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존과 개발욕구 사이, 위협받는 한강하구 생태
1 숨쉬는 생태박물관, 장항습지의 가치
2 장항습지만이냐, 한강 하구 전체이냐
3 개발과 습지 보호 사이의 긴장 풀 수 없나
4 람사르 시범 마을 경남 창릉 우포늪을 가다
5 람사르 등록 혹은 습지보호를 향하여
환경부, 습지보호구역 지정 때와 말 되풀이
강 퇴적문제·홍수피해 인한 주민불안 있어
북과 접경지역 주민 통일되면 개발 기대
고양의 장항습지, 파주의 산남습지, 김포의 시암리습지를 두고 ‘한강하구 3대 습지’라고 일컫기도 한다. 이들 습지는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철조망에 건너에 있지만 역설적으로 각종 다양한 동식물의 서식지가 됐다. 한강하구는 람사르습지 등록의 요건을 갖춘 것이다.
문제는 장항습지를 둔 고양을 제외한 다른 지자체의 람사르습지 등록에 부정적 입장을 보인다는 것이다. 부정적 입장의 배경에는 크게 홍수예방을 위한 치수사업의 봉쇄, 주변개발에 대비되는 주민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있다.
습지보존이라는 당위성과 주민의 치수안정과 개발에 대한 기대심리가 정면으로 충돌할 때 환경부를 비롯한 관계당국과 각 지자체는 행정의 가닥을 어떻게 잡아야 할까. 각 지자체가 처한 입장을 어떻게 조율해야 할까. 우선 이번호에는 각 지자체, 특히 람사르습지 등록을 반대하는 김포시와 파주시의 처한 상황을 중심으로 개발과 습지보존 사이의 긴장관계를 살펴본다.
환경부가 지난 2006년 고양시 장항습지, 김포시 시암리습지, 파주시 산남습지, 강화군이 포함된 한강하구의 60.668k㎡(1835만평) 규모의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할 때에도 주민들의 반발에 부딪혔다. 김포시의 경우 각종규제에 대한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김포대교 밑 신곡수중보에서 하성면 전류리까지의 구역은 습지보호구역에서 제외 됐다.
주민들 환경부에 대한 불신 커
이윤성 김포시 환경보전과장은 “시는 주민들의 입장을 반영해야 하는 입장”이라며 “주민들은 개발에 대한 기대심리도 있지만 환경부에 대한 불신이 크다”고 말했다. 이 과장은 “2006년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을 할 때 환경부에서 아무런 규제가 없다고 했는데 문화재보호법이나 군사시설보호법을 끌어들여 규제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예를 들어 문화재보호구역에서 300m 내의 모든 시설은 경관심사를 거쳐야 하는 등 주민들은 규제를 받고 있다”며 환경부에 대한 주민들의 불신을 말했다. 환경부는 2006년 지정한 습지보호구역에 다시 람사르습지 등록 추진하면서 람사르 등록에 따른 별도의 규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주민들은 이를 믿지 않는다. 실제로 2006년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된 이후 이 구역 내에서는 건축물의 신증축, 토지형질 변경, 흙·모래·동식물의 채취 등 행위는 일부 제한되고 있다.
람사르습지 등록에 따른 행위규제가 없는지에 대해 환경부 측에서는 “별도의 국내법·국제법상 규제는 없으며 협약 가입 당사국으로서 국제적으로 중요한 습지를 보전·관리할 선언적인 의무는 있다”고 설명했다. 환경부는 또한 람사르습지 등록 이후 해당지역의 강물 범람에 따른 피해를 줄이기 위한 치수사업 가능성에 대해서도 “환경부는 이미 지정된 습지보호지역, 생태경관보전지역 등에 대해 홍수예방을 위한 치수사업 또는 복구사업을 원활하게 추진할 수 있도록 적극 지지해 왔다”며 “향후에도 국토부와 습지보전을 고려한 치수대책 마련을 하겠다”고 전했다.
