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올해 개장 20년째인 호수공원과 관련해 참 많은 인연을 가지고 있다. 1994년 일산서구 주엽동 강선마을 아파트로 입주한 우리부부는 평소 생활 마라톤을 즐겨 하기에 1996년 호수공원이 개장된 이후 거의 매일 새벽 호수공원을 달렸다.

호수공원 개장 하루 전에는 전통공원(당시 소나무밭)에서 사람이 목매 자살한 것을 확인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당시 경찰에게 ‘내일이 호수공원 개장하는 날이니 별 탈 없이 처리해 줄 것’을 요청했다. 

1996년 5월 4일 호수공원이 개장한 이후 호수공원에 대한 애정이 점차 생겨 공원의 모든 나무를 살펴보기도 했다. 그러던 중 많은 나무들이 고사됨을 확인했는데 그 숫자가 무려 364그루였다. 이후 원인을 찾아보니 나무가 죽은 이유가 논이었던 땅에 흙을 조금씩 메우고 식수를 한 것이 확인됐다. 이러한 곳에 식수를 했으니 배수가 되지 않아 나무가 성장할 수 없었던 것이다. 당시 MBC 문화방송의 기자를 대동해 고사목의 뿌리를 촬영하면서 나무가 죽은 이유를 고발하기도 했다. 그 이후 토지공사 측과 고양시를 설득하면서 공원의 나무가 죽지 않도록 조치를 취해줄 것을 요청했다. 미국 맨하탄의 영원한 휴식처인 센트럴파크와 같이 호수공원도 고양시민의 영원한 휴식처로 남아 있기를 원했기 때문이다.

우리부부는 새벽마다 호수공원을 달리면서도 항시 호주머니에는 커트가위를 소지했다. 웃자라는 가지가 보이는 나무를 손질하기 위해서였다. 생각해보면 호수공원의 많은 수의 큰 나무들은 내 손길을 거치지 않았나 여겨진다.

고양시는 1997년 호수공원에 철조망을 2~3m 설치하고 유료화를 추진하려 했다. 또한 1만여 평에 유희시설을 조성하고 업자를 공모하려 했다. 당시 ‘이게 뭐하는 짓인가’하고 의아해 했다.

일산신도시 입주자 대표회의는 긴급 이사회를 개최하고 호수공원의 유료화와 유희시설 조성을 적극 반대하기로 의결했다. 이어 당시의 신동영 시장에게 면담을 요청하고 1997년 9월 공원관리사업소에서 신도시 입주민들과 유희시설 설치 반대집회를 가졌다. 그 결과 고양시는 호수공원의 유료화와 유희시설 설치를 철회하기로 결정했다.

이 무렵 일산신도시 입주자 대표회의는 일산신도시 입주 당시 호수공원 조성비용이 분양가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호수공원의 관리권은 고양시에 있고 호수공원의 처분권은 입주민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에 대한 유권해석을 토지공사에 의뢰했다. 결과적으로 당시 토지공사의 조창수 단장이 ‘일산신도시 입주자 대표회의의 주장이 정당하다는 것이다’라고 판단했다.

현재는 물론 앞으로도 호수공원에 여타의 건물 신축을 적극적으로 반대한다. 이는 지금처럼 좋은 환경을 후대에게 물려주기 위함이다.

호수공원은 차츰 시민들에게 사랑을 받게 됐지만 고양시에 문화적 공간이 없다는 고양신문(1997년 9월 8일자)의 보도에 감응해 일산신도시 입주자대표회의가 토지공사를 설득했다. 즉 일산신도시 개발시 토지공사는 7400억원의 이익이 발생했으니 200억원 상당의 아람누리 부지를 시에 기증하도록 조창수 단장을 설득하고 협의했다. 그 결과 현재 정발산에 있는 아람누리 부지가 고양시에 기증됐다.

/채수천 고양시입주자대표회회장

저작권자 © 고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