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듯 닮은 우리 부부 이야기 이성호·신혜연 부부

“우리 어제 대판 싸웠어요. 이렇게 친한 척하면서 인터뷰할 때가 아닌데….”

신혜연(42세)씨가 남편 이성호(51세)씨를 바라보며 까칠하게 한마디 던진다. ‘오늘 인터뷰 제대로 할 수 있을까’ 살짝 걱정된다. 이성호씨는 아무 말없이 아빠미소로 화답한다.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데 이래서야 싸움이 되겠나. 아내와 함께 있는 동안 남편은 별 말없이 흐뭇하게 웃고 있다. 이야기가 시작되니 어제 싸운 부부 맞나 싶게 이야기를 술술 풀어낸다.

 

 

두번째 만남 후 살림 합쳐
고양시에서 노래 좋아하고 문화 좀 아는 사람들은 다 안다는 라이브카페 ‘마실’의 쥔장 이성호씨. 그는 연세대 재학시절 노래동아리 ‘울림터’, ‘늘푸른 소리’, ‘새벽’에서, 졸업 후에는 ‘노래를 찾는 사람들’에서도 활동했고, 지금도 노래하는 현역 가수다. 지금은 카페 ‘마실’과 바로 옆 건물에 ‘디미방 마실’이라는 제주도 토속음식점을 아내와 함께 운영하고 있다. 이 부부는 2005년 ‘꽃이 나무에게’라는 듀엣 앨범을 발표하기도 했다. 두 사람의 자작곡으로 채워진 음반이다. 음반 제목에서 느껴지듯 ‘닭살부부’다.

아홉 살 차이의 이 부부는 참 운명처럼 만났다. 때는 바야흐로 14년 전인 2001년, 이씨가 카페 마실 오픈을 위해 인테리어 작업을 하고 있을 때 신씨가 언니와 함께 ‘놀러’ 왔다. ‘대학 졸업 이후 뭐 한 가지 1년 이상 해본 적이 없는’ 이씨에게는 인생이 바뀌는 순간이었다. 비올라를 전공하고 대학가에서 피아노학원을 운영하던 신씨와 카페 주인 이씨는 두 번째 만남 이후 살림을 합쳤다. 신씨는 이씨의 노래가 좋았고 ‘나이가 많아서’ 편했다. 이씨는 신씨가 엄청 예뻐보였다. 그렇게 둘은 서로에게 반했다. 이 사람이 뭘 하는 사람인지, 이런 조건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냥 이 사람이 좋았다. 불꽃같은 사랑이었다.

고집 세 7년간 전쟁 치러
개성 강한 두 사람이 만나 불꽃 튀듯 함께 살게 되었지만 개성이 강한 만큼 고집도 셌다.
“둘 다 고집이 세서 전혀 바뀌지 않는 ‘습’이 있어요. 결혼하고 처음에는 7년 전쟁을 거쳤죠.” 아내의 말이다. 아내는 낮에 피아노학원을 운영하며 원칙대로 살아가는 스타일이었고, 남편은 라이브카페에서 밤새 일하고 노래하는 자유인이었다. 아내는 남편의 삶을 이해하기 힘들었다.

“친구도 엄청 많구요, 카페가 모임의 장소니까 친구들이 오면 늘 자고 가고, 그날 처음 만난 사람도 친구가 돼 재워야 한다며 집에 데리고 오고 그랬어요. 그러니까 아주 미치는 거죠.”

학원을 그만두고 함께 2년을 일하다가 아내는 공예에 관심을 갖게 됐다. 곁에서 묵묵히 미소만 띠고 있던 남편이 “손재주가 좋아서 공예자격증만 10개 넘는다”고 슬쩍 아내 자랑을 한다.

“돈을 벌어야하니까 공예가 업이 돼야하는 거예요. 그쪽으로 전문가들이 얼마나 많아요. 그러니까 저는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도 스트레스를 엄청 받게 되는 거죠. 그런데 요리를 만나면서 그 모든 갈등이 사라졌어요.”

