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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자일등(貧者一燈), 가난한 자가 온 마음을 다해 베푸는 선행

5월은 계절의 여왕이라고 일컫는다. 가는 곳 마다 꽃들이 화려하게 피어 곳곳이 꽃밭이요, 향기는 코를 자극한다. 그래서 그런지 유난히 각종 행사가 많다. 어린이 날, 어버이 날, 스승의 날, 그리고 부처님오신날까지 있어서 가히 행사의 달이라고 할 수가 있다. 모든 것을 챙기자면 서민들에게는 경제적인 부담도 만만치 않다.


부처님오신날이 가까워 오면서 거리에는 연등이 내 걸리고 밤이 되면 불을 밝히며 길거리를 아름답게 수놓고 있다. 아기예수의 탄생을 축하하는 트리와 캐럴이 개신교와 천주교의 상징이라면 불교를 상징하는 상징물로는 연등과 각종 전통등, 장엄물 등이 있다. 요즘은 이러한 장엄등, 장엄물들이 점점 화려해지고 볼거리도 많아지고 있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유등 축제를 개최하여 관광자원화 하는 사례까지 있다.


등(燈)이란 어둠을 밝히는 도구이다. 등이 없으면 어두운 밤길을 걸어가야 한다. 결과는 어떨까? 넘어지고 다치고 고통 속에 길을 잃고 방황할 수가 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당연히 빛을 밝히는 등불이 있어야 삶이 무난하고 무탈하지 않을까? 그 등불은 어디에 밝혀야 할까? 그것은 마땅히 마음으로부터 밝혀야 한다. 그래야 인생이 밝아지기 때문이다.


그러면 부처님오신날 밝히는 등은 무슨 의미일까? 그것은 무명을 밝히는 지혜의 등이며 공덕을 짓는 작복의 등이다. 세상이 어지러운 것은 무명 때문이며 지혜를 발현하지 못하면 어지러움은 반복된다. 공덕이 없으면 삶은 힘들고 고달프다. 그것을 벗어나는 길은 지혜를 밝히고 작복을 하는 길 뿐이다.


불경인 『현우경』 빈녀난타품(貧女難陀品)에 빈자일등(貧者一燈)의 내용이 전해지고 있다. 당시 사위성에 난타(難陀)라는 가난한 여인이 살고 있었다. 얼마나 가난했던 지 걸인으로 지내던 여인이었다. 사위성에 부처님이 오신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가난한 여인도 무엇인가 하고 싶었다. 하루 종일 구걸을 했지만 돈은 동전 하나 뿐이었다. 당시 인도는 등불이 귀하던 시절이었다. 성자들이 오면 어두운 밤에 등불을 밝히는 것을 큰 복으로 여겼기 때문에 부자나 서민이나 앞을 다투어 등불을 밝히던 문화가 있었다. 난타 역시 부처님 앞에 등불을 밝히고 싶었다. 동전 하나로 불을 켤 기름을 사러 기름집에 가니 주인이 코웃음을 칠 뿐 박대를 하였다. 결국 기르던 머리를 잘라 팔아서 기름을 구입하여 부처님 처소로 찾아갔다. 화려한 등들 속에 가난한 여인의 등불도 밝혀졌다. 새벽이 되어 다른 등불은 다 꺼졌으나 이 여인의 등불만이 켜져 있었고 부처님의 부르심을 받았다. 이 여인의 소원을 들으신 부처님은 비구니로 출가를 허락하셨다. 걸인이 수행자로 바뀌는 복을 받은 것이다.


부자나 가난한 자나 정성스러운 등불이 세상을 바꾸고 자신을 바꾸는 계기를 가져다주었다는 교훈이다. 지혜의 등, 복덕의 등을 밝혀서 가정과 사회 그리고 국가에 자비와 공덕이 넘쳐나는 기회로 삼았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보산 고양시 조계종 주지협의회 회장. 길상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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