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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이 더러운’ 우리도 대출받을 수 있어요”신용 담보없는 가난한 이들위한 소액대출
  • 김진이 기자
  • 승인 2015.05.28 17:38
  • 호수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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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기업과 협동조합. 마을, 자치, 공동체를 통한 새로운 대안경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지만 사회적 경제는 여전히 보조적인 수단으로만 고민된다. 자본주의에서 가장 중요한 금융, 자본이 고민되지 않는 대안경제는 이전의 ‘꽃길가꾸기’식의 마을만들기와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인다. ‘돈’의 문제를 고민하지 않고 대안을 이야기한다는 것 자체가 앞뒤가 맞지 않아 보인다. 이에 대안금융, 공동체 기금, 지역 화폐 등 국내에서도 대안 자본에 대한 시도는 다양하게 있어왔다. 먼나라 브라질에서는 지역이 공동체 은행을 통해 사회를 바꾸고 빈민, 빈곤 문제를 해결하는 어마어마한 시도를 하고 있다. ‘지역을 바꾸는 공동체 기금’으로 꿈을 현실로 바꾸는 현장을 찾아갔다.

/지역신문 연합취재단 옥천신문 정창영, 충청리뷰 육성준, 태안신문 김동이, 순창신문 이정아, 고양신문 김진이<사진 육성준 기자>

 

1> 빈민지역을 바꾼 공동체 은행, 브라질 파우머스
 2>“그녀도 이젠 바다에 간다” 콘준토의 오늘
 3>“우리도 꿈을 꾸어요” 공동체가 만드는 미래

 4>공동체 기금과 지역순환경제, 창원 논골신용협동조합 
 5>공동체 운영하는 빈집(게스트 하우스), 빈고(공동체기금),   빈가게(빈고의 지원을 받아 설립된 사업체) 
 6>고양시의 지역화폐, 순환경제 어디까지 왔나

 


   
▲ 파우머스 은행을 찾은 할머니.

   
▲ 파우머스 은행 2층에 전시된 전국 107개 공동체 은행의 지역화폐. 아지에 담당자가 설명을 해주고 있다.


신용 담보없는 가난한 이들위한 소액대출
헤알과 일대일 교환되는 지역화폐 ‘파우마’
지역소비, 집고치는 융자도 가능한 은행
빈민마을 콘준토, 주민들이 세운 공동체

“이전에는 수입이 전혀 없었다. 사이가 나빠진 남편에게 지원이 끊기면서 생활이 어려워졌다. 파우머스 은행으로부터 융자를 받아 의류업을 하게 되면서 지금은 월 1000~1500헤알(브라질 화폐, 한화 35~52만원)을 벌고 있다. 딸도 사립학교에 보낼 수 있게 됐다.”

혼자서 두 아이를 키우는 여성 가장 엘리아니씨에게 파우머스 은행은 은인과 같다. 아무런 담보도 없는 그녀에게 일반 은행은 돈을 빌려주지 않았다. 엘리아니는 파우머스 은행에서 마련한 여성 직업훈련 프로그램에 참여해 ‘평판’을 만들었고 이를 기반으로 150헤알에서 시작해 꾸준히 금액을 늘려 융자를 받고, 보다 이윤이 남는 일을 할 수 있었다. 그녀는 파우머스 은행이 “이전에는 경제적인 것도 그렇지만 이웃끼리 믿지 못하고 대화도 안됐는데 서로를 알아가고 대화를 할 수 있게 만들어주었다”고 말했다.

파우머스 은행이 있는 콘준토 파우메이라스는 브라질 북동부 세아라주 포르탈레자 시의 한 마을이다. 포르탈레자의 인구는 257만명, 콘준토는 1998년 파우머스은행 설립 당시 3만2000명이었으나, 2015년 현재 4만7000명이 살고 있다. 포르탈레자는 브라질 다섯 번째로 큰 도시로 34㎞의 긴 해변을 바탕으로 관광 사업이 가장 유명하다.

   
▲ 파우마스은행이 유치한 국영은행 카샤 창구에 줄선 주민들.

정부개발에 쫓겨난 판자촌 마을

그러나 1970년대 이 지역의 주민들은 90%의 가구들이 매월 최소임금 이하에서 살았다. 정부의 관광산업 개발로 쫓겨난 주민들은 빈민 그 이하의 생활 환경에서 살고 있었다. 포장도 안된 마을, 상하수도는 꿈도 꾸지 못하는 환경. 배가 불뚝 나온 어린 아이들이 거의 벌거벗고 놀고 있는 장면. 파우머스 은행 1층에 전시된 당시 사진들은 그때의 열악했던 상황들을 전해준다.


