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 사람도서관 리드미 임동한 시각디자인 전공

 

▲ 호주의 자연을 임동한씨는 이렇게 표현 한다.“넓게 펼쳐진 바다는 말로 표현하기 힘든 장관이었습니다. 자연에 압도된 기분이었고 인간은 정말 자연 앞에서 작은 존재라는 것을 몸으로 느꼈죠.”

최근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경험한 청년들이 최저임금도 못 받는 노예노동에 시달린다는 사례들이 이슈화 됐다. ‘젊었을 때 고생은 사서 한다’는 말이 있지만 말 그대로 고생만 하고 오는 청년들이 많아 보인다. 하지만 대학교 3학년인 임동한(27세)씨가 보낸 1년 반의 호주 워킹홀리데이는 값진 휴가였으며 동시에 배움이기도 했다. 27세에 대학교 3학년이면 늦은 것이 아닐까. 조급해 해야 하지는 않을까. 그의 호주 워킹홀리데이는 그에게 무엇을 준 걸까.

그가 대학교 학업을 잠시 멈추고 도착한 호주 에를레이드에서 처음 한 일은 청소다. “매일 밤 유치원, 체육관, 마트, 오피스를 청소했습니다. 체육관은 땀 냄새로 가득 차 있었고 3주 만에 일이 너무 힘들어 그만두게 됐죠. 돈은 정말 괜찮게 받았었죠. 그 전까지는 우리나라에서 봤던 청소부들이 이렇게 힘든 일을 하고 있는지 몰랐습니다.” 임씨가 호주에 갔던 목적은 돈벌이가 아니었다. “돈을 많이 주는 공장이나 농장에 안 가고 내 시간이 많이 확보되는 일을 했어요.” 임씨에게는 경험이 더 중요했다. 최대한 자신의 시간을 낼 수 있는 일을 하며 여행도 다니고 친구들도 사귀고 하니 호주는 그에게 가기 전에 기대했던 것 이상이었다.

“호주에서 친구와 함께 스쿠버다이빙을 시작했어요. 투명한 바다와 많은 물고기들을 보는 것이 즐거웠죠. 그러던 중 보름달이 뜬 밤 야간 다이빙을 시도했어요. 불법이었는데 젊은 날의 객기였죠. 친구 4명과 함께 들어갔는데 바다 속에 아무것도 안 보였고 바닥도 안 보였습니다. 바닥에 닿았을 때 잠시 안도 했지만 주변에 아무것도 느낄 수 없고 제 심장소리만 들렸어요. 그 공포가 아직도 생생합니다. 그때 멀리서 희미한 불빛 3개가 보였어요. 친구들이었죠. 마침내 친구들과 합류했을 때 느꼈습니다. 나 혼자는 살 수 없는 세상이라고. 사람과 함께 살아가야 한다고.”

임씨는 블루 마운틴, 그레이트 오션 등 호주의 관광지를 다니며 한걸음 뒤로 물러서 바라보는 방법을 배웠다고 한다. “넓게 펼쳐진 바다는 말로 표현하기 힘든 장관이었습니다. 자연에 압도된 기분이었고 인간은 정말 자연 앞에서 작은 존재라는 것을 몸으로 느꼈죠.”

디자인을 배우고 있는 임씨에게 우연히 견학하게 된 호주의 한 디자인회사 풍경은 아직도 생생하다. “디자인회사 30곳을 돌아다니며 구경하려고 시도 했는데 다 거절당하고 한 회사가 허락했어요. 들어가서 처음 느낀 것은 자유였습니다. 제가 꿈꾸던 디자인 회사였죠. 파티션이 없는 사무실에 디자이너들이 회사 안 카페에서 여유를 즐기고 언제든 나가서 바람도 쐬는 것은 충격이었죠. 기회가 돼 회의시간도 볼 수 있었는데 인상 깊었던 것은 어떤 아이디어가 나오더라도 무시 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상상했던 디자인회사가 실제로 있는 거였죠.”

“호주 워킹홀리데이에 실패하는 이유는 사람들이 호주의 삶을 한국에서와 비슷하게 살려고 하는 데 있습니다. 일과 돈에 스스로를 묶지 말고 눈을 크게 뜨고 본다면 호주 워킹홀리데이는 분명히 할 가치가 있죠. 졸업 후에는 호주 디자인회사 문을 두드릴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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