퇴적으로 김포 어로활동 지장
김포시에 있어서 한강하구는 어업을 하고 있는 70여 어민가구의 생존권이 달린 생활터전이기도 하다. 그런데 김포 주변의 한강은 신곡수중보와 개발에 따라 밀물에 쓸려 들어온 퇴적물로 인해 강수면이 점점 높아지고 있어 어업활동에 지장을 받고 있다. 백성득 김포 한강어촌계 계장은 “퇴적 등으로 강바닥에 배가 닿는 현상이 빈번하기 때문에 준설 등을 통해 되도록 강의 원래 기능을 회복시켜야함에도 불구하고 행정기관은 이를 자연현상인양 포장한다”며 “우리 생활터전인 강의 변화가 어떻게 진행될지도 아직 정확히 모르는 상황에서 한강하구의 람사르 습지 등록만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 계장은 이어 “람사르습지 등록 추진은 진행형인 한강하구의 변화를 충분히 지켜보고 원래의 강의 기능을 회복시키기 위해 충분한 노력을 한 후에 이해관계인들의 의견을 청취해 가면서 추진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정하영 김포시의원은 “김포의 하성면·월곳면은 2006년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되기 훨씬 이전인 1975년 재두루미 등 철새 도래지로 지정되면서 문화재보호법의 적용을 받는 지역이었다. 이보다 훨씬 이전인 남북분단 이후애초에 군사시설 보호법에도 적용을 받던 지역이었다. 이렇기 때문에 이곳 주민들은 환경부가 아무리 람사르습지 등록에 따른 또다른 규제가 없다고 해도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 의원은 이어 “김포에서 본격적인 도시개발이 이뤄지면서 이곳 주민들은 자신들의 자식들만큼은 도시개발로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겠다는 기대감을 가지고 있다. 또한 남북통일이 됐을 경우 지금처럼 이곳이 소외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파주시의회, 람사르 반대 결의안 채택
파주시도 홍수 피해를 겪어왔기 때문에 람사르습지가 등록되면 한강하구에서 추진 중인 하천 정비 사업에 지장을 받게 될 것이라며 제동을 걸고 나선다. 지난 2013년 주민들이 낸 탄원서에 따르면 ‘파주시는 한강하구와 관련해 지난 1996년, 1998년, 1999년 3차례에 걸쳐 수해가 발생해 98명의 인명피해와 1조107억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한 지역’이라고 밝히고 있다. 람사르습지 등록을 반대하는 파주 주민들은 환경부가 람사르습지 등록시 행위제한이 없다고 주장하지만 믿지 않고 있다. 이들은 람사르습지 등록시 ‘국제적 관리’ 대상이 되어 수해방지를 위한 하천공사에 큰 차질이 발생할 경우 생명과 재산에 피해가 있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파주시 의회차원에서도 람사르습지 등록을 반대하고 있다. 파주시의회는 ‘한강하구 람사르습지 등록 반대 결의안’을 채택해 환경부, 국토교통부로 결의문을 송부했다. 결의문에서는 '5년간 파주시 연간 강수량이 약 15%씩 지속적으로 증가되는 실정으로 하도정비, 저류지 조성 및 물길 바꾸기 등과 같은 치수사업들을 다각적으로 병행하더라도 결코 안심할 수 없다. 이와 같이 한강, 임진강 하천정비가 시급한 상황에서 환경부는 한강하구 람사르습지 등록 및 임진강 습지보호지역 추진은 ‘설마’하는 전형적인 안전불감증에서 출발한 정책"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에 대해 노현기 파주환경운동연합 임진강생태보전국장은 “대부분의 파주시민들은 한강하구의 람사르 등록 자체에 대해 모르는 상황이다. 1990년대에 3번의 홍수피해로 인한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되면 치수사업도 못하고 농사도 못짓는다는 주장이 퍼져나갔다. 그렇지만 람사르습지 등록이 된다고 행정적 제재를 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정하영 김포시의원은 “김포시, 파주시, 강화군이 한강하구는 보존할 가치가 충분히 있고 미래가치를 높이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인식해야한다. 그리고 각 지자체가 주민들을 설득해나가는 것이 환경부가 설득하는 것보다 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