몹시도 뜨거운 날이 계속 되고 있다. 하늘도 땅도 다 타들어 가는 마당에 사람들은 입을 가려야 산다고 한다. 어쩌다 한줄기 소나기라도 내리는 날이면 마치 좋은 세상이 열리기라도 할 것처럼 마음이 들뜨는 때이다. 쏟아지는 빗줄기가 이 땅을 적시고 그 속에서 다시 생명이 솟아날 수 있기를 바라는 뜨거운 마음들이 이 위기를 이길 수 있는 마지막 희망 같다. 언제나 그랬다.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큰 희생을 감당하며 같이 살 수 있는 궁리를 해 온 것은 이 땅의 민초들이다. 원망도 미움도 없이 그저 하늘을 쳐다보며 빌고 또 빌어 결국 뜻을 이루고 마는 끈덕진 생명력의 소유자들. 그 사람들이 사는 곳이 바로 우리 땅이다. 가뭄과 역병이 세상 민심을 흉흉하게 할 법한데도 별 탈 없이 굴러가는 걸 보면 또 우리의 염원이 하늘에 닿은 모양이다. 참으로 다행이고 고맙다.

자타공인 대한민국 최고병원에서 전염병이 돌고 그 전염병이 온 나라를 불안에 떨게 하고 있다. 일본이 기술력으로 세계최고를 자랑하다 원전사고로 한순간에 추락한 모습과 참 많이도 닮았다. 대량생산과 대량소비로 사람 사는 세상이 참 좋아진 것은 부인할 수 없지만 그 과정에 생겨난 자본이 결국 사람들의 본마음을 병들게 하고 모든 가치가 돈으로 환산되면서 세상은 변했다. 돈이 지배하는 천박한 세상의 축소판이 곧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누구도 피할 수 없다. 나 또한 그 속에서 살아보려 허우적거리며 발버둥치고 있다. 다 안쓰럽고 측은하다. 천년을 살 것처럼 축재와 치부에 열을 올리는 사람들은 불쌍하다는 생각도 든다. 누구나 누리고 풍요롭게 살고 싶을 것이다.

한 때 세간에는 이런 말이 돌았다. 부모가 돌아가시면 ‘ㅇㅇ병원’에 모시는 게 가장 큰 효도라고. 그러니 산 사람이든 죽은 사람이든 누구나 다 그곳에 한 번 가보는 게 일생의 큰 영광이었을 것이리라. 그런데 지금은 가장 큰 혐오시설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그런 상황이야 아주 잠깐이겠지만 참으로 기이한 일이 일어난 것이다.

세상일이 다 그렇다. 아무리 준비를 하고 대비를 해도 인간이 막을 수 없는 재앙이 덮치기도 하고 또 생각지 못한 행운을 만나기도 한다. 그러니 자신의 본마음(타고난 선한 마음)을 잃지 말고 소박하게 살다 가는 게 가장 행복하게 사는 방법이 아닐까 생각한다. 얼마 전 나는 뜻하지 않게 농사일을 해보게 되었다. 뙤약볕 아래서 두어 시간 남짓 감자도 캐고 양파며 마늘을 캐는 일을 했다. 여럿이 함께 하다 보니 일도 금세 끝나고 또 즐거움도 느꼈다. 뜻밖의 기쁨이었다. 남들이 다 부러워하는 물질적 풍요를 누리며 군림하는 사람들보다 작고 소박한 공간에서 마음을 나누며 사는 삶이 훨씬 더 가치 있고 행복할 수 있겠다는 것도 깨달았다. 늘 남의 손에 의지해 살아온 삶이다. 아직 콩 한 톨 스스로 심고 가꾸지 못했지만 더불어 살면 할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인생이 길어도 백 살을 넘지 못하고 주위를 보니 실상은 팔십 안팎에 생을 끝내는 경우가 많다. 그리 길지 않은 인생이다. 너무 혼자만 잘 살아보려고, 선한 사람들 가슴에 못질하지 말고 소박하게 살아 보자고 말하고 싶다.

사람은 주제를 알아야 탈이 없다. 애초에 그릇이 안 되는 사람이 너무 큰 일을 맡으면 탈이 나는 법이다. 자기 그릇에 맞는 일을 야무지게 잘 해내면 세상이 전부 편안하게 돌아간다. 왜 사람들은 자기 주제도 모르고 높은 곳, 더 높은 곳만 오르려 하는지 모르겠다. 자기 앞가림이라도 제대로 하면 적어도 남에게 폐는 되지 않는다. 길지 않은 인생 남에게 도움은 못 될망정 원망과 미움만 받다간다면 너무 서글픈 일이 아닐까. 뜨거운 뙤약볕 아래 묵묵히 자기 업을 충실하게 해나가는 민초들의 삶을 배우고 따라 해보자

고광석 대명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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