1981년 조직된 마을단위 주민조직 콘준토 파우메이라스 주민연합. 지역공동체 지도자들이 이끌고 진보적인 가톨릭 교회와 국내외 NGO들이 지원한 주민연합은 우선 깨끗한 물을 공급하고 집을 짓고, 도로를 포장하는 등의 생활 기본시설부터 고민했다. 공공 용수 공급은 7년이 걸렸다. 사회간접시설 확보와 함께 주민 교육, 기금 마련 등 지역사회를 돕는 다양한 프로젝트도 시작했다. 그러나 주민연합에 의해 지역의 물리적 환경이 개선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지역사회의 사회경제적 조건은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1997년 콘준토 파우메이라스 주민연합이 진행한 비공식 조사에서도 대부분의 마을주민들은 여전히 가난했다. 질문은 거기서 출발했다. 그리고 대답이 나왔다. ‘우리는 돈이 없고, 소비하는 대부분을 지역 밖에서 소비하기 때문’이었다.

   
▲ 콘준토 파우메이라스 마을 전경. 우리나라의 70년대를 연상시키는 풍경이다.

왜 가난한가 “지역 밖 소비때문”

“주민연합은 34년 전에 만들어졌다. 이유는 이 지역의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서였다. 포르탈레자 시가 지역개발을 하면서 판자촌이 만들어졌고, 그곳의 수도, 전기, 교통 문제가 많아서 그 문제를 논의하고 정부 차원에서 지원을 받기 위해 만들어졌다.”

주민연합 마리아 회장의 설명이다. 주민연합은 80년도에 독일 카리타스 등 국제 NGO를 통해 기금 후원을 받았다. 기금은 프로젝트 프로그램과 금융 융자, 교육과정, 기술교육 프로그램 개발을 위해 사용됐다. 파우머스 은행은 17년 전인 1998년 1월 만들어졌다. 왜 은행이었을까.

“시는 계속 발전하는데 주민은 가난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가난한 사람들은 ‘이름이 더러워’ 금융 기회를 가질 수 없었다. 파우머스 은행이 생기면서 가난한 사람들도 융자를 받고, 경제적 기회를 갖게 됐다.”
콘준토 주민들에게 자주 듣는 말이 ‘이름이 더럽다’는 표현이었다. 한번이라도 대출을 하고 갚지 않은 기록이 있는 사람에 대해 그렇게 말했다. 신용이 좋은 ‘이름이 깨끗한’ 사람만이 기존 은행의 계좌를 갖고 대출을 받을 수 있었다.

저소득층에게 지원을 하고, 교육을 시키는 것만으로는 그들의 삶을 변화시킬 수 없다. 파우머스 은행은 ‘낮은 이자율과 등록 및 소득증명, 보증인 없이 지역생산과 소비를 위한 소액신용대출을 보증하는 것’을 목적으로, ‘가난한 공동체 주민들에게 은행 서비스의 접근성을 제공하는 것’을 사명으로 만들어졌다.

   

브라질 전역 107개 공동체은행

대출은 보증이나 담보 대신에 신용위원회를 통해 12회까지 분할납부로 1만5000헤알까지 이뤄진다. 이자율은 월 0.5~3.5%선. 볼샤 파밀리에 프로그램이라는 정부 보조금 수령(매월 1달러 미만의 수익을 얻는 여성 가장들을 대상으로 하는 지원) 가구들을 위해서 소액 대출이 이뤄진다. 월 1.5~2.5% 이자율로 4회까지 분납 가능하다. 집수리, 지역 소비를 위한 대출도 가능하다.

파우머스 은행은 ‘지역사회순환통화’, ‘지역통화’로 알려진 공동체 화폐 파우마를 발행한다. 파우마는 브라질 통화인 헤알과 1대 1로 교환된다. 파우마를 사용하는 상가들에는 인센티브가 적용되며 대출도 파우마와 헤알로 함께 제공된다. 지역 사업체들은 파우마를 사용하는 이들에게는 5~10% 할인 혜택을 주는데 2010년 기준 240여개의 사업체에서 파우마가 통용된다. 같은 해 4만2000파우마가 지역사회에 순환됐다. 

2015년 현재 브라질 전역에는 107개 지역공동체은행이 설립·운영되고 있다. 공동체 은행은 브라질 지역공동체 활성화와 가난 탈출에 기여하며 새로운 지역순환경제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 파우머스 옆의 국영은행 까샤 창구에 줄선 사람들.

   
▲ 우리나라의 70년대를 연상시키는 거리 풍경. 이전에는 훨씬 더 열악했지만 주민연합과 지자체가 지속적인 지역개발을 하면서 도로 포장과 상하수도 공사가 진행될 수 있었다.

   
▲ 금방 쓰러질 것같은 폭스바겐. 낡은 자동차와 마차가 공존하는 콘준토 거리.

   
▲ 조아킴 대표를 인터뷰하고 연합취재단 기념촬영.

 

김진이 기자  kjini@mygo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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