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근직원 40명, 연간 운영비 7억여원
지역화폐 위기 어플개발로 타개책

“이 동네 청년들은 마약이나 갱단에 많이 들어간다. 나도 파우머스 은행을 만나지 않았으면? 이곳의 매니저 아지에씨는 평등의 가치를 주장하고, 젊은 사람들에게 기회를 만들어준다. 나는 이곳에서 주민들의 생각을 바꾸는 일을 계속 하고 싶다.”
파우머스 연구소에서 인턴으로 일하는 19살 청년 엘베송. 잘생긴 그의 당찬 인터뷰는 파우머스 연구소 은행의 미래를 보여주었다. 은행 이상의 공동체 은행, 파우머스의 고민은 무엇일까.


▲ 식당을 운영하는 베네지또씨. 식당을 확장하면서 역시 파우머스 은행에서 융자를 받았다
▲ 콘준토 마을 풍경
파우머스 은행의 조직도에는 지역주민들과 지역사회의 주요 이해관계자를 대표하는 사람들로 구성된 운영위원가 가장 위에 있다. 운영위원회는 26명까지 구성할 수 있으며, 2014년부터 2015년까지 2년 임기의 현재 운영위원들은 19명으로 구성돼 있다. 운영위가 운영 주체를 선발하고, 조아킴 대표와 직원들이 실질적으로 파우머스은행을 운영하고 있다.

이는 파우머스은행이 주민들로부터 시작된 역사와 존재 의미를 말한다. 현재 주민연합 마리아 회장은 “파우머스가 생기면서 기회가 생겼다”고 설명했다. 1998년 1월 출발한 파우머스 은행은 2015년 현재 유급종사자 40여명, 인턴 5명, 자원봉사자 2명이 활동하고 있다. 2014년 총 운영비용은 대략 200만 헤알(약 7억1000만원) 정도. 이 중 50%는 중앙정부의 보조금사업이며, 25%가 지방정부들의 프로젝트사업, 15%는 자체 수익사업, 10%의 외부의 민간자원으로 구성돼있다. 

소비, 집수리, 지역순환위해 대출
파우마는 2010년 기준 콘준토 240개 사업체들이 이용하며 구매자들에게 할인혜택을 주고 있다. 헤알과 일대일로 적용되며 지역화폐와 국가 통화의 교환은 법적으로도 허용돼있다고. 파우머스 은행의 가장 중요한 대출 서비스는 크게 4가지로 구분된다. ‘생산, 소비 혹은 서비스를 위한 신용’은 대출의 평가와 승인을 하는 신용위원회를 통해서 12회까지 분할납부할 수 있고, 1만5000헤알까지 대출된다.

이율은 월 0.5%~3.5%. ‘생산포용을 위한 신용’, 즉시대출은 정부보조금 수령하는 가구를 대상으로 200~400헤알까지 대출. 월 1.5%~2.5% 이자율로 4회까지 분납한다. 집수리를 목적으로 하는 ‘Casa Produtiva’는 최대액 450헤알까지 대출하고, 월 2.5%의 이자율로 6회까지 분납한다.

‘지역소비를 위한 대출’은 이자 없이 4회까지 분납하며 최대 600헤알까지 파우마로 대출된다. 2010년 9월부터 파우머스 은행 고객, 저소득자들을 위한 소액보험도 시작됐다. 생명보험, 장례비용 등의 지원을 하고 있다. 

▲ 2년전까지 파우머스 은행으로 사용됐던 주민연합 건물 내부.
지역화폐 파우머 이용 “2년전만 못해”
올해로 28년이 된 파우머스 은행. 주민들의 생활은 많이 나아졌지만 그만큼 경제상황이 변화하면서 은행의 고민도 깊다. “현재 파우마 이용은 사실 거의 없다. 2년전만 해도 거의 모든 주민들이 파우마를 가지고 다녔다. 그러나 지금은 거스름돈을 파우마로 주는 걸 원하지 않는다.”

