본어 동아리수업을 담당하고 있다. 2학기 때는 5, 6학년 역사수업과 4학년 사회과목내에 있는 민주주의 수업까지도 맡을 생각”이라고 밝혔다. 

“아마 40년 교직생활의 마지막을 백양초에서 마무리할 것 같다”고 말하는 송병일 교장. 퇴직 후에도 지역에서 이주노동자에게 한국말을 가르치는 일을 하고 싶다고 하는 그는 천생 교육자의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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