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형 시민자치대학에서 강연한 이범 교육평론가

▲ 이범 교육평론가
교육평론가이자 민주정책연구원 부원장인 이범씨가 고양을 찾아 6일 특강을 펼쳤다. 고양어울림누리 별모래극장에서 진행된 이날 특강 주제는 ‘학부모가 꼭 알아야 할 우리나라 교육의 비밀’이었다. 고양시가 마련한 ‘고양형 시민참여 자치대학’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펼쳐진 이날 강의에서 이씨는 “대학입시는 다양한 역량을 요구하는 미국식인 반면 학교교육은 지식을 전달하는데 치중하는 일본식이다. 즉 대학입시와 학교교육의 부조화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날 강의한 내용을 요약해 소개한다.

우리나라 교육이 처해있는 현황을 3가지로 요약해볼 수 있다. ▲미국식 대학입시와 일본식 학교교육의 부조화 ▲기업의 대학간판 위주 채용 탈피 ▲미래세대 기반의 침몰과 무관한 교육열 과잉이다.  

역량 중시되는데 지식전달 교육만 
현 정부의 대학입시 유형은 4가지로 나뉜다. 수능 위주 전형, 논술 위주 전형, 내신 위주 전형, 입학사정관 전형이다. 이 4가지 대학입시 유형 중 학생에게 맞는 전형을 선택해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선택은 고1 후반까지 이뤄져야 한다. 이렇게 전형이 4가지로 나눠지기 때문에 학생이 이것저것 다 잘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더구나 수능의 난이도가 낮아지는 추세다. 전체 사교육비는 변함이 없을지 몰라도 최소한 수능 사교육비를 줄이려는 정치권 움직임 때문에 수능 난이도가 높아질 수 없다. 논술과 면접의 난이도 역시 하락하고 있으며 교외 스펙 역시 반영을 금지(자기소개서에 적기만 해도 0점 처리)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을 감안하면 전체적으로 입학부담감이 다소 감소하고 있다.

 



대입은 점차 ‘이것을 아는가(지식)’의 문제보다 ‘이것을 할 수 있는가(역량)’의 비중을 확대해가고 있다. 국어, 영어, 수학이 역량의 중요도가 높고 사탐, 과탐이 지식의 중요도가 높다. 서울의 대학 입학생의 30%가 입학사정관 전형에 의해 합격하는데, 입학사정관제의 핵심 메시지는 학생의 ‘지식’보다 ‘역량’을 보고 선발하겠다는 것이다. 수능보다는 논술 위주 전형, 논술 위주 전형보다는 입학사정관제가 측정하는 역량의 범위가 넓다. 

우리나라 대학입시는 다양한 ‘역량’을 요구하는 미국식 입시를 벤치마킹했다. 하지만 현재의 학교교육은 지식전수형의 교육만을 답습하는 일본식이다. 읽기, 탐구, 토론, 쓰기를 통해 ‘역량’을 키워야 하는데 현재 우리나라 교육은 ‘역량 중심 교육’이 어렵다. 왜냐하면 교사를 ‘교육전문가’로 인정하지 않는 교육 ‘행정’ 구조가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학생들은 초중고에서 임진왜란을 3번 배우면서 ‘난중일기’를 읽고 토론해 본 적이 없다. 고등학교에서 교사가 이런 수업을 하면 어떤 항의를 받을지 모른다. 자기가 맡은 반 학생만을 위해 교사가 교과서 집필권을 가진 핀란드의 경우와는 정반대다.

 

출산율 꼴찌국가서 경쟁만 부추겨  
기업들의 채용방식의 변화도 우리교육에 시사하는 바가 있다. 최근 기업들이 고졸자와 지방대 출신 학생들을 채용하는 비중을 높이고 있다. 기업들이 이른바 ‘열린 채용’을 채택하고 있다. 대학간판과 업무능력이 불일치하고 좋은 대학을 나온 인력일수록 회사에 대한 충성도가 떨어져 이직할 가능성이 높다는 기업 인사담당자의 지적이 많다. 실제로 2014년 삼성그룹 사장 승진자 8명 중에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출신은 단 1명이었다. 보통 시험에 소질이 있는 명문대학 출신이 시험으로 정부 고위관료가 된다. 정부주도의 경제성장을 하던 과거에는 고위관료에게 ‘잘 보일’ 필요가 있었던 기업은 이들과 학연이 있는 명문대학 출신을 선호했다. 그러나 정부와 기업 간 ‘갑을관계’가 깨졌기 때문에 기업이 학벌을 따질 이유가 줄어들었다. 기업은 학벌보다 역량과 전문성만을 따지게 됐다.

미래세대의 기반은 침몰하고 있는데 이와 무관하게 교육열만 높은 것도 우리 교육의 문제다. 전쟁, 원전사고, 저출산, 이 3가지가 한국사회 최고의 위험요인이다. 출산율이 세계 꼴찌(한 부부당 자식수 1.2명)이며 이에 따라 2030년대 경제성장률이 0~1%에 머문다. 더구나 OECD 국가 중에서 비정규직 비율 4위, 소득불평등 3위, 저임금 노동자 비율 1위, 비정규직에서 정규직 전환비율이 최하위다.

이런 어려운 현실에서 다른 아이를 다 ‘이기고’ 우리 아이만 전문직이나 대기업 정규직이 되는 것을 부모가 바랄 수는 있다. 그렇지만 발 딛고 선 ‘배’가 서서히 침몰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교육과 고용을 중심으로 과감한 국가 혁신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저작권자 © 고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