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의 모여고 1학년생인 이모양은 최근 담임교사와 면담을 가졌다. 교사는 이양에게 과외를 하는지 물었고 이양은 “괴외를 받지 않고 있다”고 했다. 담임교사는 이에 화를 내며 “그러니까 네 성적이 이 모양이지, 방과후 못된 친구와 몰려다니는 것 아니냐. 내일 어머니 모셔와”라고 다그쳤다. 다음날 어머니는 큰 죄라도 지은 것처럼 얼굴을 붉혔다.

이상은 고1 여학생 어머니의 하소연 내용이다.

과연 그럴까. 이럴 때 학부모는 어떤 결정을 해야 할까. 많은 학부모들이 이런 경험을 하고 나서 고민을 전해온다. 교사들이 과외를 권하고 또 과외받은 것을 전제로 수업이 이루어지기도 한다고 한다. 과외는 우리 사회의 풍토병이자 난치병쯤으로 여겨졌던 것이 이제는 고질화되어 치유하기 어려운 불치병이 되기에 이르렀다.

과외는 국민의 능력과 품성의 함양이라는 교육문제인 동시에 사회적 통합과 안정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 문화 영역의 문제이기도 하다.

헌법재판소에서까지 전면 허용의 멍석을 깔았듯이 과외에 대한 온갖 제도와 방안을 고치고 화려한 미사여구의 장밋빛 발상이나 어설픈 단속 등의 엄포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것은 우리 국민의 교육에 대한 정서상으로도 해결방안이 아니기 때문이다.

더욱이 교원단체 등이 주최한 토론회에서 유력 대선 후보의 입을 통해 과외 문제 해결을 기대하는 것도 직무 유기의 한 단면을 보는 것같아 안타깝다. 이의 해결은 교육주체의 노력여하에 달려있다.

과외금지의 위헌 결정이후 우려됐던 파장이 그리 심각하지 않은 것으로 발표됐지만 초중고생의 70%이상이 과외를 하는 것으로 볼 때 과외 수요가 한계에 달해 확산될 여지가 없어졌을 뿐이다. 일부 선각자적인 학부모나 가정 경제로 인한 경우에나 나홀로 공부를 하고 있으니 이대로 봉합해 둘 수는 없다.

그동안 대중요법적 접근방식으로는 변죽만 울릴 뿐 과외열풍을 잠재울 수 없었다. 과외가 교육의 이상과 목표에 미치는 해악이 무엇인가와 공교육 정상화 측면에서 해결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공동체의 중요성보다 반칙을 해서라도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가치 규범의 주입으로 물질만능이 우선되는 상황에서 건강한 인간구현의 실현은 어렵다.

과외가 교육 수혜자인 학생에게 미치는 영향을 보면 스스로 성장하려는 성향과 의욕을 감퇴시키며 성취하려는 능력 배양을 효과적으로 방해하여 자기 주도적 교육력을 약화시킨다. 바로 의존적 학습 자세와 습관 형성으로 자율적 판단과 성취감을 무력화시킨다.

사물간 원인- 결과 관계를 왜곡시키는 인식의 팽배로 목표에 이르지 못할 때 그 원인을 타인이나 다른 외적 환경탓으로 돌리게 돼 자신의 능력이나 노력 부족을 인정하기에 앞서 다른 이유를 내세우는 부정적 심리 소유자로 만들 수 있다.

여유를 파괴하여 초조와 불안, 그리고 혼란을 조장하여 자아형성을 그르치고 전인적 발달의 가능성을 차단한다. 고액과외 등을 통해 물질 획득을 쉽게 하는 과외교사로부터 건전한 가치관을 위협받아 근면과 절약의 경시, 노동가치의 몰이해, 화려함과 향락의 축 등 물질집착 현상에 빠지고 공정한 게임정신을 훼손해 불법을 합법화시키는 의식을 조장하기도 한다.

일부 학부모들은 학교교육을 신뢰할 수 없고, 학교수업만으로는 입시에 합격하기 어렵다고 한다. 과외는 대부분 학교 수업의 주요 과목과 입시에 비중높은 과목에 편중돼 학교 수업과 병행해 이루어지므로 기술적으로 더 잘 가르치는 과외교사를 접할 수 있어 학교나 교사를 경시하여 공교육을 불신하게 되고 공교육 현장을 무력화시키는 가장 큰 요인이다.

이상처럼 과외해법을 입시제도 정책, 수능시험의 난이도 조절, 으름장 등에서 해결하기보다 과외가 주는 해악의 인식과 공교육 정상화 방안에서 찾아야 한다. 이를 위해 먼저 교사들의 혼신의 분발과 각성이 필요하며 이럴 때 ‘사교육 공화국’의 오명을 씻을 수 있다.
<한국가정 교육상담소장, 사랑의 회초리 보급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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