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 동아리 탐방 시인사숙(詩人私塾) 송빙관(松聘館)

▲ 유종인 시인(사진 가운데)이 합평회에서 의견을 내자 송빙관 회원들이 시인의 말을 놓칠세라 귀담아 듣고 있다.

시인들이 함께 모여 숙식을 하고 시를 가르친다는 뜻의 시인사숙(詩人私塾)이란 말이 참 정겹다. 아마추어 주부 시인들이 스승을 모시고 자신의 작품으로 합평회를 하는 이 모임의 이름은 시인사숙 송빙관(松聘館)이다.

‘소나무가 부른다’는 송빙관이란 이름답게 이들이 모여 앉아 합평회를 하는 곳도 솔향기 나는 도서관 뒷산이다. 일산동구 백석도서관 뒷산 언저리에서 회원들은 매주 화요일에 시인의 강의를 듣고 각자의 시를 발표하며 의견을 나눈다.

회원들과 함께하는 작가는 유종인 시인이다. 출판사 ‘문학과지성사’와 ‘실천문학사’에 이미 여러 권의 시집을 출간한 중견작가인 유 시인은 “이렇게 독자들과 만날 수 있어 좋고, 무엇보다 이웃들의 속 깊은 생각을 들을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회원들은 "유종인 시인의 시집을 항상 지니고 다니며 언제든 꺼내 읽는다"고 말했다.

원래 유 시인이 시쓰기 강의를 하던 곳은 김포였다. 1년간의 강의가 끝나자 이를 아쉬워하던 일부 수강생들이 ‘수업을 계속 진행해 달라’며 소모임으로 시작한 것이 송빙관이었다. 그때부터 유 시인이 사는 일산에서 매주 한 번씩 모임을 갖게 됐고 자연스레 고양시민들도 참가하게 됐다. 이렇게 모임이 시작된 것이 1년 반 전이다.

모임의 규모는 그리 크지 않다. 50대의 주부들이 예닐곱 명 모인 것이 전부다. 간혹 시를 좋아하는 지인들이 초대되는데 기존 회원들은 신규 회원이라면 두 팔 벌려 반기는 분위기다. 기자가 방문한 날도 신규 남성회원이 자신의 시를 발표하고 있었다. 김포에서 온 서상민(50세)씨는 “선생님을 뵙기 전에 이미 작품을 통해 시인을 만날 수 있었는데 오늘 직접 뵈니 작품으로 상상했던 시인의 인품과 비슷해 친근하단 생각이 들 정도”라고 말했다.

회원들은 유 시인과 함께 수업을 진행하고 합평회를 하는 것에 무척이나 행복해했다. 사실 대부분의 회원들이 작품으로 유 시인을 먼저 알았던 터라 “작가의 작품 하나하나에 감동받았고 수없이 다시 읽었다”며 팬으로서의 마음을 숨김없이 밝히기도 했다.

박정옥(62세)씨는 “여기 모인 사람들은 학창시절 때 모두 문학소녀들이었다”며 “불과 얼마 전까지도 신춘문예가 시작되면 작품을 출품해야 한다는 압박을 느껴 매년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다”고 말했다. 젊을 적에 비해 오히려 유 시인을 만난 후 작품 수가 늘었고 작년엔 처음으로 신춘문예에 작품을 제출하기도 했다는 박씨는 “내 시가 선생님 마음에 들 수 있으면 좋겠다는 도전의식 때문인지 더 진지하게 시를 접하게 됐고 그러면서 시를 보는 안목도 늘었다”고 좋아했다.

합평회가 끝나면 회원들이 집에서 싸온 음식으로 간단한 다과회가 이어진다.

“태어나서 시를 읽고 쓸 수 있어 그것보다 행복한 것이 없다”는 이도 있었다. 박소미(50세)씨는 “인문학의 정수인 시를 통해 깊이 있는 사색을 하게 됐고, 삶에 대한 성찰도 하게 됐다”며 “시가 내 인생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었다는 것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전업작가인 유종인 시인은 “작업실에 마냥 앉아 있다고 좋은 시가 나오지는 않는다. 시간만 되면 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사람 만나는 시간’을 즐긴다. 문단의 작가들도 좋지만 이렇게 아마추어 작가들과 이야기하면 더 생기가 돌아 머리와 가슴이 환기된다”며 이 모임을 큰 행복으로 느꼈다.

1968년 인천에서 태어난 유종인 시인은 1996년 문예중앙에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등단했으며, 200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조부문, 2011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미술평론부문 당선. 시집으로는 『사랑이라는 재촉들』, 『교우록』 등이 있으며 시조집에는 『얼굴을 다듬다』 등이 있다.

송빙관은 신규 회원을 모집한다. 인문학적 깊이를 찾는이라면 누구든 환영이다.
문의 010-8709-47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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