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의 대표적 관문 자유로를 들어서면 강변을 따라 길게 늘어선 높은 철책을 볼 수 있다. 곳곳에 망루가 설치되어 있고, 삼엄한 경계는 위압감을 준다. 자동차가 주야로 무수히 다니고 거대 일산 신도시가 바로 코앞인데 이 철책이 아직도 필요한가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이 많을 줄 안다. 그 동안 이 철책을 걷고 한강변을 생태 공원으로 조성하자는 주장이 곳곳에서 줄이었고, 경기도의회에서도 이 같은 질의가 있었다.

고양시 한강변 철책은 국방의 필요에 의해 설치되었고, 80년 초에는 조수를 타고 침투하는 대남 작전을 무산시키는 등 국가 안보에 큰 역할을 해온 시설물임을 모르지 않는다. 그러나 이제는 자유로의 개통과 신도시의 건설 등으로 군사 전략상 지리적 여건이 사뭇 바뀌었을 것이다. 출입이 엄격하게 통제되었던 예전 한강변 도로와는 판이하게 지금은 오히려 교통혼잡을 걱정할 처지가 되었다.

바로 지척인 북한 땅을 누구나 자동차를 타고 볼 수 있다. 또한 남북화해와 협력으로 냉전체제는 무너지고 휴전선 철책도 걷고 경의선이 복원되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물론 대북 경계를 소홀히 하자는 것이 아니다. 시대상황과 주변 여건이 바뀐 만큼 자신감을 갖고 대처하자는 것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철책을 걷고 생태 공원으로 만들자는 주장은 의미 있는 일이다.

그런데 한편에서는 이 철책을 유지하는 것이 생태계를 보존하면서 세계적 철새 도래지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이라고 한다. 근원적으로 이 주장은 당연하다. 그러나 바로 위 자유로에는 수많은 자동차가 굉음을 내고 쉴새없이 질주하는데도 불구하고 철새들이 장관을 이루는 것을 보면 철책을 걷어 생태계가 파괴된다고 하는 것은 기우일 수 있다. 물론 사람들이 무차별하게 진입할 수 있고, 서울 한강 고수부지처럼 인공물은 설치 개발해서는 안될 것이다. 폭 넓은 자유로가 가로막고 있기에 출입이 자유롭지도 않을뿐더러 무분별한 출입을 통제할 수 있는 장치를 쉬게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철책 넘어 한강변 갯벌은 상당 부분 농경지화하여 농약이 살포되고 있다. 출입허가를 얻어야 하지만 어업과 영농을 위해 장비와 사람의 출입이 잦다. 모래채취에 따라 갯벌이 경화되었다는 보고도 있었다. 몇몇 힘있는 이익 집단이 출입 제한의 벽을 뚫고 영농권을 획득하기 위하여 경쟁하고 있기도 하다. 이럴 바에는 한강 갯벌을 생태공원으로 만들어 일정한 절차를 통하여 출입을 허가하는 시민의 공공재로 돌려 책임있게 관리하는 것이 오히려 생태계를 보전할 수 있는 방안일 수 있다.

출입이 제한되더라도 우선 이 철책의 철거만이라도 상당한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시민에게 심리적 편안함을 줄뿐더러 고양시 이미지를 제고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향후 국제도시로 발돋움할 고양시는 이제 민감하지만 이 문제를 짚고 넘어야 할 시점에 와있다. 우선 신평동 수중보까지만 일차적으로 철책을 제거하고 검증을 통하여 점차적으로 이산포까지 확장하는 것도 방법일 것이다. 고양의 얼인 행주산성에 나루터가 개설되어 수많은 손님이 찾아올 것이다. 흉물스런 철조망과 어울릴 수 없다. 고집스럽게 ‘나 여기있다’고 하는 존재의 확인보다 자신감있게 시민과 호흡하는 군의 모습을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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