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동안 8번 이직… “내 존재가치가 무엇인지가 중요”

▲ 8번의 이직 끝에 자신의 회사를 창업한 나경호씨는 “근사한 대기업에 들어가면 자신의 가치를 입증할 수 있는지 묻고 싶다. 명예, 직책, 지위, 외모, 돈이 아니라 내가 왜 존재해야 하는지, 내 존재가치는 무엇인지가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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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 크리에이터 나경호

나경호(36세) 크리에이티브조커 공동대표는 2007년 잡지사에 들어간 이후 8년 동안 8번 이직 했다. 잡지, 컴퓨터게임, 금융, 사회복지기관, 디자인 에이전시, 마케팅 에이전시, 프랜차이즈, 창업, 제조업을 거친 나 대표에게 이직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대학을 졸업한 나경호씨는 유명 잡지사에 입사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8번이나 이직하게 될 줄은 몰랐다. “사장을 들이받아야 한다”고 말하는 나씨는 언뜻 보기에 사회생활이 힘든 부적응자로 보였다. 그런데 그의 이직 이유는 단순 부적응이 아니었다.

나씨는 “내가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몰랐고 지금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잡지사에 다닐 때는 상사와의 갈등에 그만 뒀다. 모 온라인 게임회사에서 마케팅 일을 맡게 된 나씨는 자신이 팔고 있는 게임이 누군가의 인생을 망치는 모습을 봤다. “나이도 지긋한 아저씨가 회사에 찾아와 ‘게임 아이템을 잃었으니 보상해주지 않으면 자살하겠다’고 말하는 모습을 보면서 내 일이 누군가의 인생을 망치고 있다는 생각에 회사를 그만뒀다”고 말했다. 이직의 이유는 그뿐만이 아니다.

평소 마케팅에 관심이 있었던 그는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마케팅 에이전시에 들어간다. 나씨는 “남의 일을 대행하는 일을 했더니 보람도 못 느끼고 머리만 빠졌다. 사장만 돈 벌고 나는 신문지 깔고 자고 있더라”고 당시를 기억했다.

돈이 벌고 싶었던 나씨는 다음에는 프랜차이즈 회사에 들어갔다. 매일 새벽 3, 4시까지 야근은 기본에 사장 여자문제 뒤처리까지 하면서 얻은 것은 대상포진이었다. 이번에도 역시 나씨는 이직을 결정했다.

2010년 사회복지관에 들어가 노인봉사활동을 하면서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들었던 이야기는 아직도 나씨의 가슴에 남아있다고 한다. “직업적으로 성과나 성취를 바라지 말라”, “가족들 한 번 더 돌보고 불쌍한 사람을 도와줘라.” 나씨는 남을 돕는 일을 직업으로 삼으면서 특별한 보람을 느꼈고 사회공헌활동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나씨는 “회사는 직원을 챙겨주지 않더라, 사장들에게 굽실굽실 할 필요가 없다. 사장이 할 일을 내가 대신 해주는 것인데 눈치를 왜 보는가. 상사가 뭐라고 하면 들이받아라”고 조언했다.

이직 할 때마다 일을 새로 배워야 했다. 짧은 시간동안 회사로부터 인정받기 위해 무단히 애를 썼다. “그 중 한군데만 오래 다녔어도 안정적으로 살았을 것 같아 후회 한 적도 있다.” 가끔 들려오는 입사동기들의 연봉이야기를 들을 때가 그렇다.

나씨는 “근사한 대기업에 들어가면 자신의 가치를 입증할 수 있는지 묻고 싶다. 명예, 직책, 지위, 외모, 돈이 아니라 내가 왜 존재해야하는지, 내 존재가치는 무엇인지가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나씨는 그 무엇을 아직도 찾고 있다.

여러 가지 일을 하면서 배워왔고 익혔던 것을 자신의 이름으로 해보고자 ‘크리에이티브조커’라는 디자인 회사를 창업 한 나씨는 “창업하면 돈을 엄청 벌 줄 알았다. 사장이 아닌가. 잘나가는 벤처기업의 젊은 대표를 생각했는데 정작 하는 일은 매일 업체들한테 돈 뜯기고 까이고 항상 소사, 홍보, 식사, 청소 담당하는 것 뿐이다. 그래도 지금 전과 다른 것이 있다면 이제 회사를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닌 내 삶을 살아가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말했다. 8번의 징검다리를 건너온 나씨는 말한다. “나만의 방식으로 내 삶을 살아가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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