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책『아빠의 행복을 부탁해』쓴 서진원씨

스무두살 청년이 본 아빠의 외로움
“미래의 자신 모습 보여 책 쓰기로”

"아빠는 오랜 시간 ‘나’라는 사람보다 ‘가장’이라는 사람으로 살아왔잖아. 한번 내 안에 깊숙이 숨어 있는 나를 한번 봐. 그러면 분명히 자신도 모르는 내가 있을 거야 … (중략) … 아빠 이제는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 줘"

 

▲ 대학에서 국제관계학과 문예창작학을 복수 전공하는 서진원씨는 "나를 아빠가 만든 사람이나 아빠가 만들 사람이 아닌 아빠와 만난 사람이라고 생각해줬으면 좋겠어"라며 이땅의 모든 아빠들에게 하고싶은 이야기를 모아 『아빠의 행복을 부탁해』에 풀어냈다.

 

스물두 살 청년이 아버지를 주제로 책을 펴냈다. 책장을 펼쳐 읽다보면 어느새 훌쩍 자라 청년이 된 아들이 지쳐 어깨 축 처진 아버지의 어깨를 다독여주는 느낌이 든다. 이런 ‘기특한’ 글을 쓴 서진원씨는 책이 출간되던 5월에 입대해 현재 군 복무 중이다. 마침 광복절 연휴를 앞두고 첫 휴가를 나와 지난 1년 동안 이 책을 썼던 장소인 행신동 카페 ‘오쉬’(오늘은 쉬어야지)에서 만나보았다.

“엄마와 친하고 소통이 잘 되니까 엄마에 대한 글을 쓰려고 했어요. 그런데 아빠를 보니까 제 모습이 보였어요. 내 미래가 아빠랑 닮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아빠에 대한 책을 쓰게 된 거죠.”

평소에는 말이 없다가 술 한 잔 들어가면 말이 많아지는 사람, 가족들과 있을 때보다 친구들과 함께 할 때 말이 많아지는 사람. 다름아닌 대한민국 40~50대 아버지의 모습이다.

서진원씨가 본 아버지의 모습은 외로움이었다. 평소 대화가 별로 없었던 아버지, 그래서 소통이 안 된다 생각했던 아버지. 그랬던 아버지의 뒷모습에서 외로움을 발견하고 아버지를 주제로 책을 쓸 생각을 했다. 그래서 이 책의 원제목은 ‘아빠의 직업은 외로움이래요’였다.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눠봐도 모든 아빠들은 혼자였고, 외로웠어요. ‘투명인간 아빠’들이었어요. 책에서 우리 아빠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모든 아빠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 『아빠의 행복을 부탁해』의 저자인 서진원씨가 행신동 카페 ‘오쉬’(오늘은 쉬어야지)에서 자신의 책에 사인을 하고 있다.

 

서씨는 자료를 조사하고, 엄마를 통해 아빠의 마음을 알아보기도 하고, 친구의 아빠들을 조사하면서 1년 동안 계획하고 준비하고 글을 썼다. 그림도 직접 그렸다.

“아빠를 그리다보니 아빠에게도 어린아이 같은 모습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어리게 그린 것 같아요.”

이 책에 그려진 아버지는 목이 없고, 어깨가 축 처져있거나 표정도 없다. 아빠들이 감정표현을 하지 않아서 그런 얼굴이 되었단다. 이 땅의 아버지들이 어쩌다 이런 모습이 되었을까. 가장이라는 삶의 무게가 아버지를 그렇게 만들었을 것이다. 그런 아버지들에게 서씨는 ‘아빠, 나는 이제 가장이 아닌 아빠의 모습을 보고 싶어. 그래서 친구같은 사이가 되고 싶어’라고 말한다.

이 책은 소통을 원하는 아버지와 아들에게는 서로를 이해하는 계기를, 삶의 무게에 지친 아버지들에게는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를 선물한다. 담담하지만 따뜻한 저자의 마음 씀씀이가 오롯이 전해져오는 따뜻한 책이다.

저작권자 © 고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