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집주인에 대한 이야기

 

▲ 아마추어 시민배우들이 대본리딩을 위해 한자리에 모였다. 이들은 다음달 밤가시초가의 마지막 집주인이던 고 이경상씨의 삶을 재조명하는 이야기를 마당극으로 펼친다.

마지막 집주인에 대한 이야기
초가에 살던 이, 배우로 참여

일산신도시 한복판에 생뚱맞게 자리잡은 작은 초가집이 하나 있다. 정발산동의 밤가시초가다. 이곳에서 오는 9월 20일 오후 3시 시민들이 모여 마당극을 펼친다. 밤가시초가의 마지막 집주인이었던 고 이경상씨에 대한 이야기다.

약 170년 전에 지어진 이 초가집에는 신도시가 개발되기 직전까지도 가족들이 살고 있었다고 한다. 과연 어떤 이가 살고 있었고 그의 삶은 어떠했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바로 이번 마당극이 열리는 계기가 됐다.

고양연극협회장이자 극단 시네라마 대표인 신택기씨가 연출을, 희곡작가 황석연씨가 대본을 맡았다. 신택기 연출가는 “밤가시초가의 집주인에 대한 막연한 호기심에서 시작된 프로젝트다. 연극을 통해 ‘그가 살던 공간에서 그의 삶을 재연해 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에 시민참여 마당극을 제안하게 됐다”고 말했다. 신 대표는 올해 초 경기문화재단에 제안서를 냈고, 문화재단은 시민들이 연극배우로 참여한다는 것에 큰 점수를 줘 프로그램을 진행하도록 했다.

마당극을 한 달여 앞둔 요즘 자진해서 참가 신청을 한 시민 15명이 극단 시네라마에 모여 연극 연습에 한창이다. 모두가 연극을 처음 해보는 ‘진짜’ 아마추어들인데다 60대 이상의 어르신들이 대부분이지만 대본리딩에 열중인 이들을 보니 진지함만은 프로배우 못잖다.

“한때는 생명이 깃든 이곳 밤가시초가가 이제는 아무도 찾지 않는 텅 빈 공간으로 남아있구나. 지금은 가고 없는 그대, 잠든 그대여, 이제 깨어나시오! 그리고 우리 다함께 신명나게 놀아보세!”

마당극의 해설자 역할을 맡은 민미순(53세)씨가 기품 있는 목소리로 연극의 시작을 알리자 탈을 쓴 마을주민들이 나와 기웃거리고 낮잠을 자던 집주인이 소란스런 소리에 일어나면서 본격적으로 마당극이 시작된다. 파주 본토박이라는 민미순씨는 “어릴 때 경의선을 타고 지나갈 때마나 어른들이 ‘똬리집’이라고 했던 곳이 밤가시초가”라며 “170년 된 고택에서 그곳에 대한 이야기를 마당극으로 직접 한다고 하니 참 뜻 깊은 것 같다”고 말했다.

마당극에는 밤가시초가에서 살았던 이도 직접 출연 한다. 밤가시초가 마지막 집주인의 가까운 친척인 이향란(56세)씨가 그 주인공이다. 그는 “경상(집주인)이가 나보다 한 살 많은 조카인데 밤가시초가에서 어릴 때부터 시집 가기 전까지 같이 살았었다. 내가 살던 집에서 경상이에 대한 이야기를 마당극으로 한다고 하니 끌리는 게 있었다. 연출자 선생님도 친척이 마당극에 동참하면 더 의미 있을 거라며 붙잡았다”고 말했다.

신택기 연출가는 “연극에 참여한 시민배우 15명 모두가 연극을 하는 이유에 큰 의미를 두고 있어 연기 연습에 열정이 가득하다”고 말했다.

“처음 보는 사람 앞에서 책 읽는 것도 힘든데, 연기를 해보지 않은 사람들이 야외 마당극에 도전하는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에요. 연극에 참여한 시민들 모두가 정말 용기 있는 분들입니다.”

밤가시초가 연극단은 시민배우를 추가로 모집 중입니다.
나이, 경력 어떤 제한도 없습니다.

<문의> 신택기 시네라마 대표 010-9082-6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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