매일 50인분 이상의 음식을 만드는 일은 에너지를 쏟아 붓는 일이지만 일단 앞치마를 두르고 주방에 들어가면 에너지가 솟는다. 요리가 천직인 듯 싶단다.

“재료 본연의 맛을 살려서 참 맛있게 잘 만들어요. 한 달에 한 번씩 제주도에서 제철 재료를 공수해다가 50명 분의 음식을 만들어 파티하듯 함께 먹을 건데요, 그런 일도 척척해내고 일하는 데 겁을 안내요.”

화제가 바뀔 때마다 아내자랑이 끝이 없다. 처음에 봤던 그 ‘아빠미소’의 정체가 바로 이 끝없는 아내 사랑이었구나 싶었다.

“누군가에게 음식을 제공하는 것과 음악을 들려주는 것은 닮은 일이에요. 사람이 모일 수밖에 없는 일이죠. 가치있는 ‘업’이에요. 공자도 이런 가치를 최우선으로 했어요. 밥을 짓다, 노래를 짓다, 집을 짓다…처럼 ‘짓는다’는 것은 ‘만들다’와는 다른 거예요. 인간의 삶에서 의미있는 활동인 거죠.”

한때는 명리학을 공부해 삼청동에 ‘돗자리 펴고 앉았었던’ 남편은 지극히 정성스러운 것만이 도에 다가설 수 있다며, 특히 음식하는 일은 정성껏 해야한다고 강조한다. 그 말을 듣고 디미방 마실 내부를 둘러보니 직접 짜넣은 선반과 그릇장, 손글씨 등 곳곳에 정성이 보였다. 

 

 

 

뒤바뀐 선녀와 나무꾼
가게에는 오래된 액자가 하나 있다. 2003년 화이트데이에 남편이 아내에게 만들어준 것이다. 아내가 주워온 조개껍데기를 붙이고 물고기를 그려서 만든 정성 가득한 액자다. 결혼생활 중 기억에 남는 선물을 묻는 질문에 “서로가 서로에게 선물인데 다른 선물이 뭐가 필요해요?”라는 남편의 대답. 괜히 물어봤다.

“제 사주가 열일곱에서 마흔일곱까지 풍파사주예요. 안 해본 일 없이 해봤고 참 힘들게 지냈어요. 30년의 터널 속에서 아내를 만나 결혼을 했고, 지금은 정말 사랑스런 아이도 둘이나 낳았고, 카페 운영도, 식당운영도 안정되었어요. 지금 이 순간 가장 행복해요.”

젊은 시절의 삶은 결코 평탄했다 할 수 없지만 그래도 후회하지는 않는다. 다만 지금의 행복이 아내에서 기인한 것이기에 아내가 사랑스럽고 아내에게 고맙다.

육아와 교육, 미래, 집과 소유, 이런 것들에 관해 이 부부는 함께 책을 읽고 대화를 많이 하며 생각을 공유한다. 바라보는 세상이 같기에 의기투합이 잘 된다. 제작 중인 캠핑카가 가을쯤 완성되면 살고 있는 집을 정리해 캠핑카에서 살 계획이다. 가게 영업이 끝나면 언제든지 캠핑카를 몰고 여행을 떠날 생각이란다. 가족이 함께 있기 위해서다. 자유로운 영혼이었던 이성호씨를 지극히 가정적인 남자로 만들어버린 신혜연씨. 이 부부를 뒤바뀐 선녀와 나무꾼 부부로 인증한다.

7년 전쟁 끝, 부부싸움 지혜
① 평상시에는 밥을 안 차려주더라도 부부싸움을 하면 밥을 맛있게 차려주기. 맛있는 밥을 함께 먹다보면 자연스럽게 화해를 할 수 있다.
② (남편이) 집을 깨끗이 청소한다. 깔끔해지고 기분도 좋아지고 잡생각이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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