파우머스 은행 앞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베네지또씨. 그 역시 식당 확장을 위해 은행에서 대출을 받았다. 콘준토 출신인 베네지또씨는 “파우머스 은행과 국영은행 까샤가 있어서 편리하다. 많은 이들이 파우머스 은행을 통해 일을 할 수 있게 됐다”며 파우머스 은행에 대한 지지의 뜻을 전했다. 취재진도 일정 내내 파우마를 이용해 그의 가게에서 점심을 먹었다.

그러나 지역화폐가 예전처럼 이용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매니저 아지에씨는 이런 상황을 스마트폰 어플 개발로 대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는 지폐거래보다는 에지에르 어플을 깔아서 사용하는 것을 더 권장하려고 한다. 종이 화폐에서 어플로 전략을 바꾸는 것이다. 어플은 추가 투자가 필요없고, 더 편리하며 이익금도 더 많이 받을 수 있다.”

경제위기로 대출상환율 떨어져
개발 한달이 안됐다는 에지에르 어플 홍보를 위해 파우머스 은행 안팎과 지역 상점 곳곳에는 홍보물이 붙어있었다. 아직은 실제 거래까지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브라질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대출 상환율이 떨어지고 있는 것도 문제.

“대출을 안 갚는 사람이 더 많아졌다. 2015년 현재 대출을 상환하지 않은 비율이 9%. 2009년 2.5% 70만 헤알이다.” 물론 일반 은행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상환율이지만 공동체 은행으로는 ‘위기’라고도 볼 수 있다.

2011년 룰라 대통령에서 지우마 호세프로 정권이 바뀌면서 공동체 은행에 대한 지원 정책이 바뀌었다. 107개까지 늘어났던 공동체 은행의 확산이 주춤한 이유에 대해 조아킴 대표는 “룰라 대통령과의 약속을 지우마 정부가 지키지 않고, 파우머스 은행 대신 기존 은행을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각종 프로젝트에 대한 기금 지원도 줄어드는 추세. 16~24세 청년들을 위한 훈련과 고용 그리고 소득창출을 위한 프로젝트인 마을작업학교와 청년 이벤트 ‘1000 Youth, 10 Ideas’ 상럽도 기금이 중단되면서 종료됐다. 

사회혁신 스타트업 새 프로젝트
그러나 위기에 파우머스 은행은 더욱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파우머스 연구소는 어플 개발, 기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지역사회 소비·생산지도 사업, 소프트웨어를 제작, 운영하고 있다. 청년들의 사업을 지원하는 파우마스 사회혁신센터 운영,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유명 인사들의 강연과 토론을 진행하는 스타트업 위캔드 등 새로운 프로젝트들이 계속 진행되고 있다.
조아킴 대표부터 젊은 인턴 사원까지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고 실천하는 일에 주저함이 없었다. 가장 중요한 원칙은 “파우머스 은행의 이익금은 시민들에게 다 돌려진다. 공동체 은행이 일반 은행처럼 된다면 더 많은 이익금으로 시민들의 교육, 복지 사업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조아킴 대표는 파우머스 은행의 시도가 가난한 지역이 아니어도 어느 곳이나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 이유는 “지역에 꼭 필요한 사업”이기 때문이다.

▲ 파우머스은행 취재를 마치고 파우마로 식사를 하고 있는 공동 취재단

▲ 파우머스 은행 앞 식당의 베네지또씨가 지역화폐 파우마를 받고 있다.

브라질 포르탈레자=김진이 기자/사진 충청리뷰 육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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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우머스 연구소의 청년 인턴 엘베송
인터뷰- 엘베송 리노씨(파우머스 연구소 청년 인턴)
 “조아킴 아지에 닮고 싶다”

엘베송 리노씨는 19세이다. 현재 세아라 주립대학에서 철학 전공 1학년 생으로 갓 태어난 아들과 역시 대학생인 아내가 있다. 엘베송씨는 파우머스 은행에서 일하는 것으로 매우 자랑스럽게 여기며 어떻게 바꾸어나갈지에 대한 비전도 분명히 갖고 있었다.

