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벌신문, 조중동일보, 자전거일보, 비데일보, TV신문. 조선 중앙 동아에 따라붙는 별명들로서 한결같이 부정적인 현상을 상징한다. 어느새 전체 인구에 회자될 정도로 알려진 자전거일보에 대해 생각해보기로 하겠다.

자전거일보. 자전거 애호가들이 보는 신문 이름이 아니다. 자전거를 뿌려 독자를 확보하는 최근의 현상을 두고 붙여준 이름이다. 얼마나 철면피인지, 그 숫한 핀잔에도 불구하고 급기야 원가 14만 2천원의 컬러TV까지 등장시켰다. 이 덕에 조중동의 시장점유율이 76.6%까지 올랐다고 한다. 군소신문의 독자들을 뺏어간 결과다.

조중동의 독자뺏기 노골적
자칭 ‘1등신문’이요 ‘대한민국 대표신문’과 ‘정론지’를 자처하는 조중동이 시장에서 이런 파렴치한 짓을 백주 대낮에 버젓이 자행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시민운동단체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언론의 문제이니 언론운동단체에서 알아서 할 일이라며 모른 체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조중동의 불공정 거래행위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도 감히 제어하지 못하고 있다. 작년 봄 정부가 신문고시를 제정하려 하자 언론탄압이라며 길길이 뛰던 조중동은 결국 신문고시를 누더기로 만들어놓고 말았다. 신문시장의 단속은 발행인들의 이익단체인 신문협회의 자율에 맡기기로 하고(이는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격이었다), 양해각서의 내용에 따라 일정한 선을 넘으면 공정거래위원회가 나서도록 해놓았다.

그러나 신문협회는 자기네들이 알아서 하겠다며 양해각서의 체결을 거부하고 있다. 이를 빌미로 공정위는 직무를 유기하고 있다. 그 사이 시장에서는 약육강식의 불공정 거래행위가 판을 치고 있는 것이다.
조중동의 불공정 거래행위는 세 가지 의미를 갖는다. 시장에서의 불법행위 그 자체와 그로 인한 여론의 독과점, 그리고 여론의 왜곡이다. 다른 기업들이 불공정행위를 할 때 적발하고 나무라며 질서를 잡아야 할 신문이 스스로 불법행위를 일삼아 환경감시자로서의 권위를 상실함으로써 전체 경제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점이다. 주무부서인 공정위를 조롱거리로 만들어 단속의 권위를 떨어뜨리는 것도 크게 지탄받을 일이다.

이 와중에 동아는 노래방이 불법의 온상이 되었으며, 불법주차가 만연하다는 기사를 실어 코웃음을 산 적이 있다(10월14일자 1면 톱, 공직 기강해이 편승 法은 없다" 탈-불법 판쳐/政權도 사회도 ‘末期증상’). 기자는 항변할는지 모르겠다. 불공정 거래행위는 기자의 책임이 아니며, 노래방의 불법을 고발하는 것은 언론이 당연히 해야 일이라고 말이다. 그렇다면 자전거를 돌리는데 앞장섰던 동아의 불법행위도 고발했어야 마땅한 일이다. 제 허물은 감추면서 남을 훈계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노래방이 불법영업을 좀 했기로서니 신문사의 불법행위에는 비할 바도 아니다.

다음으로 여론의 독과점 문제다. 만의 하나 이 신문들이 정직한 언론이라면 문제가 덜 심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그렇지 않다는 점이다. 주권자를 우습게 알고 대통령은 자기네들이 결정한다며 특정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온갖 편파·허위·왜곡보도를 일삼고, 북한에 대한 적대와 핵 위기를 과장하여 고취시키며, 진실보도를 외면하고 엉터리 거짓기사로 도배하다시피 하고 있는 것이 이 신문들의 모습이다. 신문의 불공정 거래를 동원한 여론의 독과점은 삼성이나 두산, 이동통신회사 등 대기업이 저지르는 불법과는 비교할 수도 없는 엄청난 해악을 초래한다. 전체 사회를 정신적으로 병들게 만들기 때문이다.

시민단체들 도대체 뭐하나
정부도 손을 대지 못하며, 독자들은 물질적 유혹을 떨치지 못하고 있는 이 신문시장의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가? 민언련과 같은 언론운동단체만의 몫인가? 신문시장의 문제는 언론의 문제인 동시에 경제정의, 경제민주화의 문제이기도 하다. 경제정의가 유린되는 곳이 신문시장보다 더한 곳은 없다. 신문시장의 불법 탈법행위에 눈을 감고서 경제정의를 실천한다고 할 수는 없는 현실이다.

지금까지는 이러한 현실을 몰랐다고 치자. 심각하게 고려할 여유가 없었다고 치자. 그러나 큰 조직에 백화점식으로 다루지 않는 분야가 거의 없을 정도인 시민운동단체가 이렇게 심각하게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신문시장의 불법행위를 더 이상 모른다고 할 수는 없게 돼 있다. 나는 메이저 시민운동단체들의 능력을 믿는다. 신문시장을 정상화시킬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 여기에 있다는 점을 유념해주기 바란다.
<한일장신대 교수·신문방송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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