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사람도서관 리드미 박남문, 3포세대 결혼하기

▲ 3포(연애·결혼·출산 포기)세대인 박남문씨 부부의 결혼 앨범 사진, 포기 하지 않고 결혼을 강행한 박씨는 “결국 좋은 선택이었다”고 말한다.
박남문, 3포세대 결혼하기

결혼해서 아이를 가지는 것은 아주 평범한 이야기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다는 3포세대 박남문(33세)씨에게 아내 이은지(30세)씨와의 결혼은 결코 평범한 이야기가 아니었다.

“임신 10주차인 아내를 보며 엄청 행복하다”는 박남문씨의 평범하면서도 특별한 이야기를 고양 사람도서관 리드미를 통해 들었다.

박씨는 2005년 20대 초반 대학교 3학년 때 교회에서 아내 이은지씨를 처음 만났다. 교회 유치부 교사로 일하는 아내를 1년 동안 지켜보며 마음에 들었던 박씨는 군생활 전 여자친구가 없으면 너무 외로울 것 같다는 마음에 과감히 이씨에게 다가갔다.

박씨는 “밥먹자고 따라다녔지만 계속 거절당했다”고 짝사랑했던 1년을 기억했다. 하지만 학원에서 공부하는 이씨에게 맛있는 것을 사주는 등 계속된 구애에 이씨는 결국 넘어가고 말았다. 1년 후 화이트데이에 고백을 했고 둘은 연인이 됐다. 이때가 2006년이다.

이들의 7년간의 연애가 궁금하다. 인스턴트 연애가 유행인 요즘 7년은 정말 길다. 박씨의 군입대로 둘은 잠깐 떨어져 있기도 했다. 그래도 박씨가 장교생활을 한 덕분에 군생활을 하면서도 2주에 한 번은 만날 수 있었다. 2009년 군생활이 끝나고 2010년 박씨의 대학원 입학과 이씨의 편입성공에 둘은 기뻤다. 서로 다른 학교를 다녔지만 바쁜 생활에도 틈틈이 만나며 연애를 이어갔다. 만남을 이어간 지 4년, 박남문씨와 이은지씨는 결혼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결혼은 현실이었고 그 현실은 초라한 통장잔고였다. 이후 박씨는 대학원에 입학했고 군 장교생활을 하면서 모은 돈을 모두 써야했다. 아내는 막 편입한 상황이었다.

여전히 빈털터리였던 2012년 이 둘은 돌연 결혼식장을 예약한다. 본격적인 결혼준비를 시작한 것이다. 박씨는 “결혼 이야기는 만남 내내 있었다. 결혼하고 싶었다. 아내도 저를 많이 좋아해줬고 그것으로 충분했다”고 말했다.

“둘 다 학교는 졸업했지만 돈은 한 푼도 없었다. 이때 아내가 자신이 가장 역할을 한다고 했다. 아무 대책이 없었다. 그런데 한 가지는 확실했다. 결혼이 준비될 때까지 기다리면 평생 결혼할 수 없겠다. 몇 년이 지나도 지금 상황이 바뀔 것 같지 않았다”라고 당시를 기억했다.

같은 해 박씨가 국회에서 입법보조원으로 근무를 시작했고 아내가 하기로 한 가장 역할을 박씨가 2015년에 하고 있을지는 당시만 해도 계획에 없던 일이다. 2013년 월급이 조금 오르면서 신혼집도 알아보고 여러 준비에 돌입했다.

7주년이 되던 2013년 3월 14일 박남문씨는 아내 이은지씨에게 프러포즈를 한다. 그리고 바로 신혼집을 계약했다. ‘신혼부부전세자금 대출’이 이들을 도왔다. 국회에서 일하면서 일정한 수입이 나왔기 때문에 일정 금액을 대출 받을 수 있었고 전세로 행신동에 작은 평수의 아파트를 구할 수 있었다. 물론 그 빚은 온전히 박씨와 이씨에게 남아있다. 5월 11일 결혼식을 올리고 이 둘의 연애가 끝나고 결혼생활이 시작됐다. 하지만 아직 3포세대의 마지막 관문이 남아있었다.

결혼 이후 아이를 가지고 싶었던 이들 부부에게 2015년 아이가 생겼다. 박씨는 “남자는 정말 생각이 없는 것 같다. 아이 양육비 걱정보다 아내의 뱃속에 생명이 자라고 있다는 것이 정말 신기했고 아이의 심장소리를 처음 들었을 때의 감격을 아직 잊지 못했다”고 말했다. 아이를 안전하게 데리고 다니려면 차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차를 구입했다. 전세자금 대출 이자에 차량 구입 할부금에 매달 나가는 돈이 만만치 않다. 각종 생활비에 나갈 돈은 정말 많다. 마이너스 통장도 있다. 그런데 박씨는 아무 걱정이 없어 보인다.

박씨는 “리드미를 준비하면서 지금까지의 9년을 돌아봤다. 지금 돌아봐도 좋은 선택이었다. 후회하지 않는다. 이전으로 돌아가더라도 또 이렇게 할 것이다. 내 삶을 따라하라고 말은 못하겠지만 이런 사람도 있으니 고민해보라고 말하고 싶다”고 했다.

저작권자 © 고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