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사람들 덕양구 화정동 통일농원 강재원·박영선 대표

▲ “1000원이 주는 행복은 농사의 고단함도 잊게 한다””며 함박웃음 짓는 강재원·박영선 대표.
장미와 함께 농산물 판매
손님이 감사편지 넣기도

화정동 장미란체육관 옆 우측 산책로를 따라가면 고양누리길이 나온다. 오솔길 같은 이곳에 또 하나의 명물이 바로 ‘직거래 무인판매대’다.

이곳은 성저공원과 국사봉이 연결되는 산책로가 이어지는 곳으로, 15년 전에도 좁은 길인데도 산책하는 이들이 꽤 많았다. 여기를 지나는 이들마다 장미를 찾았고 바로 옆에서 장미를 키우던 강 대표(61세)가 조그맣게 무인판매대를 시작했다.

장미 10송이(1000원)를 투명비닐포장지에 싸서 마끈으로 질끈 묶은 꽃다발은 점점 날개돋친 듯 팔려나갔다. 3년 전부터는 누리길이 조성되고, 인근에 주말농장이 늘면서 장미를 찾는 이들도 더 많아졌다. 또한 마을 사업으로 작년에 고양시로부터 지원받아 지붕이 있는 오두막 형태의 판매대까지 갖췄다.

그리고는 코앞에 있는 농장에서 싱싱한 장미, 다육식물, 채소류(쌈채·고추·오이·열무·가지 등)를 비롯해 건나물(고구마순·토란대·호박), 고춧가루(농사한 것) 등을 가져와 함께 전시판매하고 있다.

김장철에는 배추, 무, 쪽파 등 김장에 필요한 채소들도 둔다. 1분 거리의 농장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판매하는 것이어서 어찌보면 로컬푸드 원조격이라고 할 만하다. 산책하고 돌아가는 이들과 주말농장에 다녀가는 이들도 싱싱하고 가격 저렴한 채소뿐만 아니라 어여쁜 장미까지 한아름씩 구입해간다.

이 모든 것이 강 대표의 바쁜 일손을 덜어주는 무인판매대여서 가능한 일이다. 때로는 산책길에 돈을 안가지고 온 이들은 다음날 봉투에 ‘예쁜 꽃 저렴하게 줘서 고맙습니다’라는 감사편지와 함께 돈을 넣어두곤 한다.

어떤 이들은 일주일마다 구입해가고, 직접 만든 간식과 티백차 등을 넣어두기도 한다. 강 대표는 “농부를 생각해주는 손님들 마음이 고마워서 더 싱싱하고 좋은 꽃과 채소를 진열한다”고 말했다.

무인판매대는 24시간 운영되며 밤에 산책 후에도 구입해갈 수 있도록 전등불이 켜있다. 비가 와도 괜찮게끔 지붕도 있다. 평일엔 30여 묶음의 장미가 나가고, 주말엔 50여 묶음이 판매된다.

올해부터는 7송이에 1000원. 기념일에 사용되는 꽃다발과 꽃바구니도 미리 주문하면 시중가보다 70% 저렴하게 살 수 있다.

강재원 대표는 1990년 무렵 부친 때부터 시작해 올해로 25년째 장미 농사를 짓고 있다. 독일이 원산지로 ‘장미꽃의 여왕’으로 불리는 검붉은 빛깔의 비탈 품종을 절화(줄기 하나에 꽃 한 송이 남게 재배하며 줄기를 잘라서 유통)로 키우고 있다.

무엇보다 고집스런 뚝심으로 토경에서 재배해 수명이 더 오래가는 장점 때문에 도매시장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다.

아내 박영선(58세)씨는 부모님을 잘 모셔서 2번씩이나 효부상을 받았고, 강 대표도 저녁 단잠을 아껴가며 자율방범활동을 25년째 하고 있어서 모범시민상을 받았다. 부부는 독실한 천주교 신자로 수많은 봉사활동에도 앞장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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