람사르 습지 등록된 창녕 우포늪을 가다

▲ 우포늪은 그 규모가 창녕군 대합면 주매리, 이방면 안리, 유어면 대대리와 세진리에 걸쳐 127만8285㎡(약 70만평)이다. <사진제공=창녕군>

우포늪, 1998년 람사르협약 보존습지 등록
농경지화 되고 쓰레기매립지 대상지였던 곳
환경부가 예산 책정해 사유지 매입 앞장서

 

경남 창녕에 있는 우포늪은 국내 최대의 자연늪지다. 온갖 풀, 나무, 곤충, 물고기, 새가 서식해 원시자연을 보존한 ‘생태계 박물관’으로 알려졌다. 우포늪의 규모는 창녕군 대합면 주매리, 이방면 안리, 유어면 대대리와 세진리에 걸쳐 127만8285㎡(약 70만 평)이다. 가로 2.5㎞, 세로 1.6㎞에 이른다. 우포늪은 1997년 7월 26일 생태계보전지역 중 생태계특별보호구역으로 지정되었으며 국제적으로도 1998년 3월 2일 람사르협약 보존습지(강원도 대암산 용늪에 이어 국내 2번째)로 지정됐다.

그러나 우포늪이 처음부터 지금의 모습으로 잘 보존된 것은 아니다. 자연을 이용하겠다는 지역주민들과 자연을 보존해야한다는 환경단체 간 팽팽한 갈등이 있었다. 1990년대에는 우포늪 주변의 논을 쓰레기 매립장으로 만들려 움직임마저 있었다. 그러나 우포늪을 둘러싼 갈등이 커지자 환경단체와 정부가 나서 주민들을 설득하면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게 됐다. 이번 호에서는 우포늪이 개발의 칼날을 피해 람사르로 등록되기까지 과정을 살펴보면서 한강하구(혹은 장항습지)의 람사르 등록을 위해 얻을 수 있는 교훈을 찾아본다.

1990년대 쓰레기매립장 계획 세워
1960년대 우포늪은 백조 도래지로 알려졌다. 그러나 백조 등 도래하는 철새 수의 감소로 1973년 우포늪은 천연기념물 지정이 해제됐다. ‘천연기념물’이라는 자연보존을 위한 보호막이 걷혀지자 우포늪은 급격히 농경지의 모습으로 변질됐다. 1978~79년 농어촌진흥공사에서 늪지를 개간하는 개발사업을 추진하면서 우포늪의 농경지로의 변화는 가속화됐다. 

이러한 과정에서 지역주민들과 환경운동 단체와 정부의 갈등이 있게 됐다. 지역주민들은 농업과 어로활동을 하며 생활해온 삶의 터전을 잃을 것을 우려했고 환경단체는 보호구역 등을 지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였다.

창녕군은 1990년대 들어서며 주변에 있는 마을에서 나오는 쓰레기를 우포늪에 버리게 하는 쓰레기매립장 계획을 세우기도 했다. 그러나 쓰레기매립장 계획은 중단됐다. 우포늪 관리사업소의 노용호 박사는 “창녕군은 우포늪 인근의 우만마을에 쓰레기매립장 건설계획을 세웠는데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이에 대한 거센 반대가 있었다”고 말했다.

환경부와 환경단체의 우포늪에 대한 보존의지가 전달되자 창녕군의 태도도 전향적으로 바뀌었다. 1996년 창녕군에서 우포늪을 람사르협약 대상습지로 등록하려고 했고 환경부의 요청에 따라 ‘우포늪의 람사르습지 지정 토론회’가 열렸지만 이곳 대합면 주민 200여 명이 군처에 몰려와 람사르습지 지정에 결사반대하는 진통도 겪었다. 창녕의 지역 국회의원들은 선거가 있을 때마다 우포 상류의 대합면에 공단을 조성하겠다는 공약을 남발했던 것도 주민들 반대의 큰 이유였다. 