“작년 이맘때쯤 파우머스 은행 프로그램에서 공부를 했다. 그 인연으로 여기서 일할 기회를 얻었다. 내게는 문이 열린 것이지만 다른 청년들은 힘든 일이다. 대학진학도 하고,  졸업 후꿈도 꾸게 됐다.”

파우머스 은행에서 엘베송씨는 “웹사이트 학원 일을 돕고, 아이들도 가르키고 있다”고. 이전에는 콘준토 지역에서 산다는 이야기를 잘 하지 않았다고. 그러나 지금은 ‘파우머스 은행에서 일한다’고 자신있게 말한다.  

“이전에는 나는 그냥 젊은 청년이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빈둥거리던 나에게 파우머스 프로그램을 이용하시던 어머니가 권유를 하셨다. 호기심 때문에 오게 됐다.”

다른 청년들은 어떻게 지낼까. “이 동네 청년들은 마약이나 갱단에 많이 들어간다. 나도 그랬을 수 있다.”
엘베송씨는 청년들에게 파우머스은행과 그 가치를 더 알리고 싶다. “배너를 프린트해 광고를 하고, 학교에도 홍보를 한다.” 주민 회의인 페콜에도 청년으로 자주 참여한다.

파우머스 은행내에서는 매니저인 아지에씨가 닮고 싶은 사람이다. “아지에씨는 평등의 가치를 주장하고, 젊은 사람들에게 기회를 만들어주려고 하고, 젊은 친구들의 아이디어를 들어주고 한다. 조아킴 대표는 우리에게 항상 ‘가만히 있지마라. 항상 움직여서 현실을 지지말고 발전을 해야한다’고 말한다.”
대 선배들을 닮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며 엘베송씨의 얼굴이 밝게 상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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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민연합의 임원진들
<인터뷰-주민연합(ASMOCONP) 임원진(마리아 다실리아 회장, 베네바우로 비에라 총모, 마리아 제니이지 총무)>

“주민조직은 엄마, 은행은 자식”

“첫번째 주민들에 의해 34년 전 만들어졌다. 이 지역의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파우머스 은행의 모체라 할 수 있는 주민연합. 현재는 은행 바로 옆 건물에 위치한 건물에는 마리아 다실리아 회장, 베네바우로 비에라 총모, 마리아 제니이지 총무가 자원봉사로 일을 하고 있다. 이 건물은 2년전까지 파우머스 은행 창구로 사용됐다. 지금은 주민연합과 은행은 별도의 조직으로 사이좋게 역할을 나누고 있다. 조아킴 대표도 주민연합 멤버이고, 주민연합 사람들은 파우머스 은행을 이용한다. 현재 5명이 자원봉사자로 일하고 회원은 100명 정도.

“현재는 주민을 위해서 가난에서 헤어나는 모든 문제 교통 사회. 경제적인 것을 제외한 모든 분야의 사업을 하고 있다.”

마리아 회장에게 은행을 만든 목적이 달성됐고 여전히 유효하다고 생각하는지를 물었다. “은행이 생겨 지역 상업이 커졌다. 파우머스 은행이 생겨서 가능했다. 지금은 브라질 전체가 불경기라서 함께 대안을 고민하고 있다.”

지역의 여전한 현안은 의료, 교육, 수도, 범죄 문제라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와 대화하고 항의도 한다. 파우머스 은행과 별도로 지역 시민단체의 역할을 하고 있는 셈.  

“프로젝트에서 투자를 더 많이 하지만 문맹이 아직도 심각해 거기에 더 투자를 하고 싶다. 기술직이나 그런 의류 쪽으로 투자를 하고 싶다. 마사지 건강 쪽으로 지원하고 싶다.”

주민연합은 “회관을 만든 것에 자부심을 갖고 있다. 주민연합은 엄마이고, "은행은 자식”이라며 은행과의 관계를 정리해주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과 사회투자지원재단의 자문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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