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 고양 경제를 살려내는 지역기업 탐방 16 ㈜나인

▲ 이희건 ㈜나인 대표는 지난 4월 개성공단 입주기업 최초의 협동조합인 경기개성공단기업사업협동조합의 초대 이사장으로 추대·선출됐다.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의 경영안정을 위해 미래지향적 사고와 추진력으로 활발한 대외활동에 힘써 온 공적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개성공업지구 입주기업 공동 브랜드 시스브로(SISBRO) 론칭
9월, 킨텍스 100평 규모의 시스브로 상설 홍보 매장 오픈
중국투자그룹과 MOU체결, 내년 시스브로 중국 현지 진출

기업 경제활동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요구되는 상황 속에서 1999년 1월 세계 경제 포럼에서 유엔 글로벌 컴팩트가 결성됐다. 이는 유엔과 기업 간 파트너십을 통해 기업경영이 세계평화를 위한 인권, 노동, 환경과 반부패 원칙을 중심으로 세계 경제의 지속 균형발전을 목적으로 하도록 하는 단체다. 한국협회는 지난 5월 반기문 UN사무총장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발족식이 진행되면서 국내에 알려졌다.
한국대표단의 일원으로 정기 회의에 참석한 이희건 ㈜나인 대표는 평화를 위한 우수사례로 개성공업지구를 소개하는 자리에서 입주기업들의 공동 브랜드인 시스브로(SISBRO)를 소개하며 주목받았다. 시스브로는 SISTER(자매) 와 BROTHER(형제)의 합성어로 남북은 한 자매 형제라는 점을 상징한다.


나인은 언더웨어를 주력으로 생산하고 있다. 전북대학교에서 섬유공학을 전공한 이 대표가 속옷 사업을 시작한 것은 79년 쌍방울에 근무하고 2000년 나인을 설립하면서 부터다. 이후 이 대표는 국내 패션산업 발전과 국가경쟁력 제고에 기여하면서 시장개척을 위한 연구개발과 디자인 분야 전문성 확보를 위한 기업부설 연구소를 운영하는 등 창조경제에 동참해왔다. 이 같은 성과를 인정받은 나인은 고양시 우수기업, 기술혁신형 INNO-BIZ 기업으로 선정되었다. 2008년 설립한 ㈜나인JIT는 개성공업지구 활성화의 핵심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 1일 창조경영대상인 제22회 삼우당 패션·섬유대상 의류·패션산업 진흥 부문의 수장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자사의 안정적인 운영과 성장은 물론 개성공단 입주업체의 공동 의류브랜드인 ‘시스브로’ 론칭과 전개에 앞장서 주문자상표 제작방식(OEM)이 대부분인 개성공단 의류봉제 업체들의 안정적 생산여건 조성 및 수익·경영 내실화에 기여했다는 평가에서다.

독자 브랜드 개발 추진과 경기개성공단입주기업협동조합 설립 과정이 궁금하다.
26개 기업이 참여한 시스브로 브랜드 론칭은 개성기업의 85%가량이 대기업 주문자 생산을 하는 하청 형태의 OEM 기업이 지닌 한계에서 비롯됐다. 2013년처럼 남북 경협이 냉각될 경우, 하청물량에 변동이 생기더라도 자체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다. 속옷, 와이셔츠, 신사용 재킷, 청바지, 양말, 스포츠레저 신발 등을 생산하는 시스브로는 지난해엔 홈쇼핑을 통해 완판이 되는 등 제품 경쟁력도 검증됐다.
지난 4월에는 중국투자그룹과 양해각서를 통해 중국진출도 추진하고 있다. 중국투자그룹인 금전양광은 1만 개 이상의 로드숍을 확보한 유통기업으로 한중 FTA 시행에 맞춰 내년께 시스브로를 중국 현지에 소개할 예정이다. 오는 9월에는 경기도의 지원을 바탕으로 킨텍스에 100평 규모의 단독 매장을 열 계획이다.
경기개성공단입주기업협동조합은 기존의 개성공단기업협회가 통일부 등록 비영리단체로서 활동에 제약이 많았던 데서 벗어나 참여 기업의 취약한 영역인 판로개척과 홍보·마케팅 활동을 위해 결성했다. 개성공단 입주기업 중 경기도에 본사를 둔 65개 업체가 참여한 조합은 정치적 현안에는 참여하지 않는다는 원칙하에 결성된 지역별 최초 협동조합이다.

나인 개성공단 규모와 분위기는.
나인에서는 북측 근로자 600여명이 일한다. 그중 대부분은 여성이며 최근에는 남성이 점차 늘어 50여명쯤 된다. 직원채용이나 인사관리는 북측이 담당한다.
기업이 정세 불안의 위험요소를 감수하고 개성에 입주하는 이유는 노동력이 풍부한 다른 국가와 다르게 언어가 통하고, 교육수준이 높은 반면 인건비는 저렴하기 때문이다. 또한 파업이나 이직이 없다. 또 북측 근로자들은 각종 수당을 현금이 아닌 현물로 받기를 원한다. 특히 초콜릿류가 인기 높다.

일산테크노타운 사업협동조합 이사장도 지냈는데, 임기 중 역점을 뒀던 일은.
 테크노타운에 입점한 152개  회원사 간 교류와 소통이 원활히 이뤄지도록 노력했다. 이를 위해 정기모임을 만들었다.
또한 노후된 시설교체와 주차 차단기 설치 등 고양시 지원으로 주변 환경도 개선했다. 조경과 건물 내 외부 리모델링뿐만 아니라 특허나 세무·법률 자문기구의 기업 지원 여건을 조성하는 데도 힘썼다.

시련이 많았을 것 같다.
2004년 브랜드사업을 시작하며 위기를 겪었다. ‘스캉달(scandal)’이라는 유럽의 유명 브랜드로 국내 유명백화점에 입점하고 막대한 홍보 예산을 사용했다. 당시엔 확신이 있었고 약간의 의심도 없었다. 하지만 수입한 여성 속옷의 디자인이 다소 도발적이었고 당시 한국 언더웨어 시장에서 설득력이 없었다. ‘시기가 빠르다’는 상황판단에 따라 과감하게 기획 사업을 정리해야만 했다. 그리고 교훈을 얻었다. 마케팅기획 전문기업이 아닌 이상 개발과 제조에 치중해야 한다는 교훈이다. 2~3년 힘든 시간을 보낸 후 2006년 개성공단의 택지를 분양받아 2008년 입주하며 재기했다.

시스브로 회원사에 전하고픈 메시지가 있다면.
기업은 여러 사람, 모두가 함께 이뤄 가는 것이다. 상대방의 비어 있는 자리를 내가 채운다는 마음이 기반이 된 동반 성장의 가치가 중요하다. ‘나 혼자’ 보다 ‘서로 모두’의 가치다. 개성과 경기도의 회원사들은 다양한 기업으로 이뤄져 있다. 원활하고 진솔한 상호 교류와 정보 공유 습관을 중심으로 어려운 일이 있을 때면 서로 협력하고 상생하는 한 해가 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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