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회_인권영향평가 도입한 서울시 성북구

서울 성북구는 현재 국내 지자체 가운데 인권정책을 가장 앞장서서 추진하고 있는 곳이다. 전국 최초 인권도시 추진위위원회 구성부터 시작해 주민참여형 인권조례, 주민인권선언, 인권영향평가까지 독창적이고 실효성 있는 인권정책으로 주목받고 있다. 올해 초에는 안암동 주민센터를 인권청사로 신축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번 기획보도에서는 구체적인 주민 삶의 현장인 지방정부에서 인권통합행정을 구현하고 있는 성북구의 사례를 다룬다. 

센터장을 포함 4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는 성북구 인권센터는 현재 성북구 인권도시 정책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공무원 인권교육, 주민인권학교, 인권상담·조사를 담당하고 있으며 인권증진기본계획 수립 등 인권정책을 개발·집행하고 있다. 올해 7월부터는 13명의 인권센터 시민위원을 선정해 성북구 인권정책에 대한 모니터링 활동을 진행 중이다.

▲ )성북구는 2012년 ‘주민인권선언문 제정을 위한 공동추진단’을 발족하고 이듬해 5월 성북 주민인권선언문 초안을 발표했다.

인권도시를 핵심과제로 채택
성북구의 인권도시 추진배경은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사람이 희망이다’라는 모토로 당선된 김영배 성북구청장은 취임 1주년 평가를 진행하면서 인권도시를 핵심과제로 채택했다. 주민의 인권수호자로서의 지방정부 역할을 강화해 가치 중심의 사람의 시대, 보편적 권리로서의 복지, 주민자치권 등을 실현하기 위함이다.

성북구는 2011년 9월 전국 최초로 전문가 및 지역 인권활동가 13명으로 구성된 인권도시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지속가능한 인권증진구조창출을 위한 본격적인 활동에 나섰다. 첫 출발은 인권조례제정이었다. 성북구 인권센터 오미숙 주무관은 “그전까지 장애인 조례 같은 개별 인권조례는 있었지만 대부분 유명무실한 경우가 많았다”며 “포괄적이고 실효성 있는 인권조례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받아 인권조례제정을 추진했다”고 말했다. 수차례의 주민설명회, 공청회를 거쳐 2012년 7월 제정된 성북구인권조례는 성북구 인권도시정책의 바로미터역할을 하고 있다.

 

 

주민참여 통한 인권행정 구현
조례제정에 이어 성북구는 실질적인 인권적 합의와 가치를 담을 수 있는 성북구 주민인권선언제정에 나섰다. “조례가 1차적으로 제도기반을 조성했다면 인권선언은 그 나침반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게 오 주무관의 설명이다. 2012년 12월 구·구의회·구인권위원회가 참여하는 ‘주민인권선언문 제정을 위한 공동추진단’이 발족했으며 이듬해 3월 135명의 주민참여단이 위촉돼 초안 작성에 함께했다. 이후 3차례의 열린토론회 등 주민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마침내 2013년 12월 기초자치단체 중 최초로 주민인권선언이 제정되기에 이르렀다.

제정 취지를 담은 전문에는 모든 사람들이 선언문에 규정된 권리를 누리고, 경제적·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들이 차별받지 않고 동등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여성, 청소년, 아동, 노인, 장애인, 탈북자, 성소수자까지 모든 사회적 약자계층이 호명된 역사적인 선언문으로서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지자체 구성원들 간의 사회적 약속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더욱 크다고 할 수 있다.

조례제정과 함께 다른 한 축으로 진행했던 사업은 인권교육이다. 성북구는 2011년 하반기부터 공무원인권교육을 연2회 의무실시했으며 전국 최초로 주민인권학교를 운영해 올해까지 248명의 수료생을 배출했다. 특히 올해부터는 교사인권캠프와 찾아가는 청소년노동인권교육을 추진하는 등 다양한 교육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인권영향평가제 도입
성북구 인권정책 중 가장 독창적이고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은 바로 인권영향평가제도 시행이다. 인권영향평가란 구가 시행하는 정책이나 사업이 주민의 인권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고 평가해 인권침해적 요소를 사전방지하고 시민들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기 위한 평가제도를 이야기한다.

오미숙 주무관은 “정책, 사업, 조례 등 모든 구정 활동에 있어 주민들에게 미치는 인권적 영향을 높게 하겠다는 게 취지”라며 “이는 궁극적으로 행정의 작동원리와 철학을 인권친화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한 시도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한다.

성북구 인권영향평가는 사업을 진행하는 각 부서에서 자체평가를 마친 뒤 인권센터의 검토를 거쳐 인권위원회에서 심의하는 방식이다. 필요한 경우 의견제시 혹은 권고조치까지 이어지게 된다. 대상 또한 다양하다. 조례와 규칙의 재개정, 주민퇴거사업, 3년 이상 주기 계획, 세출예산단위사업 및 기타 주요 사업에 대해 광범위하게 적용된다.

그 결과 각 조례마다 형식적으로 운영되던 위원회 구성에 소수자 및 당사자 비율을 최대한 반영하도록 했으며 투표소 장애인 접근성 문제나 샛강을 따라 조성된 산책로는 물론 새로 짓는 공공시설에 대해서도 차별·안전·환경 등 인권요소를 평가해 주민생활에 최적화했다. 이는 곧 행정이 가지고 있던 권력을 주민들에게 환원한다는 의미가 크다.

▲ 올해 2월 완공된 안암동 인권청사 전경사진.

주민생활 속에 스며드는 인권정책
인권영향평가가 가장 구체적으로 반영된 사례는 올해 2월 완공된 안암동 인권청사다. 1977년에 건립된 낡은 주민센터를 복합청사로 신축하는 과정에서 인권을 적용시킨 것.

기본설계부터 시작해 신축설계공모에 인권영향평가를 실시했으며 이후 인권감리단을 구성해 청사 구석구석에 인권디자인을 접목했다. 엘리베이터와 계단을 건물 구석이 아닌 전면에 배치하고 건물 곳곳에 인권을 상징하는 조형적 그래픽과 전시물을 설치했으며 장애인 화장실 전층 설치, 친환경 건축재 사용, 인권도서관 설치 등 건물 곳곳에서 인권을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오미숙 주무관은 “추진 단계부터 주민의견을 적극 수렴해 민원실을 2층에 놓고 1층은 문턱을 제거한 ‘주민모임방’으로 둬서 나눔과 소통의 장으로 만들었다”며 “일반적인 건축기간에 비해 1년 정도의 기간이 더 소요됐지만 그 결과 인권친화적인 공간이 탄생할 수 있어서 성과가 크다”고 평가했다.

인권정책을 본격적으로 시행한 지 올해로 5년째. 성북구는 이제 인권을 행정뿐만 아니라 주민들의 구체적 삶 속에 뿌리내리기 위한 시도를 하고 있다. 성북 주민인권선언 수록 내용을 중심으로 하는 인권공모전 사업을 비롯해 우리마을인권지수높이기 사업, 인권 열린전시회, 인권축제 등 인권을 주제로 한 다양한 주민참여예산사업들이 그것이다. 아울러 주택재개발정비사업에 처음으로 인권영향평가도입을 시도하고 있으며 청소년 노동인권 또래 상담사 양성교육사업을 위해 기획자문회의를 구성해 추진하고 있다.

오 주무관은 “당장 효과가 눈으로 보이거나 드러나는 사업은 아니지만 이런 식으로 주민들과 행정에서 인권이 이야기 된다면 궁극적으로 지역사회에 인권의식 향상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위 기사는 한국언론재단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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