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 중학교 70%가 9월 시행하는 ‘자유학기제’

전문인력·지역공동체 협조
진로체험 전문성 필요
“대상 연령 이르다” 지적도
내년 제도 전면 시행 앞둬

중등교육의 큰 이슈 중 하나였던 ‘자유학기제’가 올 하반기 고양시 중학교 70%에서 시행된다. 내년 전면시행을 앞두고 41개 중학교 중 29개 중학교가 참여하며, 이들 학교는 규모에 따라 1100만~2900만원의 지원금을 받았다.
자유학기제란 아일랜드의 전환학년제를 모델로 삼은 교육정책으로 한 학기 동안 시험을 치르지 않고 학생들의 꿈과 끼를 찾아주는 제도다. 전환학년제는 1974년 아일랜드 교육부 장관이 시험의 압박에서 학생을 해방시키고 폭넓은 학습경험을 유도하겠다며 도입한 제도다. 오전수업으로 학생참여형 발표와 토론식 수업이 이뤄지고, 오후수업으로 진로교육과 동아리활동이 진행된다.
이에 앞서 지난해엔 서울 19개 중학교와 고양시 4개 중학교(대송중·대화중·신원중·중산중)가 자유학기제를 시범적으로 시행했다. 하지만 서울특별시교육청이 자유학기제 실시여부에 따른 학생들의 변화를 살펴본 한 결과에 따르면, 진로성숙도 등을 비롯한 8가지 평가 항목에서 상당부분 유의미한 성과를 보이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장 오는 9월부터 자유학기제를 시행해야 하는 학교들에게 적잖은 부담을 주는 결과였다.

학급개편 없는 토론위주 수업 
교육전문가들은 자유학기제의 문제점으로 첫째, 토론과 발표위주의 수업을 학급개편 없이 들여온 점을 꼽는다.

유럽은 한 학급의 인원수가 20명 안팎이지만 한국은 35명 이상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에 대해 최창의 경기교육희망네트워크 공동대표는 “자칫 학생들의 참여를 유발하지 못해 비효율적일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전문인력 부족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아일랜드는 전환학년제를 위해 수업프로그램을 꾸릴 전담 코디네이터를 각 학교마다 배치한다.

하지만 한국은 기존 진로진학상담교사와 교과담당교사가 수업을 구성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게다가 자신에게 맞는 직업을 알아보는 진로체험 또한 미흡하게 이뤄지고 있다.

고양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지역공동체와의 협조가 부족해 아직까지 학생들에게 다양한 진로체험을 제공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교사들이 2~3학년도 가르치기 때문에 1학년만 통솔해 교외로 나가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하나의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것은 대상 학생들의 연령대다. 자유학기제가 중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시행하는 데 대해 전문가와 학부모들은 “시기가 빠르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진로교육을 학생들이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유럽처럼 중학교를 졸업한 이후가 적합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시민모임 ‘즐거운교육상상’ 안영신 대표는 “진로체험을 하기에 중학교 1학년생은 너무 어리다. 학생과 학부모 모두 이러한 제도를 받아들일 준비가 돼있지 않다”고 말했다. 최창의 공동대표도 “유럽 사례처럼 중학교 졸업 후의 시기가 적합하다”라고 평가했다.

이 같은 비판에 대해 고양교육지원청은 “시기가 더 늦어지면 학부모들이 고교진학에 부담을 느껴 이 시기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결국 입시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하려고 했던 자유학기제가 오히려 입시제도에 발목이 잡힌 형국이 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요해”
자유학기제를 유럽의 교육과정과 비교한다면 개선할 점이 많다는 점은 사실이다. 하지만 현재 진행되고 있는 기존 교육과정에 비해서는 학생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전 일산중학교 송원섭 교사는 “자유학기제가 한 학기만 실시하는 단절적 경험이 아니라 고등학교까지 이어지는 장기적 계획의 시발점이 되어야 한다”며 “제도 도입만이 아니라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시험이 없는 자유학기는 오히려 사교육을 위한 기간으로 변질될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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