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13일 지방선거를 통해 선출된 새로운 시장체제의 출범이후 첫 예산안 심의가 12월 있을 예정이다. 고양여성민우회는 2001년, 2002년 두 차례에 걸쳐 고양시 여성정책과 예산 평가작업을 통해 고양시 여성정책과 예산에 대한 의견을 제출한 바 있어 새시장 체제하에서의 예산안에 특별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나라 여성정책은 1995년 세계여성대회를 전후하여 요보호 여성이라는 특정 정책대상을 겨냥한 협소한 의미의 여성정책을 보다 발전시켜 양성평등이라는 목적을 명시적으로 표방하였고, 이를 위한 전략으로서 성주류화가 채택되고 있는데, 여기에는 성인지성이라는 것이 주요한 관점이자 정책기준이 되고 있다.

고양여성민우회는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성인지적 관점을 통한 고양시의 여성정책과 예산에 대한 평가작업을 진행했다. 단순히 여성정책이 전체 예산의 몇 %를 차지하는가 라는 점도 중요한 문제지만 고양시의 여성정책과 예산이 무엇을 목표로 수립, 수행되고 있는가가 진정으로 여성정책이 여성정책다움을 갖게 하는 중요한 평가수단이기 때문이다.

2002년 고양시 여성정책 업무목표가 “여성의 능력개발과 여성복지서비스 확대”임에도 불구하고 예산을 살펴보면 고양시는 여전히 요보호 여성이라는 특정 정책대상을 중심으로 한 여성정책의 협소함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고양시의 2002년 예산 총액은 7천686억8천884만1천원이다. 이중 고양시 여성정책 담당부서 예산은 2001년 13억8천41만3천원에서 2002년에는 13억3천372만7천원으로 오히려 3.6% 정도 줄어들었고 그나마 이 중 74.98%를 차지하는 10억원은 여성발전기금 적립금으로, 3억3천372만7천원 만이 사업예산이다. 사업내용 면에서도 고양시 본청은 14.16%만이 자체사업이고 덕양구청과 일산구청은 100%가 보조사업이며, 여성정책 담당부서 예산 중 69.74%가 요보호여성의 복지증진을 위한 사업에 쓰이고 있다.

2002년 성인지적 관점에서 바라본 고양시 여성정책 예산은 38억7천363만2천원이다. 여기에는 여성정책 담당부서 예산, 보육예산, 보건 및 생활환경 개선비, 교육 및 문화비, 경제개발비, 여성복지회관 예산이 포함되어 있다. 62.5%(24억2천154만5천원)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보육예산이다.

시민들의 삶 속에서 양성평등에 관한 인식은 나날이 변해가고 있지만 여전히 전통적 가치관을 담고 있는 동거부부합동결혼식과 같은 사업이 여성정책이라는 이름으로 예산이 편성되고 있다. 또 한편으로는 고양 여성민우회가 작년에 낭비성 예산 편성과 반(反)성인지적 사업으로 지적했던 ‘고양꽃아가씨 선발대회’가 올해의 정책에 반영되어 폐지되기도 했다.

우리가 새시장 체제 출범 후 첫 예산안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과거의 관행과 행정편의적 사고에서 벗어나 현재 진행되고 있는 사업들에 대한 과감한 평가를 진행하고 지역여성들의 이해와 요구에 기반한 새로운 정책들을 고민해야 한다.

고양시의 발전은 곧 우리의 삶의 질이 높아지는 것이다. 40만 지역 여성들의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이해와 요구에 근거한 여성정책의 수립과 이의 실현을 위한 예산 편성이 이루어 질 수 있도록 시민 모두가 관심을 기울이고 목소리를 내는 것이 절실하다.
<고양 여성민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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