▲ 우포늪에 있는 왕버들 군락. <사진제공=창녕군>

우포늪 주변 논과 밭 피해보상
우포늪을 둘러싸고 갈등이 커지자 환경 단체와 정부가 나서 주민들을 설득하면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게 됐다. 무엇보다 정부 주도로 우포늪 주변의 논과 밭을 대부분 사서 주민들의 피해를 보상해 주었다. 환경부는 1997년 8월 자연생태계 보전지역 지정제도가 실시된 뒤 처음으로 자연생태계 보전지역의 훼손을 막기 위해 우포늪의 사유지를 사들이기로 했다. 환경부는 우포늪의 늪지 안에  들어 있는 사유지 매입 비용으로 예산을 책정해 우선 늪지에서 보전이 시급한 지역을 중심으로 매입에 들어갔다. 2001년까지 늪지 안에 25만 평의 사유지를 모두 사들일 계획을 세우고 집행에 들어가기 위해 40억원의 예산을 책정했다.

 환경부는 또한 보전지역 지정에 따른 불편과 불이익을 우려해 반발해온 지역주민들을 상대로 생태계보전지역으로 지정하더라도 지역주민에 한해 보전지역 안에서 영농채취활동을 하는 것을 인정하고 건축물의 증개축도 한 해 한 차례씩 허용하겠다는 등 구체적인 설득작업을 펼쳤다. 그 결과 주민대표들로부터 보전지역 지정에 협조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그러한 과정을 거쳐 1997년 7월 우포늪이 환경부에 의해 생태계특별보호구역으로 지정이 되고, 98년 3월에는 ‘람사협약’에 의한 국제적으로 보전되어야 할 습지로 지정됐다. 우포늪에는 7명의 환경감시원들이 우포늪 습지보호지역 전역을 감시하고 있다. 환경감시원들은 낚시 및 논우렁이 채취, 야생동식물 불법 포획, 각종 오폐수 및 농약 투기, 늪 주변 산림 및 하천 훼손 등의 행위를 감시하고 있다.

“정부의 보전정책 우선이 주효”
이러한 성과에 대해 이인식 우포자연학교 교장은 “이러한 결과는 7여 년간에 걸친 마창환경운동연합과 환경을 생각하는 전국교사모임 그리고 전국의 환경단체를 비롯한 전문가들의 활동과 관심의 성과라고 할 수 있다”며 “특히 우포늪의 자연생태계보전지역지정이라는 결과는 끈질긴 주민·환경부·시민단체의 노력에 의한 결과다. 우포늪 람사습지지정에 따른 공청회 당시만 해도 주민은 재산권 행사에 막대한 피해가 올 것이라는 이유로 격렬한 반대가 있어서 이렇게 빨리 우포늪에 대한 정부의 정책이 보전정책으로 우선이 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라고 말했다.

이렇게 관에서는 환경부, 민에서는 환경단체 등 우포늪의 가치를 아는 많은 이들이 쓰레기 매립장을 만드는 것에 반대해 우포늪을 지켜냈다.

우포늪의 다양한 식물 분포는 자연스럽게 동물의 훌륭한 서식지가 되어 곤충, 물고기, 새들이 먹이사슬을 이루며 공존하여 수서곤충 84종, 물고기 28종, 조류 62종이 살고 있다. 쇠물닭, 논병아리 등 텃새는 물론 1960년대 이후 사라졌던 백조(천연기념물 제201호)를 비롯하여 노랑부리저어새(천연기념물 제205호), 청둥오리, 쇠오리, 기러기 등 62종의 철새들도 11월 말부터 우포늪을 찾아와서 이듬해 5~6월까지 머문다. 차가운 겨울 들판에 철새들의 울음소리와 거침없는 비상은 우포늪에서만 볼 수 있는 아름다운 절경이다.

우포늪 관리사업소의 노용호 박사는 “자연생태계보전지역과 람사르습지로 등록된 이후, 우포늪은 예전에 비해 훼손이 훨씬 줄어들었다”며 “사람의 간섭이 줄어들자 이곳에 살아가는 생물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데, 특히 야생 조류들이 많이 모이고 있다. 한 종류의 새들만 우포늪을 찾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종류의 새들이 많이 모여들고 있는데, 이처럼 새들은 저마다 먹이 먹으며 살아가는 곳이 각각 다르기 때문에, 다양한 새들이 날아올 수 있게끔 우포늪을 관리하고 지키려는 노력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고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