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 사람도서관 리드미 당찬 고3 김채홍 학생

▲ “내 나이에 할 수 있는 것이 따로 있는데, 돈으로 절대 살 수 없는 시간인데, 지금에만 경험할 수 있는 것들이 많지 않나요. 매일 공부, 공부, 공부 지겹지 않아요?”
당찬 고3 김채홍 학생

김채홍 학생은 ‘대통령보다 높다’는 대한민국 고등학교 3학년이다.

“고3에 올라와 반을 둘러보니 친구들이 전부 각 잡고 책상 앞에 앉아있었어요. 고3이 되니까 선생님들도 크게 무엇을 하든 터치 안 하시더라고요. 공부하는 친구들은 작은 소음에도 엄청 민감하고요. 저희 학교 고3 교실은 5층에 있는데 학교행사도 안 하고 동아리활동도 못해요. 격리된 느낌이에요.”

하지만 모든 학생들이 수능을 위해 열중하는 것은 아닌가보다.

“저는 대학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아요.” 김양은 하루 4시간 이상 자면 안 된다는 고3이지만 잠도 잘 잔다고 한다. “수능공부를 하면서 과연 지금 내가 읽고 있는 책이 내 꿈과 연관이 있을까 고민했어요. 이렇게 틀에 박힌 공부를 하면서 창의적인 일을 할 수 있을까. 서울대에 가면 내가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나요. 대학이 인생의 종착점이 아닌데.”

김양의 아버지는 딸에게 공부하라고 강요하는 부모가 아니었다. 딸의 선택을 존중했고 응원했다. “게임을 하루 종일 할 정도로 컴퓨터에만 붙어 앉아있던 때가 있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스스로 컴퓨터 전선을 끊고 게임을 끊었어요. 믿고 바라봐 주는 아버지가 계신데 계속 이렇게 살아선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대부분의 학생들이 다니는 학원도 안 다닌다. 과외도 하지 않는다. 하지만 믿거나 말거나 학교성적은 중상위권이다.

김양을 묵묵히 응원해주는 아버지 덕분일까. 김양은 누가 강요하지 않아도 스스로 공부해왔다. 중학교 3학년 때는 한국사자격증 3급을 취득했다. 고등학교 2학년 때는 서울대학교에 수강신청을 해서 역사수업을 들었다. 학교수업이 끝나고 바로 출발해도 30분 늦는 거리인데도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마다 수업이 끝나면 지하철에서 내려 뛰어갔다. 중간고사나 기말고사를 준비하러 간 것은 절대 아니었다. 알고 싶은 것에 대한 욕구가 김양을 서울까지 다니게 했다.

“제가 하고 싶어서 하는 공부는 재미있어요.”

김채홍 학생의 꿈은 고등학교 역사 선생님이다. 중학교 때까지만 해도 방송국 작가나 PD였지만 요즘 방송국들의 뉴스를 보며 마음을 접었다고 한다. “한국사 선생님이 돼 학생들이 역사에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싶어요.” 왜 고등학교 선생님인가 묻자 “고등학생은 돼야 말이 좀 통할 것 같아서”라고 답했다.

“과거와 같은 잘못을 하지 않고 앞으로 더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해 역사를 배워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걸 우리의 미래인 아이들이 배워야 하기 때문에 그 역할을 하는 교사가 되고 싶어요.”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란 없다’라는 말이 있듯이 역사는 우리 민족이 걸어온 발자취이고 우리의 거울이 되는 존재인데 그냥 한 과목으로 다루어지는 것과 주입식 교육으로 교육되는 것이 너무너무 아쉽죠. 역사는 모든 것이 다 중요한데 중요한 것과 중요하지 않은 것으로 나누는 것도 너무 아쉬워요. 그래서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 같이 저 먼저 역사를 깊이 알아서 나중에 학생들에게 역사의 중요성과 재미를 둘 다 알려주고 싶어요.”

김양의 말에 따르면 요즘 수험생들은 자유가 있어도 할 일이 없다. 공부만 해왔으니까 다른 것을 하는 방법을 모른다는 것.

“내 나이에 할 수 있는 것이 따로 있는데, 돈으로 절대 살 수 없는 시간인데, 지금에만 경험할 수 있는 것들이 많지 않나요. 매일 공부, 공부, 공부 지겹지 않아요?”

“전 제가 하고 싶은 일들을 하면서 고3을 보내고 있어요. 수능 볼 생각에 갑갑하긴 하지만 즐거워요.”

수능이 100일도 채 남지 않은 요즘 수능을 준비하는 대부분의 고3들과 다르게 김채홍 학생이 말했다. “숨 쉬는 것도 즐거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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