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철새가 몰려오는 계절이다. 고양시 한강 주변에는 오리 기러기 등 철새가 줄이어 날고 있어 장관을 이룬다. 겨울의 진객 두루미도 보인다. 세월의 흐름을 알려 우리의 마음을 되돌아 볼 수 있게 해주는 철새가 작금 오명의 대명사로 수난 받고 있다.

정치권은 대선을 앞두고 합종연횡에 따른 이합집산으로 어지러울 지경이다. 고양시에서도 두 명의 국회의원이 소속 당을 탈당하고, 그 중 한 의원은 다른 당으로 말을 갈아탔다. 탈당에 따른 변이야 모자랄 것이 있겠냐만 시민들에는 옹색한 변명으로 들릴 뿐이다. 단지 생존을 위해 먹이와 편안한 안식처를 찾아 떠나는 철새들처럼 자연의 섭리라면 무엇을 탓하겠는가. 그들도 모두 국민의 대의를 따른다고 항변하고 있지만, 일반 사람의 상식적 판단으론 자신의 이익을 위해 양지를 찾아 명분을 버렸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민주 정당제를 도입했다고 하나 한국 정치는 오랜 국부독재와 이른바 '3김 정치'로 정당정치는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인물 중심의 정치가 되어 왔다. 정당의 이념이나 정책보다도 계파를 중심으로 한 줄서기 정치가 중심을 이루어 왔다. 이러한 일련의 정치 역정속에서도 다가올 대선은 3김 정치를 종식하고, 색깔을 분명히 할 수 있는 정당 정치가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가 모아졌다. 여권은 국민의 호응 속에 유래 없는 국민 경선을 통하여 진보적 이미지의 대통령 후보가 선출되고, 야권은 보수대연합 등으로 보수적 정당 색깔을 분명히 하며 정당정치다운 대선을 치를 움직임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정당정치의 기대는 순진한 생각이었다. 대중적 인기에 편승한 돌발 후보가 등장한 것도 한 변수지만, 태생적으로 줄서기로 출발한 정치인에게 정당 색깔을 지조있게 지켜달라는 요구는 허망했다.

더 이상 철새라고 비난할 논거나 가치조차도 필요 없을 것이다. 단지 이 같은 얄팍한 정치를 바로잡아야 할 책임은 오로지 유권자의 몫임을 확인해야 할 것이다. 이른바 철새 정치인은 세월이 가면 모든 것은 잊혀질 일이라며 태연하고, 마치 의인의 결단처럼 행동하는 것은 주구하는 정치 모리배와 부하뇌동하는 철새 유권자가 있기에 가능할 것이다.

그러기에 건강한 유권자의 심판을 기대할 수밖에 없다. 국민이 선택해준 당을 헌신짝 버리듯 버리는 정치인은 반드시 기억해서 발붙이지 못하게 해야한다. 유권자는 정당의 이념과 정책에 따라 후보자를 선택하고, 그에 따라 선출된 정치인은 야당 할 각오가 되어있는 심지있는 정치 풍토가 그리운 것이다.


저작권자 © 고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