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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자 보호 넘어 삶의 질 향상으로
  • 남동진 기자
  • 승인 2015.08.10 18:17
  • 호수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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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내 불평등,양극화 문제 해결에 기여
차별금지, 개발정책 전환, 공동체 가치 복원
고양시 인권기본계획 수립 연구용역 진행
형식적인 사업 아닌 구체적 인권정책 마련돼야

‘인간적인’ 도시, ‘살기 좋은’ 도시는 어떤 곳일까. 경제적 번영만큼이나 최근 주목받는 요소 중 하나가 바로 ‘인권’이다. 일상생활에서의 인권보호는 그 도시에 살고 있는 시민들의 행복지수와도 밀접하게 연관되기도 하다.


1948년 유엔의 ‘세계인권선언’선포 이후 세계 각국에서는 인권문제를 지역과 도시에서 해결하고자 하는 ‘인권의 지역화’를 추진해왔다. 이제는 도시정부도 주민의 인권에 대한 존중, 보호, 실현의 주요 의무자로 등장하고 이를 위한 시민 참여가 강조되기 시작한 것이다. 브라질 포르투알레그레, 스페인 바르셀로나, 독일 뉘른베르크, 미국 워싱턴, 캐나다 몬트리올 등이 그 대표적인 예이며 국내에서도 2000년대 초부터 진주, 울산, 광주 지역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인권조례 제정운동을 통해 인권도시를 모색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고양시 또한 최성 고양시장이 지난해 6월 지방선거 당시 “인권, 평화, 평등교육의 확대로 사람중심의 인권도시 위상을 강화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으며 올해 7월부터 인권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인권도시는 왜 필요하며 어떻게 만들 것인가. 고양신문은 이번 호부터 8회에 걸쳐 인권도시에 관한 국내외 기획을 연재할 예정이다. <편집자 주>

   
▲ 도시의 과밀화와 복잡화에 따른 다양한 도시문제들을 국가가 능동적이고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어려워지면서 인권문제에 대한 도시정부의 역할확대는 세계적인 추세가 되고 있다.

인권 현안, 도시 차원에서 해결
인권은 ‘좌’와 ‘우’라는 사상과 이념을 넘어서 국제사회가 동의하고 있는 보편적 가치이다. 1945년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이를 반성하기 위해 유엔은 48년 ‘세계인권선언’을 선포했다. 유엔은 이후 이를 바탕으로 인종차별 철폐, 성차별 철폐, 이주노동자 보호, 장애인 권리에 대한 조약을 구체화했다. 일종의 ‘국제인권레짐’이 형성된 것이다.

인권도시는 이러한 인권레짐을 사람들이 생활하는 지역적 공간인 도시에서 실현하고자 하는 ‘인권의 지역화’의 과정에서 함께 제기됐다. 특히 전 세계적 차원의 급속한 도시화, 분권화 과정 속에서 도시에서 발생하는 불평등, 양극화, 차별문제 등 다양한 인권현안들을 도시 차원에서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기 시작하면서 인권도시에 대한 논의는 최근 국제적인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인권보편화·양극화해결·시민참여
인권도시는 말 그대로 인권과 도시가 결합된 개념이다. 인권도시 전문가인 우필호 인권도시연구소장은 인권도시에 대해 “인권이 도시의 정치, 경제, 문화, 행정 전반에 걸쳐 작동되는 곳으로 볼 수 있고, 인권이 일정한 법적·관행적 특성을 갖게 되는 지역 공동체 사회로 볼 수도 있다”고 설명한다.


