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전염병 사태를 겪으면서 한국인들은 새삼 많은 것들을 느꼈다. 정부의 역할과 기능이 국민생활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실감했다. 더불어 뉴스의 중요성도 깨달았다. 평소 뉴스를 외면하던 사람들도 메르스 전염상황을 알리는 언론보도에 큰 관심을 보였다.

메르스 전염 초기, 정부가 관련 정보를 은폐하자 국민들은 무지로 인한 불신과 불안에 휩싸였다. 카톡이나 스마트폰 문자가 언론 뉴스를 대신했다. 그 결과는 범 국민적 과민반응이었다. 거의 모든 집단 행사들이 취소되었고, 그로 인한 경제적 피해는 어마어마하게 불어났다. 메르스 덕분에 수요가 크게 늘어난 것이 있다면 마스크와 언론뉴스 뿐이었다.

전염병으로부터 안전한 나라가 되려면 철저한 방역조치도 중요하지만, 국민들이 정확하고 신속하게 전염병에 관한 뉴스와 정보를 입수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무능한 정부를 걱정하는 사람들은 많지만, 언론의 미래를 걱정하는 사람들은 드물다.

언론 분야에서는 디지털 혁명이 디지털 재앙의 지경에 이르고 있다. 인간의 생존과 안전에 필요한 뉴스가 시장경제 논리, 그것도 디지털 시장경제 논리에 매몰되면서 그 본연의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기 어렵게 된 것이다.

디지털 시대가 되면서 언론매체는 전통적인 시장경쟁 기준인 가격과 품질을 모두 포기해야 했다. 인터넷 언론이 도입된 지 20년이 지났지만, 어느 언론사도 인터넷 뉴스의 유료화에 성공하지 못했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의 로이터 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디지털 뉴스를 이용하며 구독료를 낸 사람들의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는 핀란드나 덴마크 등인데, 그 비율이 고작 13~14%에 불과했다. 일본도 10%, 미국도 11%에 그쳤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앞으로도 무료뉴스만을 사용하겠다고 답했다.

결국 디지털 시대의 언론매체는 구독료나 시청료를 포기하고 광고수익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해야 하는데, 디지털 광고수익은 언론사로 들어가는 비율이 극히 낮다. 한국의 경우 다음이나 네이버, 미국의 경우 구글과 페이스북 같은 디지털 기업들이 거의 다 가져가고 있다. 그나마 데스크탑 컴퓨터에서 모바일로 인터넷 사용기기가 바뀌면서 언론사의 광고수익은 더욱 기대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모바일에서는 신문이나 방송처럼 기사나 프로그램 사이에 광고를 끼워넣기 어렵기 때문이다. 광고를 차단하는 소프트웨어도 일반화되고 있다. 미국 네티즌의 47%가 광고 차단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고 있고, 곧 출시되는 애플사 아이폰에는 광고차단 기능이 장착될 예정이다.

뉴스가 공짜상품이 되고, 포털이 뉴스전달 경로로 정착되면서, 대부분의 언론사들은 브랜드 파워를 상실했다. 기자 300명이 일하는 일간지의 뉴스와 기자 3명이 일하는 인터넷신문사 뉴스의 차이를 네티즌들은 크게 개의치 않는다. 오직 기사 조회수를 늘려서 그나마 적은 광고수익을 조금 더 늘리는 데에 모든 언론사들이 매달려있다.

디지털 시대 지역언론의 입지는 더욱 비좁다. 결국 영세하고 부실한 지역언론이 대부분이며 공익적 기능을 발휘하기 어렵다. 지역사회가 메르스 전염병과 같은 위기를 맞을 경우, 지역주민들은 또 다시 무지와 공포로 인한 과민반응을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전염병을 효과적으로 예방하고 차단하려면 안전한 방역체계도 필요하지만, 디지털 시장논리에 매몰되지 않는 건강한 언론 역시 필요하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저작권자 © 고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