그렇다면 인권도시를 추진한다는 것은 고양시민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우필호 소장은 크게 세 가지로 정의한다. 첫 번째는 인권의 보편화 및 확대. “시민들이 겪고 느끼고 호소하는 인권 문제를 구체적으로 풀어나갈 수 있도록 시민참여를 통해 행정 및 구제절차를 규범화하고 다양한 인권정책을 추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만연하고 있는 성추행·성폭행, 아동학대, 비정규직, 장애인·이주민 등 소수자 차별 문제 같은 다양한 지역사회현안들을 인권문제로 바라보고 해결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다음으로는 양극화 문제, 삶의 질 하락 등 사회문제에 대한 지역사회 차원의 대응이다. 도시가 구성원의 인권증진에 어느 정도의 가치와 우선순위를 두느냐에 따라 시민들의 실제적인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우필호 소장은 “가령 도시개발사업을 추진할 때 시민보행권을 중시해 도로 폭을 줄인다든지 하는 방식으로 정책 전반에 인권가치를 반영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뉴타운정책이나 골프장, 도로건설 등 대규모 개발계획을 추진함에 있어 일종의 정책적 패러다임 전환을 이룰 수 있다는 것.  

   
▲ 올해 5월 15~18일 광주광역시에서 열렸던 2015 세계인권도시포럼의 한 장면<사진출처=세계인권도시포럼 위원회>. 사진 오른쪽은 지난 4월 고양시인권연대(준)에서 개최한 ‘인권도시 고양을 고민한다’ 토론회 모습.


마지막으로 인권도시는 시민참여와 공동체적 가치의 복원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인권도시는 인권의 가치를 바탕을 시민의 참여와 연대, 협력을 통해 공동체적 삶을 복원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고양시의 핵심 정책인 시정참여, 마을 만들기 사업과도 연결될 수 있는 부분이다. 

때문에 인권도시운동은 지자체 내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사회현안들을 넓게 포괄할 수 있는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인권전문가인 조효제 성공회대 교수는 인권도시에 대해 “인권이 과거 권위주의적 통치와 억압으로부터 개인과 소수자의 자유를 보호하던 소극적 의미에서 이제는 사회 구성원의 일상생활에서 삶의 질을 증진하는 적극적 의미로 발전해 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시민들의 삶 구석구석에 인권정책 반영돼야
한국의 인권도시 운동은 짧은 시간에 비해 상대적으로 급속히 양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2000년대 초부터 진주, 울산, 광주 지역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인권조례 제정운동을 통해 인권도시를 모색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기 시작했으며 2010년 지방선거를 전후로 서울, 광주, 울산 동구, 광명시, 수원시 등 국내 많은 지자체들이 인권도시를 표방했다.  

고양시 또한 지난해부터 인권도시 추진을 위한 구체적인 행보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 6월 지방선거 당시 최성 시장이 평화인권도시 추진을 공약했으며 7월부터 인권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시민사회에서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해 12월 고양시 5개 인권단체(경기장애인인권포럼, 고양·파주여성민우회, 아시아친구들, 평화캠프 고양지부, 금정굴인권평화재단)가 모여 고양시인권연대(준)를 만들었으며 지난 4월 ‘인권도시 고양’을 고민하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지난 6~7월에는 단체활동가, 시민들이 참여하는 고양인권학교를 5회에 걸쳐 진행하기도 했다. 인권학교를 함께 준비했던 김대권 아시아의 친구들 대표는 “40명이 넘는 사람들이 하루도 빠지지 않고 참석할 정도로 다들 열의와 관심이 높았다”고 전하며 “그만큼 고양시민들의 인권감수성이 높고 인권문제의 중요성을 느낀다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걸음마를 뗀 인권도시 고양시. 하지만 아직까지 인권도시 추진을 위해서는 많은 과제들에 직면해 있다. 아래로부터의 시민 참여를 통한 민주적 인권 거버넌스의 중요성, 즉 모든 거주민의 참여를 촉진하면서 특히 지역 내에서 소외되고 차별 받는 인권취약 계층의 참여를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으며 인권도시 실현을 위한 법적 근거와 정당성 확보의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또한 시민·공무원을 대상으로 하는 인권교육을 통해 인권문화를 확산하고 정착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유왕선 금정굴인권평화재단 운영위원장은 “추상적인 인권이 아니라 시민들의 삶 구석구석에 인권정책이 구체적으로 반영될 필요가 있다”며 “결과적으로는 고양시민 전체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위 기사는 한국언론재단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남동진 기자  xelloss115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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